베이징올림픽 파견 태권도 한국대표선수선발전에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경기를 포기한 선수의 애환이 잔잔한 파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같은 사연은 지난 14일 대한태권도협회가 국기원에서 주최한 1차 예선대회에서 발생했다.

여자-67㎏급 삼성에스원 유경아(오른쪽)와 안새봄 경기에서 삼성에스원 코치가 유경아의 경기를 포기하는 수건을 던지자 주심이 안새봄의 승리를 수신호하고 있다.

여자 -67kg급에 출전한 삼성에스원의 유경아는 팀 동료인 안새봄과 맞붙어 3회전 중반까지 4-1로 앞서고 있었다. 당시 경기의 흐름과 남은 시간으로 봤을 때 유경아의 승리가 유력했다.

그러나 종료 직전,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했다. 관중석에서 이 경기를 지켜보던 삼성에스원의 김세혁 감독이 경기장에 있던 삼성에스원 김용수 코치에게 소리를 질러 유경아의 기권을 지시한 것이다.

이 모습은 경기장에 있던 많은 사람들에게 생생하게 전달됐고, 삼성에스원 코치는 엉겹결에 경기를 포기하는 의미인 '수건'을 경기장 안에 던졌다. 이렇게 해서 유경아는 4-1로 이기고 있던 상황에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경기를 포기하게 된 것이다.

이 광경을 본 한 태권도 지도자 지망생은 "두 선수는 같은 팀 동료지만 올림픽을 나가고자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두 선수에게 진심어린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며 "유경아가 4-1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에스원 코치가 수건을 던져 유경아는 당황스러웠던지 한동안 경기장을 떠나지 못하고 울면서 경기장을 나와야만 했다. 이는 누가봐도 진정한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승부조작 행위이자 올림픽을 위해 열정을 쏟은 한 선수의 진심어린 꿈을 짖밟아버리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유경아의 '경기 포기' 파문은 상황에 따라 사회 문제로 부각돼 김세혁 감독과 삼성에스원에 적지 않은 부담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 파문을 현장에서 지켜본 일부 태권도인들은 김세혁 감독의 행동은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한국을 대표하는 중진 지도자로서 부적절했다고 꼬집었다.

이 광경을 가까이서 지켜본 일부 태권도 팀 관계자들도 김 감독의 결정은 페어플레이 정신에도 어긋나고 선수의 인권과 자율을 중시하는 시대 흐름과도 어긋난다며 비판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김 감독은 지난 태권도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다른 팀과의 경기도 아니고 같은 팀 선수끼리의 경기에서 코치가 판단해서 한 일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며 "경기 후에 해당 선수도 코치의 판단을 이해하고 2차선발전을 준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한편, 유경아를 이기고 결승에 올랐던 안새봄은 2위를 차지해 다음달 15일 열리는 국가대표 최종평가전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서성원-박성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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