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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래의 태권도에 내인생을 맡기고 2아메리칸 드림의 첫날밤은 불도 없는 깜깜한 방에서
  • 김홍래 사범
  • 승인 2008.01.14 16:34
  • 호수 576
  • 댓글 0

첫 번째 신세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한 후 조금 인연이 있는 분의 집에서 머물며 며칠을 보냈다. 아내가 이 집에서 일을 해주기로 하고 왔기 때문에 잠깐은 기숙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계속 신세를 질 수 없어 아파트를 얻어 나가기로 했다.

여기 저기 기웃거리다 얻어온 아파트 임대 신청서를 읽어 보았다. 신청서에 성명을 기입하고 전 주소지는 한국 주소를 썼다.

다음 우리나라의 주민등록번호 같은 것을 적어야 하는 란 에서 더 이상 써내려 갈 수 없었다.

미국은 이번호가 있어야 개인의 신용조사를 할 수 있다. 이 조사에 점수에 의해 집을 빌려 줄 수 있는지 없는지 결정된다.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자본주의 국가 미국에서 어려움을 겪는 첫 번째 관문이었다.

이제 막 입국한 나에게 무슨 크레디트가 있겠는가?

망설이다 아내가 그의 집에서 일하기로 되어 있는 분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는 좀 꺼리는 내색을 하였다.

“제가 보증을 하기 때문에 계약기간 동안 집세를 안내시면 제가 내야 됩니다.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크레디트 한번 조사하는데 약간의 점수가 내려가기도 하고요...” 마지못해 보증을 서 주었다.

그분의 말은 한국식 사고에 젖어있는 나에게는 고깝게 들렸다.

“제집에 일하러 온 사람들에게 보증 좀 서주면서 뭐 그리 생색을 낼까?” 감정이 솟았다. 한국식 정서하면 얼마든지 해줄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다음 미국 사회를 알고부터는 그분의 말씀을 이해하게 됐고 그 당시 도움에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두 번째 도움

밤늦게 받아 쥔 아파트 키를 열고 들어갔다. 전기 스위치를 올렸으니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전기배선이 빠졌나 해서 여기 저기 아무리 헤집어 봐도 이상이 없었다. 메인 스위치 박스의 스위치도 켜진 상태였다. 천정과 주변을 살펴보니 전구가 보이지 않았다.

이곳은 지진지대여서 법적으로 천정과 주변에 매다는 것을 금하고 있다. 천정에서 물체가 떨어져 발생할지도 모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이다. 세입자가 전기스탠드를 사서 사용하는 걸 알지 못해 준비하지 못한 불찰이었다. 우리가 시작한 아메리칸 드림의 첫날밤은 불도 없는 깜깜한 밤에서 그 첫 장을 열어가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보내온 짐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 침구도 없었다. 가져온 몇 가지 옷을 말아 베개로 하고 카펫 바닥에 드러 누었다. 9월의 인디언 썸머가 우리나라의 여름과 흡사하여 다행히 춥지는 않았다.

긴장의 연속으로부터 해방되어서 인지 아침 햇살이 창문에 기웃거릴 때 눈을 겨우 떴다. 밝은 새 아침은 더욱더 초라했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거실은 썰렁하기만 했다.

나는 라면 박스로 식탁을 만들고 아내는 그 위에 신문지를 펼쳐 식탁보를 만들었다. 아침식사 메뉴는 어제 저녁 들어 올 때 사온 빵과 우유, 치즈 몇 쪽이었다. 낯선 이국땅에서 맞이한 첫날 아침은 이렇게 초라하고 궁색했다.

거리는 밀려가는 자동차 행렬로 끝없이 이어졌다.  갖고 싶은 온갖 자동차들이 거리를 누빈다. 이곳은 서울처럼 대중교통망이 잘 발달되지 않아 전철이나 버스를 이용하여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가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시간이 돈인 미국생활에서 계속해서 남에게 신세를 질 수도 없었다. 값싸고 비용이 적게 드는 자동차를 구입하기로 하였다.

크레디트가 없어 처음 불입금을 8,000불이나 지불하고 기름이 적게 드는 자동차를 구입했다. 경제적 선택 이었다 운전 면허증은 우선 서울에서 가지고 온 국제 면허증으로 가능했다.

이 자동차로 시장도 보고 남에게 의지하여 여기 저기 오고 가던 신세를 벗어날 수 있었다. 가까운 시장과 필요한 생필품을 살 수 있는 상점위치를 대충 파악하고 하나 둘 문제를 풀어나갔다.

김홍래 사범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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