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태권도협회(KTA)에 사표까지 제출한 임춘길 전무를 둘러싼 승부조작 의혹이 미궁 속에 빠져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김정길 KTA 회장은 지난 6일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승부조작 의혹에 대해 “윤리위원회를 구성해 강도 높은 조사를 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를 중징계하거나 영구제명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승부조작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는 큰 진척이 없는 상태다.

지난 15일 뒤늦게 강원도 삼척에서 열린 전국시도회장단 간담회에서 윤리위원회 구성을 위해 이사들의 서면 결의를 받는 등 후속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설사 윤리위원회가 구성됐다고 해도 법적인 수사권한이 없는데 진상조사가 철저하게 이뤄질지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윤리위를 구성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라며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윤리위원회에서 승부조작 의혹에 대한 조사를 할 것이 아니라 사법기관에 직접 수사를 의뢰하는 것이 여러 면에서 타당하다는 여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오승철 KTA 감사는 지난 16일 “사법권이 없는 윤리위원회가 무슨 권한으로 어떻게 승부조작과 관련된 각종  의혹과 설(說)을 조사하겠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검찰에 수사를 직접 의뢰해 명명백백하게 잘못을 가려내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조영기 전국회장단협의회 회장도 “윤리위원회를 구성했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라며 평가 절하했다.

태권도계 일부에서는 윤리위원회의 진상조사가 장기화될 경우, 김 회장의 자정운동은 탄력을 잃어 결국 그 피해는 일선도장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리위의 자체 조사와는 별개로 검찰이 승부조작 의혹과 관련된 각종 제보와 자료를 취합해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수사를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 태권도인은 “검찰이 승부조작 의혹과 관련된 제보 4-5건을 접수해 관련자들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와 압수수색이 시작될 것”이라며 “곧 여러 명이 소환돼 조사를 받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승부조작 의혹의 한복판에 있는 임춘길 전무 측은 금품을 받고 승부를 조작했다는 주장에 대해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임 전무 측근은 승부조작 의혹에 대해 “한 번도 심판들에게도 승부조작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사표 제출은 승부조작을 인정해서가 아니라 지나친 오해를 받기 싫고 김 회장의 짐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임 전무 측근에 따르면 임 전무는 하루 빨리 검찰 수사든 협회 진상조사든 조사 절차를 통해 모든 의혹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임 전무의 비리 의혹을 확신하고 있는 측은 “임 전무가 돈을 받은 정황이 여러 곳에서 드러났다. 곧 검찰 수사에서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라며 자신하고 있다.

서성원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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