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임춘길씨가 사전 판정 개입 의혹으로 대한태권도협회(KTA) 전무이사직에서 물러나자 ‘KTA 전무이사는 단명(短命)한다’는 속설이 제기되고 있다.

<본지>가 지난 1996년부터 현재까지 KTA 전무를 역임했던 인사들의 임기를 살펴본 결과, 노우종씨만 임기(97년 2월-2001년 2월)를 채웠을 뿐, 나머지 6명은 전무직에서 일찍 물러났다. <도표 참조>

그렇다면 왜 KTA 전무들은 단명하는 것일까?

그 원인은 크게 △회장 교체 △회장단과 불화 △부정 비리 혐의 등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996년 40대 중반으로 KTA 전무가 된 김철오씨는 기술심의회 구성 등을 놓고 이흥주 상임부회장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다 97년 2월, 신라호텔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해임됐다. 그와 이 부회장은 요즘 말로 ‘코드(정서)’가 맞지 않았던 탓이다.

김철오씨의 뒤를 이어 전무가 된 노우종씨는 큰 흠결없이 비교적 원만하게 직무를 수행했지만, 전무직을 연장하기 위해 당시 전수신 상임부회장을 배반(?)했다는 구설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이후 전무가 된 임윤택씨는 승부 조작 의혹을 제기한 일명 ‘4.19 학생시위’ 여파와 언론들의 집중 포화로 100여 일만에 물러났다. 이는 KTA 사상 최단명 전무 임기로 기록되고 있다.

당시 혼란기에 어부지리(?) 격으로 전무가 된 박종석씨는 KTA 사상 최초의 경선을 거쳐 회장이 된 구천서 회장과의 불화로 2002년 9월 이사회에서 해임됐다. 현재 그는 구속 중이다.

박종석씨의 뒤를 이어 전무로 복귀한 노우종씨는 기득권 세력 간의 쟁탈전과 2년 공백의 압박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5개월 만에 스스로 물러났다.

정치적인 부담을 안고 박종석씨를 전격 경질한 구천서 회장은 그 대안으로 양진방 용인대 교수를 택했다.

2003년 4월부터 전무직을 수행한 양진방씨는 전국시도태권도협회전무이사협의회 윤웅석 회장과 호흡을 맞춰 도장활성화 방안을 강구하고,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려고 노력했지만, 2003년 12월 구천서 회장이  대한태권도협회 회장 선거과정에서 폭력배를 동원해 상대 후보 지지자의 선거참여를 막고 협회 간부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1년간의 전무직을 마감했다.

그 이후 2004년 3월부터 김정길 회장 체제에서 전무직을 수행한 임춘길씨는 사전 승부 조작 의혹 혐의에 대해 책임을 지고 지난달 26일 사퇴했다.

서성원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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