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육군이 태권도를 장병들의 정규 훈련과목으로 채택했다.

남아공 육군은 이를 위해 2007년 3월, 요하네스버그 인근 하이델베르그에 위치한 육군체육부대 내부에 태권도센터를 설립했다.  태권도센터에서 육성된 태권도 교관은 앞으로 소속 부대에 배치돼 사병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거나 2008년에 새로 개설되는 유단자급에 다시 도전해 더욱 실력을 닦은 뒤 원대 복귀해 사병 등을 상대로 태권도를 교육하게 된다.

남아공 육군체육부대에서 태권도를 배우는 장병들.

<연합통신>에 따르면, 이날 열린 개소식에는 룽길리 드룰라니 전력구조참모부장(소장)을 비롯한 남아공 군 간부와 김균섭 주남아공 대사, 민경준 한인회장, 이상해 무관(육군중령) 및 장교,부사관으로 구성된 훈련생 40여명 등이 참석했다.

드룰라니부장은 Z.S. 쇼케 육군참모총장(중장)을 대신한 연설을 통해 "오늘은 우리 군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날"이라며 "태권도를 통해 우리 군의 전력이 증강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김균섭 대사는 연설에서 “태권도가 남아공 육군에 전파되는 것을 계기로 양국간 우호협력관계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군이 태권도를 정규 훈련과목으로 채택하기는 매우 이례적으로, 태권도의 해외저변 확대와 양국간 우호협력관계를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한국이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남아공에서 태권도를 통해 우리나라를 홍보하는데도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아공 육군은 한국에서 파견된 태권도 사범을 통해 오는 12월까지 장교와 부사관으로 구성된 100-120명의 교관 요원을 훈련시킬 계획이다.

이처럼 태권도 불모지인 남아공에 태권도센터가 세워지기까지는 한국에서 파견된 이상해 무관(육군 중령)의 노력이 있었다.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본부 소속인 이 무관은  2004년 주남아공 대사관에 무관으로 부임해  군기가 느슨하고 체력이 부실한 남아공 육군을 보면서 태권도를 가르치면 정신무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남아공 군 수뇌부에 태권도 교육을 권해봤지만 군인들 중에 일본의 가라테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는데 취미 삼아 가라테나 전파하는 게 어떠냐는 핀잔만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 무관은 군 수뇌부 앞에서 직접 태권도 시범을 보이고, 한국 육군의 태권도 훈련장면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보여주면서 군 수뇌부를 설득시켰다.

이런 노력으로 2006년 12월 육군 장병들의 정규 훈련 과목으로 태권도를 채택한다는 남아공 육군 총장 Z.S.쇼케 중장의 결재가 났다.

이런 가운데, 남아프리카공화국 육군의 전투대비참모부장으로 흑인인 D.M.궤비 소장은 2007년 6월 22일, 태권도센터의 제1기 수료생들이 보인 시범에 매우 만족해했다.

<연합통신>에 따르면, 이날 궤비 소장은 요하네스버그에서 남쪽으로 차량으로 1시간 가량 떨어진 하이델버그 육군체육부대에서 지난 3개월 동안 한국의 조정현 사범으로부터 태권도를 배운 31명의 군 수련생들이 우렁찬 함성과 함께 절도있는 자세로 찌르기와 발차기, 품새 및 격파시범 등을 선보이자 무척 흡족해했다.

이날 행사는 지난 3월 체육부대에 처음으로 설치된 태권도센터에서 3개월 동안 실력을 갈고 닦은 제1기 수련생들이 퇴소식과 함께 약 30분에 걸친 시범을 보이는 것으로 진행됐다.

이와 함께, 지난 1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유일의 체육중-고등학교인 ‘프리토리아대학 부설 스포츠아카데미’에 태권도가 처음으로 채택돼 신입생을 모집했다.

<연합통신> 보도에 따르면, 행정수도인 프리토리아에 소재한 이 학교는 올해 처음 태권도를 교과목으로 개설, 10학년 학생 2명과 9학년 학생 1명을 신입생으로 받아들여 선수양성을 실시하고 있다.

학생들은 일반 정규 교과 과목을 이수하면서 프리토리아대학 내에 소재한 별도의 국가대표 선수 훈련원인 하이퍼포먼스센터(HPC) 시설을 함께 이용하면서 태권도를 연마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는 인사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파견된 조정현(37) 사범으로 그는 HPC에서 이 나라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들도 함께 지도하고 있다.

서성원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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