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을 뒤흔드는 기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다. 도장 정문에 들어서기도 전에 그들의 쩌렁쩌렁한 기합소리는 “이 도장은 어떤 곳이기에…” 하는 호기심을 들게 할 정도다.

지난 14일,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용인대석사태권도장. 짧게 머리를 자른 강인한 인상의 김용한 관장이 수련생들에게 태권도 기본자세를 가르치고 있다. 그는 흘러내리는 땀을 연신 닦아 내며 지도에 열성을 보였다. 여느 일선도장에서 보기 드문 이색 광경이었다.

용인대석사태권도장 수련생들이 품새 연습을 하고 있는 가운데 김용한 관장이 자세를 바로잡아주고 있다.사진 원안은 수련생의 띠를 고쳐매주고 있는 모습.

김 관장은 “미친 듯이 가르쳐야 수련생들에게 당당할 수 있다”며 “어제도 미쳤던 날이고, 오늘도 미쳐서 보낸 날”이라며 자신의 교육 철학을 얘기한다. 강 관장이 도장을 개관해 태권도를 가르친 것은 10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열성적인 지도로 수련생은 초기에 비해 두배로 늘었다.

많은 수련생들이 도장을 찾게 한 비법은 도장 자체 설문조사를 통한 학부모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것. 물론 철저한 교육 프로그램과 열정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김 관장의 책상 위에는 학부모들로부터 받은 설문지가 수북하다. 그는 “학부모들이 도장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는 것은 중요하다. 독자적인 교육추진방식은 옛말이다. 태권도만을 가지고 오랫동안 수련을 지속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고 말한다.

그는 설문을 토대로 자칫 태권도 수련에 흥미를 잃어가는 수련생들을 위해 계절별 레저스포츠 활동(수영, 스키, 스케이트, 승마)을 실시한다. 여기에 오랜 기간 동안 뇌호흡, 단전호흡, 요가 등을 직접 배워 체득한 것을 수련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용인대석사도장의 특별한 교육 방법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오늘날 학교교육에서 담당해 내지 못하는 '인성교육'을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담당해 내고 있다는 것. 1년에 3번 열리는 학부모 참관 공개 심사의 한 부분인 '효도맹세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매일 부모님에 대한 자식의 도리를 항상 교육시켜 온 그의 애끊는 마음이 엿보인다. 

이날 도장을 찾은 한 학부모는 “공개수업에서 애기로만 보이던 우리아이가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감사의 편지를 읽어주는데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변해 버린 아이를 보며 저도같이 눈물 흘렸다”며 그 날의 감동을 떠올렸다.

하루 교육을 마친 그는 개관 이후 졸곧 좁은 도장 안 화장실에서 몸을 씻은 뒤 책상에 앉아 새로운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연구에 매진한다고 한다. 서울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쉴 수 있는 날은 일주일에 1번이라고 하는 김 관장은 "내가 오늘 하루 편하게 쉬면 수련생들의 내일 하루가 불편해진다. 수련생들에게 매일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아직은 편하게 쉴 수 없다"며 적막한 사무실 한쪽 이불 위에 고단한 몸을 맡긴다.

김동명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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