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시범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것은 대부분 4m 높이의 격파물을 보조자의 몸을 딛고 한 바퀴 회전해 격파하는 ‘장애물 딛고 공중몸돌아차기’.

일반 관중들은 상당한 높이의 공중에서 펼쳐지는 이 시범을 보고 환호성을 지른다. 그러나 환호 속에 감춰진 시범단원들의 훈련 과정은 커다란 안전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다. 실제로 이 시범을 훈련하거나 시범을 보이는 공연 중에 단원들은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국기원시범단의 '장애물 딛고 공중 몸돌아차기'시범 모습.

모 대학교의 태권도시범단에서 활동한 한 모씨는 “공중몸돌아차기 시범 도중 바닥에 엉덩이가 닿으며 떨어져 병원에서 3개월간 누워서 생활해야만 했다. 그나마 머리가 먼저 닿지 않아 다행이었다”며 아찔했던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그는 “연습을 충분히 했음에도 보조자와의 호흡이 항상 같을 수 없다. 위험은 항상 존재하며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더욱 위험스럽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이 고난도 시범의 공연을 자제하거나, 사전에 충분한 훈련 단계를 거쳐야 하며, 또 훈련이나 공연 과정에서도 안전한 보호매트를 구비해야 한다는 게 시범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장애물 딛고 공중몸돌아차기’의 훈련 과정은 1) 제자리에서 자신의 몸을 자유롭게 한 바퀴 회전한 후  2) 도약에 이은 보조자의 몸을 밟고 공중에 오르는 타이밍 익히기 3) 마지막으로 체공상태의 정점에서 몸을 회전시키며 굽혀있는 무릎을 펴 격파물을 차고 내려오는 순서다.

가장 많은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순간은 체공 상태의 정점에서 몸을 회전시키는 것. 바로 여기서 시범자의 심리적 불안감은 과도한 회전과 온몸의 경직을 가져와 사고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지면에 발을 딛고 공중에서 몸을 회전하는 것에 비해 4m 높이에서의 공중회전은 심리적 부담이 엄청나게 크다. 특히 시범자가 처음 시도하는 상황이라면 불안감은 배가된다. 

이러한 위험 요소가 내재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선 시범단의 훈련 환경은 열악하다. 위험을 경감시킬 수 있는 매트 시설이 태부족이다. 얇은 매트조차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훈련을 하는 시범단도 있을 정도다.

일각에서는 공중몸돌아차기를 훈련하는 시범단원들의 마음가짐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모 대학에서 단원으로 활동 중인 박 모씨는 “공중몸돌아차기를 훈련에서 성공하게 돼 시범에 투입되면 다른 단원들보다 더 뛰어나다고 능력을 인정받게 된다.

자신의 신체적 기능을 고려하기 이전에 남보다 우월해지고 싶은 무리한 욕심이 결국 사고를 부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단원들의 훈련에 임하는 성급한 자세를 지적했다. 

국기원의 한 관계자는 “일반 대중의 흥미 유도와 볼거리 제공을 위한 고난도 시범의 공연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시범의 마지막을 굳이 큰 위험을 안은 채 태권도 기본적인 기술과 동떨어진, 곡예와 같은 기술을 접목하는 것은 고려해 볼 사항”이라며 정통성을 지키는 시범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편 국기원시범단에서 활동 중인 김 모씨는 “각종 경연대회의 상위 입상자들일수록 우승하기위해 경쟁력있는 발차기로 공중몸돌아차기를 선택한다. 소수의 인원만이 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에 희소성이 있어 우승하는데도 유리하다”며 이 고난도 기술 공연의 불가피성을 말했다.

정대길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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