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진학을 앞둔 태권도 선수들과 학부모들이 가장 믿고 의지하는 곳이 바로 지도자다. 전국의 고등학교 지도자들은 그만큼 선수와 학부모들에게는 신뢰의 대상이며 그들의 말 한마디에 울고 웃게 마련이다.

현재 대다수의 태권도 지도자들은 해마다 학교 측과 계약을 해야 하는 ‘비정규직 근로자’이지만 태권도부 안에서만큼은 최고의 권력자다. 때문에 많은 학교에서 해마다 자행되는 그들의 횡포를 선수들과 학부모들은 당연한 권한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수면 아래 잠겨있던 지도자들의 권력 남용과 몰염치한 행각에 대한 비판 여론들이 하나 둘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지난 4월 30일 인천의 ㅈ고등학교 교장실. 9명의 학부모들이 이 학교 A(43) 코치의 해임을 위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18개월 동안 A코치의 금품수수와 성추문 등의 부도덕한 행위를 조사해 탄원에 앞장섰던 학부모 김모(45)씨는 이날 교장실에서 A코치를 성토하던 중 흥분해 뇌출혈로 쓰러져 결국 사망했다.

학부모들의 탄원서에 기재된 내용들을 심사숙고한 학교 측은 지난달 8일 A코치를 해임했다. 이 학교의 교감은 “매년 자녀들의 졸업을 앞둔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그의 부도덕한 행위를 문제삼았다. 항상 옷깃을 여미는 자세로 임했어야 하는데 그는 지도자로서 자신의 위치를 망각했다”고 밝혔다.

탄원서에 나온 A코치가 해임사유는 명확했다. A코치는 학교와 정식 근로계약을 체결하기 전인 2005년 말까지 학부모들로부터 월 400만 원의 코치비를 받았다. 그는 2006년 근로계약 체결 후 300만 원으로 줄어든 자신의 수입을 채우기 위해 새벽운동 수당을 학부모들로부터 별도 수령했다. 이 결과 해임 직전인 4월 코치비만 월 410만 원을 받아냈다.

그는 코치비  이외에 전국대회 출장비로 2006년 학교 측과의 계약당시 금액인 30만 원을 훌쩍 넘는 50만 원을 매 대회 때마다 받았다고 한다. 학부모 대표는 “지방대회에 가서 30만 원을 줬더니 바닥에 던져버렸다. 20만 원을 더 주자 받았다”고 얘기했다.

이외에도 학부형들은 A코치가 대회 출전비와 메달획득에 따른 수고비, 대학 진학 시 교수 인사비용 등을 요구해 받아왔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A코치 해임의 결정적 이유는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제기한 ‘도덕성 결여’ 때문이다. ㅈ고등학교의 태권도부 지도교사는 “A코치는 학부모들이 함께 지방 대회에 오는 것을 상당히 싫어해 빨리 올라가라고 종용했다.

항상 학부모들에게 술자리를 강요했다”며 학부모님들의 고초를 들려줬다.

학부모들은 “코치와 술을 마신 후에 노래방에 가서 몸을 더듬으며 자신과 몸을 맞대고 춤을 출 것을 강요했다. 몸을 밀착시키는 것은 기본이다. 입을 맞추는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며 “자식 맡긴 죄인이라는 생각으로 참아야 하는지 정말 힘들었다”라며 괴로웠던 당시 심경을 떠올렸다.

그들이 작성한 자필 진술서에는 “2005년 지방대회에서 엄마들만 있는 방안에 술에 취한 A코치가 들어와 누워있는 학부모에게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행동을 해 도와달라는 다급한 전화를 건 사람도 있다”는 내용도 들어있었다.

하지만 ㅈ고등학교에서 해임된 A코치는 학교 측과 학부모들의 진술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사실 무근이다.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는데 명백한 명예훼손이다. 현재 나의 억울한 사정을 노동위원회에 재소해 놓은 상태다. 3개월 후에 결과가 나오면 결백을 확인받고 학교 태권도부 코치직에 100% 복직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2005년 ㅈ고등학교를 졸업한 한 선수의 학부모는 설움에 복받쳐 흐느끼며 “어떻게 그런 일들을 하고도 억울하다고 복직하려 한다니 사람도 아니다. 이미 졸업한 피해 학부모들의 수도 엄청나다”며 몸서리쳤다.

인천지역에서 일어난 이번 사태에 대해 인천시태권도협회의 한 관계자는 “성희롱 부분들은 말하는 이들에 따라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거의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 이런 루머가 있다. 사실로 확인된다 해도 해당 코치는 경고 후 가벼운 징계조치 이외는 별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A코치의 해임 후 혼란에 ㅈ고등학교의 태권도부는 공개채용을 통해 국가대표 선수츨신인 강모씨를 코치로 영입해 새 출발을 선언했다.

정대길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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