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밤 11시. 대회가 열린 창평체육관 인근의 한 음식점에서 박종만 한국가스공사 감독과 신재현 코치는 가슴 속에 쌓아뒀던 울분을 터뜨렸다.

박 감독과 심 코치는 “경기에서 이겼는데, 지고 나오면 할 말이 없다.” “심판들을 믿을 수 없다. ‘장난’이 심하다” “경고 판정에 일관성이 없다”며 가슴 아파했다.

지난 22일, 대회가 모두 끝난 후 박종만 감독(가운데)이 한국가스공사 선수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대회에 한국대표선수로 출전한 한국가스공사 소속의 선수는 송명섭(페더급)과 이순재(플라이급), 장창하(웰터급) 등 3명. 대회를 앞두고 주위에서는 “그동안 열심히 훈련했고, 평소 기량을 발휘하면 2개의 금메달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금메달은 단 1개도 나오지 못했다. 박 감독이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이순재와 장창하의 경기.

이순재는 플라이급 준결승에서 호세 안토니오 라모스(스페인)에 3-4로 석패했다. 3회전 종반까지 4-4로 팽팽하게 맞섰지만 종료 직전 이순재가 호세의 옆구리를 돌려차기로 정확히 가격하면서 넘어졌다. 그러나 돌려차기는 유효득점으로 인정되지 않았고, 경기가 종료되었는데도 주심은 이순재에게 경고를 줬다. 결국 이순재는 경고 누적으로 감점패했다.

장창하는 웰터급 결승에서 스티븐 로페즈와 3회전까지 (-1)1:1(-1)로 승부를 내지 못해 연장전에 돌입, 로페스가 이중 밀어차기로 장창하의 복부를 공격했고, 이를 받아차던 장창하가 로페스의 발에 밀려 넘어졌다. 그러나 스티븐의 밀어차기가 득점으로 인정되면서 승부가 끝났다.

박 감독은 일관성이 없는 주심의 경고 판정으로 이순재와 장창하가 희생양이 됐다며 “기능이 미숙하거나 ‘장난’을 치는 심판들을 쫓아내고 징계를 줬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심판을 담당한 일부 관계자들의 몰염치와 무책임감을 지적하며 강한 적개심을 나타냈다.

신 코치는 유럽계 심판들이 노골적으로 한국 선수들을 ‘죽였다’며 “본부석에 있는 한국의 임원들이 이런 것에 특단의 조치를 내리지 않고 방관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그는 “순재는 이번 대회를 위해 무려 10Kg을 줄었다. 훈련도 열심히 했다”며 “이긴 경기를 뒤집어 버리면 얘들 인생은 어떻게 되나. 한동안 슬럼프에 빠질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박 감독과 신 코치가 이번 대회의 아픔을 딛고 소속 선수들을 잘 추스려 베이징올림픽을 어떻게 준비할 지 궁금하다.

서성원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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