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태권도계에서 ‘좌파 태권도인’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구효송 영산대 태권도학과 교수(사진)가 국내 태권도 제도권의 민족주의 정서와 국기원의 구조적 모순을 지적하며 세계태권도연맹(WTF)이 단증을 발급해야 한다고 주장해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구 교수는 최근 <무카스뉴스>에 기고한 ‘시론’에서 “국기원의 단증발급 업무가 마치 국기원 고유의 것인 양 인식되어 왔다”며 “어느 기관의 통제를 받지 않고 국기원이 (단증 발급을) 독점하고 있는 것은 이미 국기원이 또 하나의 세계태권도기구라는 것을 실질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구 교수는 “WTF와 국기원이 각기 독립된 세계기구로 양립하고 있는데, 이 자체가 이미 모순이고, 어느 스포츠종목에서도 볼 수 없는 기이한 제도가 태권도계에 들어앉은 것”이라며 이같은 원인을 김운용 전 국기원장의 1인 지배체제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그는 ‘태권도가 한국의 것’이라는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WTF 본부를 한국에 둘 필요가 없다고 제기했다.

구 교수는 “국가협회가 아닌 WTF가 한국인들에 의해 장악된 채 대한민국에 본부를 두고 있으면 필연적으로 한국의 민족주의적 정서에 휩싸이게 되고, 이는 태권도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세계연맹을 세계인의 손에 놓아주자. 그리하여 태권도가 살아남을 수 있게 하자”고 역설했다.

이어 각 대륙연맹이 발급하고자 하는 단증 발급을 WTF는 중단시킬 명분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단증 발급을 중단시킬 명분은 WTF가 단증 업무를 (국기원에서) 넘겨받는 일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국기원의 고유 업무처럼 인식하고 있는 단증 발급 업무를 WTF로 이관시키라는 것이다.

구 교수는 “(단증 발급을 이관받은) WTF는 각 대륙연맹을 설득하여 전체 조직을 정비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기 위해서는 WTF 자체가 좀 더 떳떳한 조직이 되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이와 동시에 국기원의 위상과 앞날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주장에 대해 주위의 평은 엇갈리고 있다. 한 교수는 “태권도 발전을 위한 하나의 시각으로 이해하면서 읽어볼만하다”고 말하는 반면 한 교수는 “현재 국내 태권도계의 정서를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서성원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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