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신호의 첫 출발이 개운치 않다.

국내 지도자, 상임심판들이 참석한 ‘2017 세계태권도연맹 겨루기 경기규칙 개정 내용 설명회’는 애매한 규칙 설명으로 오히려 혼란만 초래했다.

‘경기규칙 개정 내용 설명회’에서 지도자들이 맨바닥에 앉아 경청하고 있다.

대한태권도협회(KTA)가 22일 오전 10시 한국체육대학교 승리관 2층 태권도훈련장서 ‘2017 세계태권도연맹 겨루기 경기규칙 개정 내용 설명회’를 개최했다.

설명회에 앞서 류호윤 KTA 운영부장은 “동계훈련 직전 국내 학교, 팀에 보탬이 되고자 개최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경기규칙으로 인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에서 설명회를 열었다”며 배경을 설명했고, 이어 정국현 세계태권도연맹(WTF) 기술위원장이 진행을 맡아 새롭게 바뀐 규칙들을 설명했다.

분명 취지는 좋았으나 전국 각지 지도자, 대한체육회 상임심판, KTA 상임심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가진 설명회 치고는 내용도 초라했고, 준비도 형편없었다.

가장 관심이 모아진 부분은 역시 ‘컷트발’과 ‘밀어차기.’

이미 언론을 통해 ‘컷트발’과 ‘밀어차기’에 대한 애매한 규칙이 보도가 된 상태였고, 지도자들은 이날 설명회에서 명확한 경기규칙의 정의를 듣고자 참석했다.

그러나 정국현 위원장의 설명은 참석한 지도자, 심판들에게 실망만 안겼다. 특히 컷트발과 밀어차기 설명에서는 “애매모호하다”며 명확한 경기규칙을 설명하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군체육부대 강동국 감독은 “설명 말고, KTA에서 시뮬레이션 동영상을 제작해서 보여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설명회가 끝난 이후 다수 지도자들은 “흡족하지 못하다. 기름 값이 아깝다. 이미 애매하다고 알고 있는 내용을 또 애매하다고 하시니 정말 혼란스럽다. 오늘은 명확한 해석을 해줄 줄 알았는데...”라며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앞서 정 위원장과 지도자들의 말과 같이 현재 WTF 경기규칙에는 명확한 정의가 없다.

이날 설명회에서 정 위원장은 ‘밀어차기 공격 시 고의적으로, 혹은 공격을 피하려고 점프를 뛰었을 경우 벨트 이하를 공격한 공격자가 감점이냐, 아니면 점프를 뛴 선수가 감점이냐’는 기자의 질문에도 “그것 역시 애매한 부분이다”라며 명확한 답변을 내리지 못했다.

정국현 위원장은 KTA의 요청에 따라 설명회에 나섰지만 결국 KTA의 섣부른 판단 때문에 지도자들의 불신과 볼멘소리만 사게 된 꼴이다.

WTF 개정규칙은 아직 WTF 내에서도 정의를 내리지 않은 상태로, 동계훈련에 일조하고자 개최된 이번 설명회는 결국 ‘빵점’ 설명회로 끝이 났다.

지도자들에게 나누어 줄 유인물도 없었고, 설명에 쓰인 자료도 볼품없었다.

한편, 이날 설명회 직전에는 상근이사 내정자인 삼성에스원 태권도단 오일남 감독의 뜬금없는 인사말이 있었다.

이와 관련 김 모 코치는 “대한체육회 인준도 얻지 못한 상근이사 내정자가 그런 자리에서 인사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체육행정가 출신의 최창신 회장에게 기대하고 있는 바른 행정과는 동떨어진 것 아니냐”며 실망스런 눈길을 보냈다.

또 지난 15일 최창신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총통’처럼 위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의장’ 명칭을 없애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100여 명의 지도자와 상임심판들은 경기장 맨바닥에 앉혀놓고, 오일남 상근이사 내정자와 심명구 부의장, 박덕규 품새 의장은 의자에 나란히 앉는 등 권위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정작 편히 앉아야 마땅한 지도자들은 맨바닥에, 상근이사 내정자는 편한 의자에 앉았다. 지도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류호경 기자  hk47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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