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태권도연맹(WTF·총재 조정원)과 북한이 주도하는 국제태권도연맹(ITF·총재 장웅)가 양분된 두 기구의 태권도 기술 및 행정 통합 논의를 위한 태권도통합조정위원회를 정식 구성했다.

두 기구는 지난달 31일 중국 베이징에서 태권도통합조정위원회 제1차 회의를 열고, 조정위의 임무와 권한, 그리고 운영절차에 관한 서로의 입장을 확인했다.

이대순 WTF 부총재와 류성일 ITF 통합정책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중국 베이징 스위스호텔 회의장에서 제1차 태권도통합조정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악수를 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 WTF에서는 이대순 부총재와 양진석 사무총장, 이규석 집행위원, 이경명 교육위원장, 최만식 사무차장, 강석재 홍보부장 등 6명이 참석했으며, ITF에서는 공동위원장인 류성일 북한태권도위원회 부위원장과 리용성 사무총장 등 6명의 실무위원이 참가했다. 

이날 회의에서 WTF 측은 이대순 부총재를, ITF 측은 류성일 통합종책위원장을 공동 위원장으로 선임하고, 앞으로 회의 일자와 장소는 서신 교환을 통해 서로 협의, 결정하기로 했다.

특히 양 측은 이번 회의에서 태권도 품새 및 겨루기 관련 자료들을 교환하고, 기술 규정 통합 문제를 합의하기 쉽고 실질적인 결과를 낼 수 있는 원칙에서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양 측의 입장이 달라 원만하게 통합을 추진하기에는 여러 가지 걸림돌이 많다는 지적이다. 우선 WTF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산하의 국제 스포츠 기구임을 내세우며 통합 과정에서 국제 스포츠 단체의 질서와 모든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공인된 국제 스포츠 기구인 WTF가 국제 스포츠 기구가 아닌 ITF와 명확한 차별화를 긋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번 회의와 관련, WTF 측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각 나라를 회원국으로 두고 있는 국제 태권도 조직이지만, ITF는 나라가 아닌 도장도 회원국으로 포함한다”고 말해 동등한 입장에서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ITF 측은 회의 대표자들이 통합 사안을 결정하자고 하지만, 우리는 최고의결기구인 집행위원회 총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고 말해 통합을 서두르는 ITF 측과 거리감을 뒀다.

한편 두 기구의 통합 논의는 지난 2005년 6월 스위스 로잔에서 조정원 WTF 총재, 장웅 ITF 총재, 자크 로게 IOC 위원장 회동 이후 4차례의 실무회담을 가진 뒤, 지난해 12월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세계 태권도 기술 및 행정 통합 논의를 위한 회의를 개최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서성원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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