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새해 벽두부터 국제태권도연맹(ITF)는 세력 구도를 둘러싸고 내분이 일어났다.

당시 최홍희는 ITF 총재직을 둘러싸고 내분이 일어나자 자신과 입장이 달랐던 친아들 최중화(ITF 사무총장)와 반목이 싹터 2001년 1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ITF 특별총회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이날 총회에서 2003년 7월까지 예정된 최홍희의 총재 임기를 2007년 7월까지 4년 연장하는 안(案)이 통과되자 최중화가 반발했다. 그러자 최홍희는 최중화의 사무총장 직을 박탈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와 관련, ITF 대변인은 성명서를 통해 “최중화 사무총장은 무도인으로서 도덕 윤리적인 본분을 망각하고 ITF 규율을 문란하게 하였으므로 총회에 참가한 회원 전원의 결정에 따라 그를 사무총장직에서 해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최중화 측은 최홍희의 세금포탈 혐의 등을 제기하며 ITF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최홍희 측에 본격적으로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이런 소식이 국내에 알려지자 태권도인들은 '부자(父子)간의 권력다툼'이라며 두 사람을 폄하했다.

그런 와중에 최홍희의 병세는 급격하게 나빠졌다. 죽음을 직감한 그는 "남한이든 북한이든 모두가 나의 조국이다. 어디서든 나를 불러주는 곳에 뼈를 묻고 싶다"고 밝혔지만, 한국은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의 한국 방문을 추진한 정우진(GMHS 회장)은 한국과 북한 정부에 공문을 발송, 최홍희의 처지를 알리고 방문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남한, 북한 양쪽의 답이 생각처럼 나왔다"고 말해, 한국 방문 추진이 성사되지 못했음을 시사했다.

한국의 문화관광부 측은 GMHS 측이 발송한 공문 내용에 대해 "수용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다만 그를 독립유공자 인정 여부에 대해 국가보훈처에서 심사 중에 있다"고 통보했다.

이윽고 2002년 6월 15일, 평양에 도착한 최홍희는 사망했다.

그는 타계하기 전 ITF 이기하 부총재와 임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민족고유의 무도인 태권도를 하나로 만들어라 △태권도 보급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ITF 회원들에게 고맙다 △나는 일평생 태권도 창시와 보급을 위해 힘들게 싸워 왔지만 피곤하지 않고 행복하다 △북한의 장웅 IOC 위원을 나의 후계자로 삼아라 △아들 최중화를 아버지로서 인정하지만 공적(公的)으로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등의 유언을 남겼다.

그러나 후계자로 장웅을 지목한 것에 대해선 아직도 논란이 많다.

그를 ‘태권도 창시자’로 인정한 북한 측은 장의(葬儀)위원회를 구성, 사회장으로 장례를 치렀다. 시신은 애국열사릉에 안치했다.

국내 태권도인들은 그의 죽음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와 30년간 대립각을 이뤘던 세계태권도연맹 측은 그의 죽음과 관련해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과 캐나다 지역에서는 추모식이 열렸다. 미국 중서부의 무도인 50여 명은 시카고에서 추도 모임을 갖고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끝

서성원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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