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대회에서 관심을 끄는 경기는 단연 여자 -46kg급 대구 수성구청 김보미(24)와 인천 동구청 김윤옥(24)의 대결이다.

물론 이 체급에는 리우올림픽 출전을 앞둔 국가대표 김소희(한국가스공사)가 있다. 하지만 그랑프리를 비롯한 각종 국제대회 출전으로 인해 국내대회에 거의 출전할 수 없다보니 김보미와 김윤옥이 눈에 띌 수밖에 없다.

특히 이 두 선수가 태권도계에서 관심을 받는 이유는 각종 국내대회에서 매번 우승을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기 때문이다.

'2016 경주코리아오픈' 여자 -46kg급 준결승서 만난 김윤옥(왼쪽)과 김보미.

라이벌 수식어는 당연히 따라붙었지만 김윤옥은 김보미를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지난해 춘천코리아오픈, 우수선수선발대회, 통합랭킹결정전까지 국내 메이저대회에서 김보미에게 모두 패했고, 지난 5월 충남 홍성서 열린 협회장기 결승에서도 김보미에게 무릎을 꿇었다.

또한, 이 둘 사이에는 미묘한 기류가 맴돈다.

지난해까지 수성구청에서 활약한 김윤옥은 제96회 전국체전 1위를 포함 여자일반부 국내랭킹에서도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수성구청 소속으로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  

김윤옥은 꾸준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그 해 계명대를 졸업한 김보미가 수성구청과 계약하며 인천 동구청으로 이적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다보니 김윤옥에게는 ‘2위’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지난 5일 끝난 ‘2016 경주코리아오픈국제태권도대회’에서도 맞대결은 피할 수 없었다. 준결승을 앞둔 김보미와 김윤옥의 표정은 무덤덤했다.

주변 반응은 김보미의 우세였지만 이날 김윤옥의 눈빛이 그전과는 달랐다. 준결승이 시작되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김윤옥이 먼저 얼굴공격을 성공시키며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3회전서 김보미가 몸통 공격에 이어 얼굴 내려찍기까지 성공시키면서 단숨에 역전에 성공, 그때까지만 해도 여자 -46kg급 결승전은 한국체대 심재영과 김보미의 대결로 점쳐졌다.

패색이 짙은 김윤옥. 20여 초가 남은 상황에서 근성의 공격을 퍼부었고, 난타전 속 김윤옥의 내려찍기가 헤드기어에 적중되면서 승부는 재역전되었다.

김윤옥을 응원하고 있는 인천동구청 선수단.

피 말리는 시소 싸움에 인천 동구청 선수단과 세컨드는 “윤옥아 일어나, 윤옥아 할 수 있어”라며 목이 터져라 응원을 펼쳤다.

결국 최종스코어 9대 8, 4전 5기 끝에 김윤옥이 활짝 웃었다. 비록 준결승서 당한 종아리 부상으로 결승전 도중 심재영에게 기권하며 2위에 그쳤지만 코리아오픈에 참가한 2,481명 중 가장 값진 승리를 거뒀다.

경기가 끝나고 이틀 뒤 관중석에서 만난 김윤옥은 “기쁘다. 심리적으로 가장 힘들었다”며,  “다친 종아리를 치료하면서 이제 대통령기를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사실 경기장 밖에서는 보미랑 친하게 지낸다. 한국가스공사 소희랑도 친하다. 하지만 경기장에서 선의의 경쟁은 계속될 것 같다.”며 다가오는 승부를 예고했다.

김윤옥이 이번 경주오픈서 승리했지만 김보미 역시 만만치 않다.

상대 선수를 휘청하게 하는 강한 돌려차기와 한 손을 높게 올려 거리를 조절하면서 상대를 혼란시키는 특유의 자세, 그리고 탄탄한 밸런스에서 나오는 얼굴 내려찍기는 일반부 여자 -46급에서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김윤옥과 김보미의 닭띠 라인 2강 구도, 여기에 리우올림픽 이후 김소희의 합류.

이미 점화된 일반부 여자 -46kg급 랭커들의 화끈한 경쟁은 앞으로 계속될 전망이다.

류호경 기자  hk47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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