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일선 태권도장의 경영난이 심화돼 지난 20년간 지속됐던 호황기(好況期)가 끝났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일선 도장의 경영난은 이미 오래 전부터 감지됐다. 경기 침체로 인해 사교육비 투자가 해마다 감소하고, 저출산 풍조로 인해 태권도 수련 인구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레저스포츠 중심의 사회체육 확대로 태권도의 사회적 가치와 이미지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을 대한태권도협회(KTA)도 인식하고 있다. 80년대 이후 연간 10%로 승품단 심사 인원이 증가해왔지만, 2005년부터 하향세에 돌입했다는 게 KTA의 설명이다. 특히 2002년을 정점으로 태권도 주 수련층인 남녀 4-12세 어린이의 절대 인구가 감소해 현재의 도장 경영 방식으로는 도장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는 KTA 자료를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2005년도 전국 승품단 심사 인원은 50만 728명이었으나 지난해 48만 4184명으로 줄어들어 전년대비 3.4% 감소했다.

정부의 교육 정책도 태권도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올해 교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대로 태권도가 포함된 '방과 후 학교'를 시행할 방침이어서 만약 '방과 후 학교'가 전면 시행될 경우 일선 도장의 경영난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방과 후 학교'의 운영 시간은 오후 2시 30분부터 5시 30분. 일선 도장에서 초등학생들이 태권도를 수련하는 시간대와 비슷하다. 월 수련비는 보통 8-10만 원인 일선 도장의 25%에 해당하는 2만5000원 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안용규 한국체육대학교 교수(KTA 도장분과위원장)는 "교육부의 '방과 후 학교'는 실질적으로 사교육(일선 도장)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렇게 될 경우, 일선 도장들은 살아남느냐 아니면 도태되느냐는 기로에 서게 된다. 누구든지 '도장이나 차리면 되지'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도장 사업은 존폐의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허건식 소마연구소장(체육학 박사)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태권도공원 조성 및 태권도 진흥을 위한 특별법이 통과되면 앞으로 초등학교에 태권도 교과과목이 신설된다"며, "이렇게 될 경우 일선 도장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도장 경영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일선 도장의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사회 전반적인 요인으로 인해 태권도 수련인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 도장은 오히려 늘어나고 정부의 정책도 일선 도장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늘어나는 도장도 포화 상태에 이르러 도장 경영난을 가속화하고 있다. 2006년 3월 현재, KTA에 등록한 도장은 8,032개. 하지만 미등록 도장을 포함하면 1만 1,000개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30개가 넘는 대학에서 태권도를 전공한 학생들이 졸업을 하면 대부분 몇 년 후에 도장을 개관하기 때문에, 앞으로 3년이 지나면 도장은 1만 2,000개를 훨씬 웃돌게 될 것으로 보여 '제살 깎아 먹기'식의 치열한 생존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실이 이렇게 되자 일선 태권도인들은 국기원과 KTA 등 태권도 기관들이 '도장 살리기'에 관심을 가져야 촉구하고 있다.

태권도 기관들도 이러한 여론을 수용해 도장 발전을 위한 중단기 계획을 수립하고 방송사와 연계한 광고 제작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일선 도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도장 살리기'의 1차적인 책임자는 도장을 경영하는 일선 태권도인이다.

현재 국기원이 위탁한 '태권도장 경영활성화 모델구축방안'을 연구하고 있는 허건식 소마연구소장은 "도장 경영자들은 정부의 정책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본질을 찾고, 그 범주를 검토해야 한다. 일시적인 유희성 교육이 아닌 근원적인 무도교육 프로그램을 찾아 독창적인 수련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성원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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