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태권도를 교육받을 수 있는 '방과 후 학교'가 전면 실시됨에 따라 일선 태권도장 경영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와 저출산 풍조, 레저스포츠 발달 등으로 인해 태권도 수련인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방과 후 학교'의 태권도교육이 실시되면, 일선 도장의 경영난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서울의 한 도장에서 태권도를 배우고 있는 수련생들의 모습. '방과 후 학교'에 태권도 교육이 포함되어 있어 일선도장 운영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 교육인적자원부의 방침 

교육부는 소득에 따른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사교육비를 절감하는 내용의 교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대로 올해부터 '방과 후 학교'라는 특기적성교육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학원의 지나친 선행학습과 같은 소모적인 사교육은 줄이도록 하고, 태권도와 피아노 같은 소질, 능력계발을 위한 사교육은 '방과 후 학교'에 포함시켜 학생들을 공교육 울타리 속으로 끌어안을 방침이다.

'방과 후 학교'란 정규 교육과정 운영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현행 방과 후 특기적성 교육을 확대하는 것으로, 사교육 수요를 학교가 흡수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저소득층 자녀라 하더라도 아무런 부담없이 1개월에 1인당 1강좌를 자유롭게 무료로 수강할 수 있도록 '자유수강권(바우처) 제도'를 실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방과 후 학교', 어떻게 운영하나 

'방과 후 학교'는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학교장이 직접 운영하거나 YMCA, 지방자치단체 등 비영리기관에 위탁·운영할 수 있다. 강사는 교사 이외에 예체능 전공자, 학원 강사,예비 교사, 국내 체류 외국인 유학생, 공인된 특기자들이 활용된다.

'방과 후 학교'의 운영 시간은 오후 2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 3시간 동안이다.

태권도의 경우, 특기적성 지도 강사가 채용되는데, 현재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거나 태권도학과 출신의 석사취득자가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태권도 수강료는 일선 도장의 20～50% 수준으로 저렴하다. 특히 하위 16%이하 저소득층 학생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교육비를 전액 지원하게 된다.

태권도의 경우,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일선 도장에서 월 평균 7-9만원을 받기 때문에, 󰡐방과 후 학교󰡑에서 태권도를 선택하는 학생은 월 2만 5천원-3만원을 낼 것으로 보인다.

● 일선 도장에 미치는 영향 

'방과 후 학교'가 전면 실시되면 사설학원으로 분류되는 일선 도장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허건식 소마연구소장(체육학 박사)은 "방과 후 학교가 실시된다고 해서 지금 당장 일선 도장 지도자들이 피부로 느끼지 못할 테지만, 적어도 20%의 도장은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태권도공원 조성 및 태권도 진흥을 위한 특별법'이 통과되면 앞으로 초등학교에 태권도 교과목이 신설된다며, 이렇게 될 경우 일선 도장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현재 대한태권도협회 도장분과위원장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태권도지도자 자아혁신세미나'를 하고 있는 안용규 한국체육대학교 교수는 '방과 후 학교'는 실질적으로 사교육(일선 도장)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렇게 될 경우 일선 도장의 절반 정도는 문을 닫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 태권도계의 대응책은

현재 일선 도장은 포화상태다. 2006년 3월 현재 대한태권도협회에 등록한 도장은 8,032개이지만, 미등록 도장을 포함하면 1만 1,000개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경기침체와 저출산 등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도장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30개가 넘는 대학에서 태권도를 전공한 학생들이 졸업을 하면 대부분 도장을 개관하기 때문에, 앞으로 3년이 지나면 도장은 1만 2,000개를 웃돌 것으로 관측된다.

이처럼 도장은 늘어나는데, 도장 경영을 둘러싼 사회적인 여건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방과 후 학교'이다.

현재 국기원이 위탁한 '태권도장 경영활성화 모델구축방안'을 연구하고 있는 허건식 소장은 "그동안 태권도는 정부 정책의 테두리 안에 없었지만, 이제는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게 됐다"며 "앞으로 정부 정책에 순응하며 발 빠르게 대처하지 않거나 자본이 없는 소형 도장은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경쟁력이 없는 도장은 살아남지 못한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허 소장은 앞으로 '방과 후 학교' 뿐만 아니라 공공체육시설을 활용한 태권도 교육 등이 정부의 정책으로 채택되면 태권도 교육을 독점하던 도장의 호황기는 이젠 끝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태권도 관련 기구들과 도장 경영자들은 정부의 정책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 일시적인 유희성 교육이 아닌 근본적인 무도교육 프로그램을 찾아 독창적인 수련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안용규 교수는 도장 교육의 질적 향상을 모색해 도장이 살아남는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태권도지도자 자아혁신세미나'에서 "태권도를 근간으로 한 독창적 교육 프로그램을 지도하는 도장만이 생존할 것"이라며 "저학년 위주의 놀이형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무도 교육의 수련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태권도 관련 기관의 변화와 혁신을 바라면서 권력 단체가 아닌 도장을 도울 수 있는 조력 단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성원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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