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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승의 기쁨, 승리의 환희보다 큰 행복“힘 들어서 더 기억에 남은 소중한 추억”
  • TPC 16기 봉사단원 = 조혜린
  • 승인 2016.03.10 18:05
  • 호수 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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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를 졸업하고 안산시청 소속으로 지난해 국방부장관기 2위, 협회장기 2위 등 일반부에서 활약했던 조혜린 선수가 은퇴 후 세계태권도평화봉사재단 소속으로 파푸아뉴기니 봉사활동 기고문을 보내와 싣습니다.                                 
                                                                  --------편집자 주
                                                                      
나의 꿈 중에 하나는 ‘행복하면서 잘 살되, 소소하게 살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잘 살다 보면 오만해지고, 거만해진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겨울,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행복과 감사한 마을을 잊고 싶지 않기에 세계태권도평화봉사재단(TPC)에 지원했다.

조혜린(오른쪽) 단원과 현지 수련생이 휴식 시간 중 사진을 찍고 있다.

‘봉사’는 인생에서 꼭 경험할 필요가 있으며, 나는 행복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 행복을 누군가에게 나누어 주고 싶었다.

TPC를 처음 접한 것은 경희대학교 재학 당시였다. 모교인 경희대에서 TPC 연수가 진행 중이었고 지나가다 몇 번 봤지만 그때는 태권도 선수라는 주어진 임무에 충실해야 했기 때문에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6년이 지나고 실업 팀 은퇴를 결정하고 나서야 내가 하고 싶었던 TPC 해외봉사의 기회가 생겼다.
 
사실, TPC 봉사 지원서를 작성 하면서도 ‘할까?’, ‘말까?’ 두려움도 적지 않았다.

낯가림도 심한 편이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봉사 단원들의 평균 나이를 듣고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아니면 또 뒷걸음 칠 것 같아 눈 딱 감고 큰 결심을 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거 아니겠지만, 엘리트 선수로서 운동만 해 왔던 나에게는 정말 대단하고 용기 있는 도전이었다.
 
그렇게 기대 반, 설레임 반, 두려움 한 뭉큼을 안고 TPC 동계 연수를 들어가게 되었다.

제일 기억에 남았던 것은 시범교수법, 품새 교수법, 리더쉽 강의, 교수법 발표회.

15년 동안 겨루기만 해왔던 나는 시범교수법 강의를 통해 처음으로 즉석미션 시범을 보였다. 아는 지식도 없고, 미숙했지만, 우리 6조의 시범전공인 단원들 덕분에 조금이나마 시범  다운 시범을 보였다.

별거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새로운 경험이었고, 너무너무 떨렸다. 시범과 품새 강의는 태권도의 새로운 매력을 알게 된 시간이었다.

역시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또 느꼈다. 이유는 품새와 시범을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TPC 연수 중 가장 뜻 깊었던 시간은 교수법 발표회였다.

단원들은 각자의 아이디어와 생각을 내놨고, 성격과 코드가 분명히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어떤 사람들은 나와 다름으로 인해, 나와 맞지 않다는 이유로 상대를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단원들은 서로에게 양보하고 배려했다. 그리고 결국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를 하나로 만들어냈다.

나는 운동을 하면서 나름 다른 경험도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큰 오산이었다.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

연수가 끝나고 12일 뒤 파푸아뉴기니로 떠나게 됐다. 3시간 반 동안 비행기를 타고 홍콩을 경유해 6시간을 다시 비행해 파푸아뉴기니에 도착했다.

TPC 단원들이 현지 수련생들에게 태권도를 지도하고 있다.

파푸아뉴기니는 내가 생각 했던 것보다 훨씬 열악하지 않았다. 완전 오지 일 줄 알았는데 생활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 가장 고생 했던 점은 추운 곳에 있다가 더운 곳에 지내려니 어지럽고, 힘도 없었다. 10일 정도는 적응기간이 필요했다.
 
2주는 까리타스 태권도 선수부와 함께 훈련을 했으며, 1주는 국가대표 팀, 그리고 태권도클럽들과 합동훈련을 했다.

개학 후 3주는 학교 태권도수업과 시범준비를 했다. 수업을 하면서 느낀 점은 이 나라 사람들은 참 부끄러움이 많았다. 먼저 다가가보기도 했는데 친해지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계속 먼저 다가가다 보니 어느새 정말 많이 친해져 있었다.
 
시범 준비는 그룹별로 나누어 연습을 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태권도 동작을 가르치고 시범을 구성하는데 내 생각처럼 따라오지 못해서 답답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면 내 뜻대로 되지 않아 짜증도 냈다. 그런데 오히려 학생들이 미안해 하니까  내가 더 미안해지고 후회스러웠다.

시범을 마치고 마지막 날 밤 파티가 있었는데, 나는 학생들한테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또 내가 야단쳤던 기억 때문에 학생들이 나에게 다가오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나한테 혼났던 학생이 나에게 찾아와 선물을 주고 포옹을 해주었다. 그때 눈물이 날 뻔했다. 해준 것도 없고 오히려 야단을 쳤었는데 아이와 포옹에서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스쳐지나갈 인연일 수도 있지만, 그 인연이 누군가에게는 터닝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는 것도 느꼈다. 그래서 스쳐지나간다고 해서 무심코 지나치면 안 된다고 마음속으로 느꼈다.

자그마한 것들이 모여서 큰 것들이 될 테니까... 이 작은 추억들이 모이면 나에겐 큰 자산이 될 테니깐...

40일간의 여정은 나에겐 꿈만 같았다. 힘 들기도 했지만, 힘 들었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 추억이 됐다.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 나는 너무 행복하다. 이런 큰 선물을 받아 감사하게 생각한다.

TPC단원들과 현지 수련생들의 기념촬영 장면.

세계태권도평화봉사재단, 파푸아뉴기니 수녀님들, 안병호 사범님, 유인재 사범님께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선수라면 우승을 기쁨, 승리의 쾌감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다.

하지만 부상으로 인해, 그리고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대학, 실업 팀 선수들이 있다.

그런 선수들이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도전할 수 있는 일을 꼭 찾았으면 좋겠다.

TPC 16기 봉사단원 = 조혜린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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