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새누리당 문대성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번복했다.

문 의원은 지난해 12월 22일 “현실 정치는 거짓과 비겁함, 개인의 영달만이 난무하는 곳이었다. 체육인으로서 지키고 싶은 삶의 원칙과 가치가 있기 때문에 불출마를 선언하게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문대성 의원.

초선 지역구인 부산 사하갑이 아닌 자신이 고향인 인천 남동구로 재선 출마 가능성도 함께 점쳐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불출마 선언은 의외였다. 문 의원은 임기 후 모교인 동아대 교수로 돌아가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어 지난 18일 대한태권도협회(KTA) 이사회에 참석한 문 의원은 지인에게 동아대로 간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20일에는 돌연 홍문종 이사장의 지역구 사무실 앞 집회 신고를 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 의원은 태권도계에서 다시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문 의원이 집회를 낸 이유가 ‘국기원 특별심사를 폐지하고 홍문종 국기원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의구심을 낳았다.

태권도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특별심사 논란은 지난해 12월 29일 국기원이 사실상 철회를 선언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레 문 의원이 같은 당 국회의원인 홍 이사장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특별심사 폐지를 명분으로 집회를 한다는 사실은 무언가 미심쩍었다.

홍 이사장에 대한 사퇴 촉구야 그렇다 치더라도 그 명분이 특별심사 폐지라는 점이 무언가 어색한 그림이었다.

그러더니 그 다음날인 21일, 문 의원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권유를 받아들여 지역구를 바꿔 자신의 고향인 인천 남동구서 출마키로 하며 불출마 선언을 번복했다.

22일에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당의 요구에 응하기로 했다”며, “정치를 떠나 체육인으로서 우리나라 체육발전을 위해 노력하려 했습니다만 불출마 선언 이후 제도권 안에서 체육정책을 실현해 나가는 게 실질적이고 효율적이라는 당 지도부의 지속된 권유와 체육인 선후배들의 권유와 조언, 출마에 대한 바람으로 고심 끝에 출마를 결심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문제는 문 의원의 행보가 최근 국기원이 태권도 체육지도자 자격 검정 요건을 강화하기 위해 ‘태권도 진흥 및 태권도공원 조성 등에 관한 법률(이하 태권도 진흥법)’을 개정하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새누리당 신성범 의원을 대표발의자로 공동발의 의원들을 섭외해 4월 총선 전 마지막 국회 국회본회의 상정 및 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문 의원의 좌충우돌 행보가 자칫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국기원 홍문종 이사장.

이미 꺼진 불인 특별심사 폐지라는 명분이 새누리당 내 권력 투쟁과 이어져 자칫 태권도계의 집안싸움으로 비춰진다면 법률 개정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문 의원 측은 “25일 집회는 일단 다른 태권도단체들이 홍문종 이사장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를 같은 장소에서 별도로 열겠다고 해서 보류를 논의 중이다. 그리고, 집회와 관련해 주된 주장은 ‘특별심사 폐지’가 아니라 ‘태권도를 모르는 홍문종 이사장의 사퇴’이다. 특별심사는 이미 지난해 말 국기원서 유보한 바 있고, 또 사실상 폐지라는 말도 있기 때문에 현재 특별심사 폐지 주장이 주된 방향은 아니다. 그리고, 이미 여러 차례 홍 이사장에게 국기원 이사장 사퇴를 촉구 한 바 있으며 그 연장선상의 결과이다. 이번 집회 신고가 정치적인 계산에 의한 것이라는 추측은 오해일 뿐이다. 그리고 문 위원 역시 법률 개정 공동발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라고 일축했다.    

문 의원 측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태권도 영웅에서 박사 논문 표절로 이미지를 구긴 문 의원이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 출마를 바탕으로 IOC 위원까지 꿈꾸었지만 돌연 국기원 이사장으로 행보를 돌린 후 임기 중 각종 구설수와 의혹을 불러일으킨 홍 이사장을 향해 ‘태권도’라는 옥동자를 명분으로 투쟁을 예고한 모양새가 가치와 수단을 호도하는 복마전의 형국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히 적지 않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총선 불출마를 번복한 문 의원, 그리고 친박이지만 친박 내에서도 입지가 좁아진 홍 이사장.

문 의원이나 홍 이사장에게 과연 태권도는 ‘가치’인지, 아니면 ‘수단’인지 따져 볼 일이다.

양택진 기자  winset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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