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부터 28일까지 국가대표태권도시범단이 중남미 에콰도르와 멕시코에서 순회 시범공연을 했다. 김경석 주(駐)에콰도르 한국대사는 “시범단 공연이 에콰도르 국민들에게 대한민국의 역동적인 이미지를 심어줬다”며 “이제 대한민국하면 태권도를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라며 시범단의 활약을 높게 평가했다.

지난 6일 시범단 단장을 맡은 이주호 강원도태권도협회 회장을 만나 순회 시범 공연의 의미와 성과 등을 들어보았다.

- 주로 어디에서 시범을 했습니까? 시범 공연을 본 현지인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에콰도르 수도인 끼또를 비롯해 꾸엔카, 과야길과 멕시코 등 4번 공연을 했습니다. 시범 공연은 1시간 정도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아 30분 정도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봅니다. 현지인들이 시범을 보면서 계속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질러 단원들도 자부심을 느끼며 시범을 했습니다.

시범이 끝난 후 현지인들이 기념사진을 찍은 후 사인을 해 달라고 해서 한동안 체육관을 빠져 나가지 못했습니다. 단장인 저에게도 사인을 해 달라고 하더군요. 일부 현지인들은 숙박 장소까지 찾아와 사인 공세를 벌였습니다."

- 그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시범은 어디였나요.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시죠. 

“시범단을 공식으로 초청한 에콰도르에서의 시범이 가장 성공적이었고 인상적이었습니다. 주(駐)에콰도르 김경석 대사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각종 매스컴의 취재 열기가 대단했고, 현지인들의 호응도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특히 인구가 50만 정도인 꾸엔카에서 현지 주민들이 태권도에 매료되어 ‘한국인의 학교’라는 간판을 내걸고 태권도를 가르치는 것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 해외 현지인들이 태권도 시범을 보고 왜 열광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다른 문화 예술공연이 비해 다른 점이 있을 텐데요. 

“태권도 시범은 우선 절도와 박진감이 있습니다. 전통춤과 무용 등도 우리나라의 문화를 알릴 수 있겠지만, 이런 것들은 시범에 비해 지루하고 역동성이 부족합니다. 그러나 태권도 시범은 다른 예술 공연에 비해 역동적이고 위력적이라서 대중성이 강합니다. 이런 점 때문에 현지인들이 열광하고 환호하는 것 같습니다."

- 해외에서 태권도 시범을 하면 얻어지는 것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우선 태권도를 홍보하고 태권도의 우수성을 알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현지 교민들에게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을 주고, 일체감을 준다는 것입니다. 시범 전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눈물을 흘리는 교민들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특히 시범은 현지 주민들에게 가장 가깝게 다가설 수 있는 ‘살아 숨 쉬고 행동하는 외교사절단’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 이번 순회 시범 공연에서 느낀 것이 많을 텐데요. 

“시범 현장에 가서 직접 느껴보니 시범 효과에 비해 시범단에 대한 지원이 너무 미약합니다. 국기원과 대한태권도협회 등 태권도 기관의 지원도 중요하겠지만, 우선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왜 오페라와 국악 등은 ‘국립(國立)’이 있는데, ‘국립태권도시범단’이 없습니까? 태권도야 말로 우리가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대표적인 문화유산입니다. 정부 관계자들이 태권도의 가치를 깨달아야 합니다."

-앞으로 해외로 시범 공연을 하러 갈 때 유의해야 할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시범단을 왜 파견하는지 목표가 뚜렷해야 합니다. 그래야 명확하게 시범 내용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민간단체나 개인이 시범단을 초청하는 것보다는 정부나 공관에서 초청하는 것이 시범 공연의 효과를 극대화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시범 공연장에서, 환영만찬장에서 인사말을 할 때, 그 나라 대사의 공로를 말하면서 추켜세워 줄 필요가 있습니다. 시범단이야 시범을 마치고 그 나라를 떠나면 그만이지만, 대사는 그 나라에 남아 한국을 대표해 외교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대사의 위상과 입지를 강화해주는 말은 할 필요가 있습니다."

-끝으로 시범단 발전 방안에 대해 한 말씀 하신다면. 

“시범단도 ‘국가대표’라는 인식을 해야 하고, ‘민간외교사절단’이라는 사명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마음가짐을 가져야 현지인들에게 당당하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똑같은 시범을 하면 보는 사람들이 식상하니까 시범 기술과 연출 등을 새롭게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서성원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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