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대전광역시 한밭체육관서 열린 대전시태권도협회 2015년도 제2차 승품단 심사장서 단정한 도복에 빨간 띠를 맨 한 노인이 눈길을 끌었다.

4천 여 명의 응심자와 학부모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심사장 주변, 푹푹 찌는 무더운 날씨에도 비 오듯 흐르는 땀방울에 아랑곳없이 품새 동작 하나 하나에 열과 성을 다해 반복에 반복을 하고 있는 이 노인은 이날 1단 심사에 응심한 박석순 옹(84세).

박석순 옹(왼쪽)이 대전시협회 심사장서 1단 승단에 응심하고 있는 장면.

박석순 옹이 심사장에 입장하자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고, 기억을 떠올리듯 주춤거리며 품새를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격려의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무사히 품새를 마친 후 자신을 응원해 준 관중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는 모습 역시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와도 같았다.

박 옹은 뒤늦게 태권도를 시작한 것에 대해 “군대에서 장기 복무를 하면서 태권도가 국방을 튼튼히 할 수 있는 강인한 체력, 투철한 정신력과 임전무퇴의 정신을 함양하는 필승 국군의 초석이 된다고 느꼈다. 태권도를 배우고자 하는 마음은 있었으나 여건이 허락되지 않아 배우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움과 미련으로 남아 뒤늦게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80이 넘은 나이에 태권도를 수련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대전광역시 서구 관저동에 있는 경희대 배원균태권도장 배원균 관장은 “지난 3월초 저희 도장에 입관을 하셨다. 다른 도장에서 7~8개월 수련을 하셨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가장 큰 난관은 유연성이었다. 여기에 기본동작과 발차기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배 관장과 박 옹이 뒤늦게 시작한 태권도 수련에 대한 열정이 유연성과 평형성의 난관으로 좌절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기도 했다.

배 관장은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도전한다면 기초체력과 운동기능을 향상시켜 줄 뿐 만 아니라 신체 각 부위의 골밀도를 증가시켜 골다공증을 예방 할 수 있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어린 수련생들과 젊은이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며, 자손들에게도 좋은 본보기 될 것이다”라고 격려했다.

박 옹 역시 “우리 민족의 얼과 정신을 대변할 수 있는 전통무예인 태권도를 어렵게 시작한 만큼 꼭 승단하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정해진 수련시간 보다 30분씩 일찍 나와 즐겁게 태권도를 수련했다”고 밝혔다.

박 옹은 태권도 수련의 효과로 “체중이 줄어 한결 몸이 가벼워 졌고, 숙면으로 피로감이 말끔히 없어졌다. 특히, 스트레스가 해소되어 건강한 아침을 맞게 되면서 84세의 나이에도 개인택시를 운행하며 행복을 깨달았다. 이 나이에도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회복이야 말로 가장 큰 효과였다”라고 덧붙인다.

박 옹은 자신의 태권도 수련에 더해 손자에게도 태권도 수련을 적극 추천했다. 대전 느리울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고 있는 손자 역시 박 옹과 태권도를 함께 수련하고 있고, 자녀들 역시 든든하게 격려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100명 중 약 15명은 거의 고립 상태이며, 11명은 사회활동(취업, 단체참여, 봉사활동)이나 사회적 지원(일상적, 재정적, 심리적 지원)이 없는 완전 고립상태이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우울증이나 조울증에 시달리는 노인들 역시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노인 복지 뿐 만 아니라, 태권도 수련을 통해 노인 복지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대전=노승현 기자> 

대전=노승현 기자  tkdnews@korea.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전=노승현 기자
• tkdnew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