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대북시 타이베이 아레나에서 막을 내린 제10회 세계청소년태권도선수권대회 3일차, 부산체고 2학년 변길영(남자 -78kg급)이 남자 팀에 첫 금메달을 안기며 단비를 내렸다.

변길영

변길영은 단순한 금메달 획득이 아닌 화끈한 공격 일변도 스타일의 막강 화력을 뿜어내며 추락하던 종주국의 자존심도 함께 살렸다.

예선부터 승승장구하며 8강에 오른 변길영은 고비로 여겨졌던 대만의 리 채민과의 경기를 15대 1 점수차승으로 수확하고, 준결승서는 미국의 헨리 조나단을 맞아 1회전 12초 만에 뒤후리기를 작렬시키며 KO로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전에서도 그칠 줄 모르는 막강 공격력으로 이란의 오미디 아밀 후세인을 상대로 왼발 머리 내려차기, 받아차기 몸통 공격, 앞발 몸통공격, 그림같은 뒤후리기를 연거푸 뿜어내며 13대 5로 승리, 질적으로도 백미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타이베이 아레나 시상대를 점령했다.

부산 남산초 6학년 때 처음으로 태권도 대회에 참가한 변길영은 동현중학교를 거쳐 양소이 코치의 낙점으로 부산체고에 진학했다.

지난해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 국내 선발전에서는 아쉽게 2위에 그쳤지만, 협회장기대회에서 국가대표 1차 선발전 티켓을 확보, 지난 6일 강원도 영월에서 열린 국가대표 1차 선발대회에서는 3위에 입상하며 내달 10일부터 무주에서 열리는 국가대표 최종평가전에 합류해 기대를 받고 있다.

변길영의 강점은 끊임없는 공격 일변도의 우직함에 있다. 이번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도 유감없이 그의 기질이 발휘되었다.

변길영은 우승 후 “처음 두 번의 경기는 약간 긴장하기도 했지만, 8강전 이후에는 우승 뿐 만 아니라 대회 MVP를 염두에 두고 경기를 뛰었다. 4강전 미국 선수를 상대로 한 KO도 상대에게 한 스텝 내어주며 노리고 들어갔다. 국내 친구들과의 경기와는 달리 경쟁자들이 힘도 만만치 않고 대도 전자호구도 처음이다 보니 어려움도 있었지만 공격 기술에 있어서는 확실히 자신 있었다”고 밝혔다.

변길영의 장점은 그의 성격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자존심 강한 연습벌레이자 경기에서 집중력 또한 남다르다.

양소이 코치는 “길영이는 프라이드가 강한 선수다. 그러나 프라이드만 있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도 남다른 태도로 훈련에 임한다. 개인 훈련시간에도 미트를 차는 것 보다는 실전 스파링을 위주로 훈련하고, 고등학생임에도 자기 몸에 조금만 이상이 와도 스스로 병원을 찾아 체크를 할 정도로 자기관리에도 철저하다. 국내에서는 시니어 선수들과 견주어도 상위클래스라고 자부한다”고 평가한다.

특히, 양소이 코치와 변길영의 호흡은 남다르다.

양 코치는 변길영을 훈련시키는 과정에서 애초부터 국내가 아닌 국제용 선수로 훈련시켰다. 공격일변도에서 취약할 수 있는 방어 동작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오히려 몸통 몇 개 내어주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체력과 근성으로 상대를 몰아붙여 다득점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전투적인 방식으로 호흡을 맞췄다.

남자 -78kg급 우승을 차지한 변길영(왼쪽)의 결승전 경기 장면.

여기에 변길영의 캐릭터를 일찍부터 파악한 양 코치는 훈련과 세컨드에서 이를 충분히 활용했다.

무뚝뚝하고 자존심이 강한 변길영의 경우 다그치는 방식의 훈련과 세컨드 보다는 자신을 알아주고 인정해주며 북돋아주는 방식의 코칭이 적합하다. 심리적 안정이 무너질 경우 급격하게 경기력이 무너진다.

이에 대해 양 코치는 “염려되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다른 코치가 세컨드를 보면서도 호흡을 맞춰 경기를 풀어가는 것을 보고 멘탈적인 측면에서도 한 고비를 넘었다고 자평한다”고 밝혔다.

변길영은 열흘 앞으로 다가온 2014년도 국가대표 선발 최종대회에 출전한다. 각 체급 8명의 상위 클래스가 올해 아시안게임 출전을 목표로 일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변길영은 “바로 대회 준비에 들어가 최종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겠다. 목표는 결국 올림픽이겠지만 앞으로 모든 국제대회에 다 나가보는 것이 당면 목표다. 그동안 믿고 지원해주신 백남철 교장선생님과 양소이 코치님에게 보답하고,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양택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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