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품새대회에 경기용 품새의 개발, 채택이 시급하다는 태권도인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대회나 국제대회에서 사용해온 수련용 품새로는 경기 참가자들의 수준에 대한 변별력이 없어 심판 채점에 대한 불신만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2007년 7월 품새개발위원들이 새로이 개발된 한류 품새를 직접 선보이고 있다.

체조나 피겨스케이팅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들조차 잦은 실수로 감점을 당하는 모습은 태권도 품새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광경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는 소리가 쏟아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품새 선수들을 양성해 내는 몇몇 품새 클럽 관계자들도 이구동성으로 난이도 높은 경기용 품새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용 품새는 이미 개발된 적이 있었다. 국기원 연구소가 2006년 8월 대한태권도협회(KTA)와 세계태권도연맹(WTF) 관계자들이 포함된 경기용품새개발위원회를 만들어 이듬해 7월 16일 시연회까지 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품새가 바로 한류(韓流)와 비각(飛角)이다.

비각은 태권도의 화려한 고난도 발기술과 점프 동작이 많아 청소년과 35세 이하 성인들을 대상으로 개발됐고, 한류는 기품이 느껴지면서도 태권도 수련의 깊이를 나타낼 수 있는 동작을 중심으로 35세 이상의 장년층 선수들에게 맞는 품새다.

이 경기용 품새 개발을 위해 국기원은 적지 않은 예산까지 들였다. 그런데 4년이 지난 지금 이미 개발된 품새는 아련한 기억 속에만 존재할 뿐 대회에서도 일선도장에서도 전혀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이미 개발된 경기용 품새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WTF는 난이도가 너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제2회 세계품새대회에서 한류와 비각을 시연해 보였을 때 외국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 당장의 적용을 보류했다는 것이다. 당장 대회에 고난도의 새 품새를 확대 적용하기 어려웠다는 건 이해되지만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까지 폐기상태로 방치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세계품새선수권대회가 7회를 거듭하는 동안 이미 해외 각국 품새 선수들의 기량도 높아져 변별력이 있는 새 품새의 도입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KTA는 애초 2008년부터 경기용 품새에 비각을 포함시켜 경기규칙을 개정했다. 그런데 정작 대회에 적용한 사례는 한 번도 없다. 양진방 사무총장은 “경기용 품새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이고 협회도 내부적으로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비각은 아직 완성된 품새라고 볼 수 없어 대회에 적용시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개발위원으로 참가했던 양 총장의 완성된 품새가 아니라는 말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경기용 품새가 만들어진 2007년부터 국기원 측은 WTF와 KTA 대회에 적용해 줄 것을 공문으로 요청했지만 두 단체에서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2009년부터는 아예 그런 논의조차  사라졌다. 태권도 경기의 발전에 앞장서야 할 세계연맹과 종주국 태권도 단체들이 맥을 놓고 협의가 단절된 가운데 경기장에서는 심판들이 판정에 혼란을 겪고 참가팀들은 심판 판정을 불신하는 안타까운 현상이 심화되어 가고 있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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