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이 ‘태권도 명예의 전당’이라는 사설단체의 행사로 인해 궁색한 처지가 되었다.

이름도 가볍지 않은 ‘태권도 명예의 전당’이라는 단체가 국기원에서 ‘명예의 전당 시상식’을 개최한 것이 발단이다. 이 단체는 지난 23일부터 3일간 오전에는 국기원 체육관에서 품새와 겨루기 연수를 실시했다. 25일 오후 4시부터는 국기원 체육관에서 명예의 전당 시상식을 열었고, 오후 6시부터는 삼정호텔에서 축하연회를 열었다.

문제는 취재과정에서 드러났다. 이 단체는 지난 17일자로 태권도 전문지와 인터넷 언론매체 등에 보도자료 등을 보내 행사 소식을 알렸다. 그러나 단체의 실체에서부터 이번 행사 개최에서의 국기원과의 관계 등 무엇 하나 명확한 것이 없었다.

확인 결과 ‘태권도 명예의 전당’은 프로파일러 출신의 제랄드 로빈슨이라는 미국인이 회장 겸 사무총장으로 있는 사설단체의 이름으로 지난 2007년과 2009년에도 수상자를 선정했고, 지난해 국기원에서 이번 행사를 치르겠다고 요청해와 국기원에서 승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단체는 자신들이 “세계 각국의 주요 태권도 기관들이 지원하고 있는 유일한 기관”이라며, “역사상 가장 의미있고, 권위있는 명예의 전당 시상식”이라는 등 다소 엉뚱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지난 2월 국기원 조직개편 후 업무를 이어받은 해외전략팀 강재원 과장은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업무 인수를 받고 이 단체에 대해 파악할 자료가 없어 시간을 갖고 결정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이미 지난해 (강원식) 원장 결재까지 난 행사니 그냥 하라고 지시가 내려와 따르게 되었다”며 곤혹스러워했다. 더욱이 외부단체에 체육관을 대관할 때 받게 되어있는 대관료조차 받지 않으면서, 대관료를 받지 않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누구하나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

논란이 일자 담당 오성훈 처장은 “제랄드 로빈슨은 제2회 세계대회에 출전한 정통 태권도인 출신이다. 어떻게 생각하고 말고 할 게 없다. 그저 대관만 해주었고, 강사료를 받고 연수를 해준 것이다. 국기원과의 연관성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시정하도록 조치하면 될 것 아니냐”고 말했지만, 국기원 단증도 없는 인사가 만든 사설단체의 행사는 이미 시작되었고 뒤늦은 발뺌으로만 들렸다.

태권도를 부당하게 이용하려는 검증되지 않은 개인이나 단체의 의심스러운 행태를 막고, 국기원의 명예와 권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번 행사 신청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하고 세심한 점검이 있어야 했다. 국기원 관계자들 역시 “국기원이 해외 네트워크 구축이나 태권도인들 간의 화합과 통합을 위해 다양한 국제적인 활동을 해야겠지만, 이번 일은 아무래도 실수한 것 같다. 사설단체가 국기원을 등에 업고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걱정했다.

결국 ‘태권도 명예의 전당’이라는 기이한 이름을 내건 사설단체가 국기원을 호가호위하고, 국기원은 이에 이용당한 꼴이 되어버렸다.
<양택진 기자>

양택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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