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도 패자도 모두 상처가 되어버린 결승전 경기.

 사건의 발단은 남자 초등부 밴텀급 결승에 진출전 전북의 유청명과 전남의 이민솔의 경기에서 발생했다. 3회전 중반 전남의 세컨은 이민솔의 왼발 머리공격이 들어갔다며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고, 판독이 진행되는 가운데 경기는 유청명이 11대 10으로 이기며 끝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비디오 판독결과 이민솔의 머리공격이 득점으로 인정되며 13대 11로 경기 결과가 바뀌자 관중석에서는 유청명에게 코트에 앉으라며 지시를 내렸고, 전라북도 관계자들은 선수를 중심으로 코트를 점거하며 소란이 발생했다.

20여 분간 벌어진 소동에서 전북협회 고봉수 전무는 “아직도 이런 일이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고, 이를 말리는 KTA 임원들과 언성이 오갔다. 이미 경기에서 승리한 전남협회 관계자들은 현장에서 빠지고, 비디오 판독으로 경기결과가 뒤집힌 전북협회 관계자들은 약 20분 가까이 코트와 경기 진행본부에서 항의하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결국 코트를 점거한 전라북도 관계자들이 고전무의 지시로 퇴장하며 상황은 일단락 된 듯 보였으나, 대회가 끝난 후 각 시도협회 선수단이 경기장을 모두 떠난 후 다시 경기장을 찾은 고전무는 “우리 측 비디오로 촬영한 내용을 본 결과 복숭아뼈 아랫부분이 아닌 종아리에 의한 공격이었다. 경기 결과를 뒤바꿀 수는 없겠지만 이 일로 받아야하는 선수의 상처를 어떻게 하란 말이냐”며 협회 임원들에게 감정을 토로했다.

이에 KTA측에서는 영상판독 위원들과 KTA 임원들의 판정을 신뢰하라는 요지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고전무는 결국 “내가 경기결과를 뒤집어달라는 것도 아니고, 이미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알지만 태권도 발전을 위해서 이건 정말 아니지 않느냐”며 울먹이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비단 이 경기에서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회 첫날 오후에 접어들며 예상외로 일찍부터 과열된 각 시도협회의 판정 항의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고 있었다. 소속 시도협회의 선수가 출전하면 관계자들이 코트 앞으로 우르르 몰려와 거친 언행과 행동으로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하는가 하면, 모 시도협회 관계자는 입에서 술 냄새가 풀풀 풍기는 상태에서 경기진행본부 뒤쪽에서 항의를 한다는 제보가 들어오는 등 추태가 벌어졌다.

이 경기의 소란이 발생하기 전 경기장내에 시도협회 관계자들이 가이드 라인을 넘어오는 행위를 근절해야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필요하긴 하지만 경기장 문화가 과거와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으리라 본다”는 협회 관계자의 말이 공허할 뿐이다.

소년체전 첫날. 결국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며 대회 첫날이 마무리 되었다.

종주국 경기력 저하의 논란속에서 승자도 패자도 모두 훌륭한 경기를 보여준 초등부 어린 선수들에게 모두 상처가 되어버리고, 경기장 문화의 지체현상을 극복하지 못하는 태권도의 현실은 아직도 씁쓸할 뿐 이다.

<양택진 기자>

양택진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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