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삼정호텔에서 열린 국기원 2011년도 제 2차 임시이사회.

정부의 주도로 출범한 법정법인의 낙하산 인사여서 오현득 상임감사가 이사로 선임되는 것도 식은 죽 먹기로 예견되던 터였다. 그러나 손쉽게 이사에 선임될 것이라던 예상은 빗나갔다. 오현득 상임감사의 이사 선임에 강하게 반대하는 이사들 때문이었다. 비밀투표까지 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강원식 원장도 이사들을 쉽게 설득하지 못했던 것이다. 벌써 지도력의 한계를 드러내는 게 아니냐는 쑥덕공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유야 어떻든 비밀투표까지 간 이상 재적이사 과반수를 넘겨야 하는 상황에 봉착했다. 국기원 재적이사는 18명. 15명의 이사가 참석했고, 겨우 과반수를 넘긴 10명이 찬성해 오현득 상임감사는 이사로 선임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 건으로 인해 이사들 간의 갈등과 반목이 예상돼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법정법인으로 전환되면서 선임된 이사들 모두 태권도계에서 덕망이 높아 선임된 인사라기보다는 정부의 낙하산 인사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이를 의식했던 것인지 강원식 원장은 원장에 취임하면서 태권도의 자존심만은 꼭 지키겠다고 장담했었다.
 
그러나 강 원장의 장담은 이번 오현득 상임감사의 이사 선임 때문에 완전히 뭉개지고 말았다. 국기원은 당초 이사로 선임됐었던 오현득 씨에게 월급을 주는 자리가 필요했기 때문에 정부가 제안한 상임감사 제도를 받아들여 정관을 개정했었다. 그리고 개정된 정관에 따라 오현득 이사를 상임감사로 선임했었다. 이에 이사들도 찬성했다. 국기원 이사들의 이러한 자세는 아주 자연스러워 보였다. 정부의 막강한 입김에 의해 임명된 이사들이니 반대할 엄두도 못내는 게 오히려 당연한 것으로 이해(?)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정관 개정과 상임감사 선임이 얼마나 됐다고 그렇게 어렵게 만들어진 상임감사 제도를 없애고 시비의 장본인을 다시 이사로, 또 연수원장으로 임명하겠다는 것인지 어안이 벙벙하다.

언제까지 정부가 국기원의 정관과 제도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일이 반복돼야 하는 것인가. 국기원의 자율성은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인가. 지금 국기원을 바라보는 태권도계의 시선은 안타깝기 짝이 없다.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오현득 상임감사를 연수원장으로 옮겨 놓고 결국엔 태권도공원 조성 후 태권도진흥재단이 추진해온 세계태권도아카데미(WTA)에 국기원을 흡수통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이제 강 원장이 확실한 태도를 밝혀야 할 시점이다. 과거 대한태권도협회 전무이사 시절 대한체육회가 각 경기가맹단체에 지급하는 지원금을 유독 태권도협회에 대해서만 삭감했다며 김운용 회장실로 찾아가 항의하다 끌려나온 사실을 얘기하며, 자부심을 드러냈던 강 원장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는 것인가. 태권도계는 지금 강 원장에게 정부의 눈치만을 살피지 않고 할 말은 하는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국기원이 정부에 의해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인다면 태권도계는 더 이상 강 원장을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고액의 연봉을 포기할 수 없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밖에는.
<김창완 기자>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창완 기자
• tkdnew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