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주국 태권도 겨루기에 새로운 실험이 시작됐다. 대한태권도협회(KTA)가 김세혁 전 삼성에스원 감독을 국가대표 전임지도자로 선임한 것이다. 김세혁 감독은 태릉선수촌에서의 국가대표팀 훈련을 총괄 지휘하는 총감독으로 활약하게 된다.

KTA는 지난 17일 경남 고성군 실내체육관에서 2011년도 제1차 기술전문위원회 회의를 열고 오는 5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함께 태릉선수촌 훈련을 총괄하는 전임지도자로 김 감독을 선정, 발표했다. 이로써 김 감독은 오는 5월의 경주 세계선수권대회와 7월의 런던 올림픽 세계예선대회, 10월의 런던 올림픽 대륙별 예선대회 등에 출전하는 대표선수들의 전체 훈련을 총괄하게 됐다.

그러나 KTA는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대표팀의 코칭스태프를 김 감독과는 별도로 임명하고 대회 출전엔트리에서도 김 감독을 제외함으로써 김 감독의 실질적인 대표팀 지도 권한이나 책임은 다소 불분명한 상태다. 이 같은 대표팀 지도체계는 태권도 종목에서도 생소한 것일 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것이다. 

태권도계에서는 태릉선수촌이 제공하는 편의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태릉에 상주하는 국가대표 전임감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KTA는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의 참패 이후 태릉선수촌에서 상시 국가대표 훈련을 실시키로 하고 이를 지휘할 수 있는 전임지도자를 선임하겠다고 발표했었다. 그렇게 선임된 감독이 바로 김세혁 감독이다. 

김 감독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5명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탄생시키며 명장으로 지도력을 인정받아 왔다. 또 2009년에는 태권도 지도자로는 최초로 체육훈장 청룡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태권도인이 아니더라도 트레이드마크인 백발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만큼 잘 알려진 인물이다.

5월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대표팀은 지난 21일 태릉선수촌에 입촌, 대회 준비에 들어갔다. 김 감독은 라저스트 전자호구에 대한 적응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5월 세계선수권대회와 7월 올림픽 세계예선대회에서 모두 라저스트 사용 계획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현재로는 어떤 유능한 지도자라도 라저스트 적응훈련 이외에 특별히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듯하다. 김 감독은 올림픽 세계예선대회가 끝난 후에는 한국 태권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계획을 밝히고 있다.

대표팀 전임지도자로 처음 선임된 김 감독이 맡은 가장 명확한 역할은 태릉에서의 훈련 총괄이다. KTA는 선수촌에서의 훈련 프로그램 운영은 물론 모든 코칭스태프의 지휘도 김 감독이 맡는다고 밝히고 있다. 총감독인 그에게 국가대표 훈련에 관한 모든 권한을 주고 대신 1년 후 경기 결과와 내용을 토대로 지도력을 평가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김 감독의 실질적인 역할은 총감독이라는 명칭에 적합한 것인지조차 분명치 않다. 태릉에서의 훈련 이외에 국제대회 출전에 관련한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총감독이라면 적어도 코칭스태프 선임과 대표선수 선발은 물론 대회 출전에도 자신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코칭스태프는 과거와 같이 KTA가 선정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방침이다. 또 현재로서는 국가대표 선발방식에도 개입하기가 어렵다. 총감독을 선임하기 이전에 이미 KTA가 대표선발에 대한 모든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처음 도입한 국가대표 전임감독제도가 실제 대표팀 경기력 향상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광저우 아시안게임 참패 책임에 대한 도피책이 아니냐는 의혹만 던져주고 있다. 태릉 훈련을 상시 운영하겠다던 계획도 대회 때마다 대표선수들이 계속 교체될 수밖에 없어서 실효성을 발휘하기 어렵게 됐다. 이 때문에 올해 대회 결과로 전임감독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도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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