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1.3.6 토 12:58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태권도 외교재단 시범단의 아랍 4개국 순방기 (2)카스바의 여인
  • 최창신 고문
  • 승인 2011.01.14 17:50
  • 호수 709
  • 댓글 0

   
성모 성당
‘담배연기 희미하게 자욱한 카스바에서/ 이름마저 잊은 채, 나이마저 잊은 채/ 춤추는 슬픈 여인아/ 그 날 그 카스바로, 그 날 그 자리에서/ 처음 만나 사랑을 하고, 낯설은 내 가슴에 쓰러져/ 한없이 울던 그 사람/ 오늘 밤도 눈물에 젖어 춤추는 카스바 여인’

유행가 ‘카스바의 여인’ 노랫말이다. 1절만 그대로 옮겨 적어 보았다. 이 노랫말 내용이 암시하는 ‘카스바’는 무엇일까?

아무리 눈치가 없는 사람이라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술도 마시고 춤을 출 수 있는 유흥업소 이름이라는 것을.

그러나 ‘카스바’가 그처럼 애잔한 분위기 물씬 풍기는 술집 이름이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북아프리카의 끝 알제리아에서 알게 되었다. 그건 정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북극에서 냉장고 가게를, 적도 지방에서 온풍기 대리점을 발견했다 해도 이처럼 황당하지는 않았으리라.

그게 어찌 된 연고인지, 그 전말(顚末)을 요약하면 이렇다.
지난 1910년 일본이 우리나라(조선)를 집어삼킨 것처럼, 프랑스는 1830년부터 알제리아를 공략하여 결국 자기네 영토처럼 만들어 버렸다. 18년 뒤 프랑스는 불쌍한 알제리아를 정식으로 자기네 나라에 편입시키고는 3개 도(道)로 나누어 행정구역까지 설치했다.

이쯤 되었으니 1937년의 알제리아는 완전 프랑스. 따라서 프랑스 사람들이 알제리아의 수도 알제를 무대로 ‘망향’이라는 영화를 만들었다. 당대 최고의 배우 장가방이 주연한 망향은 크게 인기를 끌었고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에까지 소개되었다고 한다. 전 세계 영화사상 백대(100大) 영화에 들 수 있다고도 하는 모양이다.

알제시(市)가 무대라고는 하나 엄밀하게 말하면 그 한 가운데 있는 중심지역으로 영화의
무대는 국한되어 있었다. 프랑스 파리의 시테섬이나 서울의 종로통과 같이 가장 처음에 도시가 시작된 핵심구역이 바로 거기였다. 그곳이 ‘카스바’이다. 5백년 전통을 자랑하는 알제의 씨앗과 같은 지역.

재미있는 점은 영화가 촬영된 지 70년이 지났건만 도시의 모습은 촬영 당시와 변한 게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카스바는 지중해를 내려다보는 언덕에 자리잡고 있다. 도로는 위 아래를 연결하는 골목길들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계단으로 되어 있어서 자동차가 다니지 못한다. 따라서 매일 나오는 쓰레기들은 나귀 등에 실려 밖으로 빠져 나간다.

   
카스바의 공동 수도
골목길 좌우에는 작은 규모의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잡화점, 이발소, 목공소, 빵집, 고깃간, 문방구 등이 카스바 주민들의 일상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수백 년 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고풍(古風)스럽다. 부분적인 손질만 할 뿐 큰 틀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삶이 윤택해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확 밀어버리고 멋지게 새로 지어 부동산 가치를 높여 재미를 보았을 텐데.

그렇지만 카스바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문화적 가치를 높여 주었다.

당초 카스바를 우리에게 소개해준 사람은 대사관의 오세정(吳世政) 3등서기관. 그는 친절하고 유능한 외교관의 풍모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적극적이었다. 카스바 주민들이 살아가는 삶의 속살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다며 잠시 기다리라 하더니 목공소 주인에게 부탁, 집안을 상세히 구경시켜 주었다. 3층짜리 다세대 주택이었는데 건물 가운데에 나선형 계단을 만들어 옥상까지 올라 갈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이미 11월로 접어들고 있었지만 빨래가 널려 있는 목공소집 옥상에는 아직 여름이 고여
있었다. 은빛 비늘이 해끔한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쏟아지는 햇볕 사이에서 옥상의
시멘트 바닥은 열기를 토해냈다.

선수들이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카메라 셔터를 분주히 눌러대는 사이, 오세정 3등서기관과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오세정 씨 덕에 카스바에 관해서는 잘 알게 되었는데, 그게 ‘카스바의 여인’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우리나라 유행가에까지 스며들게 된 건 신기하군요.”
“당연히 그러시겠지요. 장가방이 주연한 영화 ‘망향’이 특히 일본에서 상당히 히트를 친 모양입니다. 영화를 보고 감동한 음악인들이 ‘카스바’를 넣어서 노래를 만들었고 그걸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방한 셈이지요.”

그날 우리는 오 서기관의 안내로 아프리카의 노트르담 사원(아프리카 성모성당)과 독립기념탑 등을 둘러보았다.

   
축구스타 지단을 꿈꾸는 알제리 소년들
성모성당 넓은 공터에서는 비록 딱딱한 바닥이었으나 10대 소년들이 축구를 즐기고 있었다. 볼 컨트롤하는 기량들이 대단했다. 시범단의 주장 이용주 선수가 잠시 볼을 빌려 두 발 사이에 낀 다음 점프하며 공중으로 들어 올리고는 한 바퀴 몸을 회전하며 발뒤꿈치로 정확히 차올리자 ‘와!’하며 소년들이 탄성을 터뜨렸다.

프랑스 대표팀의 핵심 공격수로 지난 98년 월드컵 우승을 따내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지네딘 지단이 바로 이 나라 출신이라서 그런지 빈터만 있으면 알제리아 소년들은 열심히 축구를 즐긴다. 제2의 지단을 꿈꾸면서.

이 나라는 1954년 프랑스로부터의 독립을 시도, 8년간의 격렬한 투쟁 끝에 1962년 꿈을 이룬다. 철저한 민족적 단결과 피 흘림의 희생을 딛고 얻어진 독립이라 그런지 대단히 자랑스럽게 여긴다. 거대한 탑과 핵심지역의 출입통제 등이 이를 웅변으로 설명해 준다.

이 전쟁 때문에 프랑스는 제4공화국이 붕괴하고 드골 대통령이 재집권하는 변혁을 거치게 된다.

최창신 고문  tkdnews@korea.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