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단속을 하고 나니 이번에는 일본 가라데 세력과의 마찰이 가시화되었다. 개인 수련을 열심히 하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낯선 젊은 사람들이 우리 도장을 찾아 여기 저기 살펴보는 것이 아닌가. 태권도 수련을 위한 방문객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외려 비우호적인 태도를 멀리서도 느낄 수 있을 뿐이었다.

나를 도와주는 김영만 교사에게 방문 용건을 알아보라고 부탁하였다. 일본 가라데 사범이라고 소개한 이들은 태권도 사범과의 대련을 청한다는 것이었다. 도장 문을 잠그고 개인 수련으로 땀에 흠뻑 젖은 도복을 벗어 손으로 짜고 자세를 바로한 뒤 그들 앞으로 다가갔다.

김 교사의 통역으로 누가 먼저 대련을 할 것인지 묻자 이들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였다. 이미 기 싸움에서 밀린 이들과의 대련은 의미가 없었다. 무슨 가라데냐고 묻자 이들은 오야마 격신까라고 하였다. 나는 오야마(최영희) 씨에게 한국에서 태권도 시범을 보여준 일도 있었기 때문에 이들에게 한국의 태권도가 일본의 가라데와 다른 점과 태권도의 우수한 점을 설명해주었다. 이들은 한국 태권도의 빼어남을 알고 있으며 수련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태권도 도장에서 나를 만나기까지 이들에게 태권도란 김영만 교사의 술자리에서 보인 행패에 불과한 것이었다는 것이다. 김 교사의 태권도 정신 수련이 너무 부족해서 빚어진 불상사였으나 일본 가라데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태권도를 소개하는 계기가 되었다. 태권도는 브라질에서 먼저 자리를 잡은 가라데를 물리치고 제자리를 찾아가는데 성공한 것이다.

약 1년 동안에 태권도 이름이 브라질 전 지역에 알려지기 시작하며 한국사범이 더 와도 되겠다는 생각에 사범 초청을 위해 한국에 연락을 하였다. 초청 사범 권금준, 이우제, 방건모, 김상인, 신광수를 1차적으로 불러와 다른 주, 다른 도시에서 활동하게 하고, 2, 3, 4차적으로 김용민, 임창선, 이태보, 홍성장, 문저길, 김정렬, 강홍순, 이게준, 변종찬, 정재규, 장영섭, 이희섭, 오주열, 김요준, 김요진, 김윤식, 최순명, 박영환, 정형수, 군 출신으로 김준호, 김남웅, 이백수 등 한국 사범을 초청하여 활동하게 하였다.

현지 교포 김구환, 김영만 등이 브라질에서 활동하고 파라과이의 명덕선, 이유복, 알젠틴의  김한창, 최남선, 볼리비아의 김석규 군무관 등이 남미 각자의 지역에서 태권도 보급을 활발하게 시작했다.

남미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범들과는 아직까지도 한국사범협회를 조직하고 1개월에 한 번씩 만나 태권도 발전과 친목을 유지하면서 협력해오고 있다.

조상민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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