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뜻있는 교포들의 자제만으로는 태권도장 운영도, 친목계 운영을 위한 비용도 감당할 수 없는 처지였다. 태권도장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원주민들의 참여가 절실하였지만 아무리 열심히 홍보를 하여도 브라질 사람들에게 대한민국 국기 태권도가 무엇인지, 왜 그들이 정신과 육체를 수련하기 위해 태권도를 배워야하는지를 알리기에는 부족하였다.

답답한 나의 처지를 걱정한 지인은 태권도라는 것이 너무 생소하므로 처음에는 ‘한국의 가라데’라는 이름으로 도장 간판을 바꾸어 원생을 모집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브라질에서 가라데는 인지도도 높고 많은 원생을 모집할 수 있다는 것이 지인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내가 남미 브라질에 온 것은 단순히 돈을 벌고자 함이 아니었지 않은가? 나는 개인 조상민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기 태권도 사범 조상민으로 머나먼 이국 브라질에 온 것이다. 하지만 나의 사명은 멀고 현실적인 여건은 고국의 가족들에 대한 걱정, 도장의 운영, 친목계의 운영이라는 구체적인 이름으로 나의 하루하루를 어렵게 만들었다.

치열한 인간적인 고뇌 속에서 ‘태권도 사범으로서의 조상민의 의지’가 ‘나약한 인간 조상민으로서의 의지’보다 반 발자국 앞에 멈춰 있었다. 나의 의지와 신념을 가상히 여긴 지인들의 경제적인 지원이 계속되었지만 내가 헤쳐 나가야 하는 어려움은 나날이 깊어만 갔다.

많은 사람은 알아주지 않았지만 태권도 사범 조상민에게 쌍파울 위성 도시 썽배르나도라는 시 생일축제에서 태권도 시범 요청이 들어왔다. 나로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태권도를 선보일 좋은 기회였다. 흔쾌히 승낙을 하고 나니 태권도 시범에 대련해줄 사람이 적당치 않았다. 결국 몇 명뿐인 한국 학생들과 어렵게 프로그램을 짜서 시범을 보여줄 수 있었다.

브라질은 한국과 달리 기와는 벽돌처럼 단단하고 벽돌은 외려 매우 약한 편이었다. 기와 격파시범을 보이고 나니 손과 발이 갈라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시범 다음날 브라질 신문 스포츠면에는 아주 작지만 브라질 최초의 한국인 이야기이자 태권도 이야기가 보도되었다.

교포들은 최초라는 사실뿐 아니라 호의적인 기사 내용에도 매우 기뻐하였다. 이국에서의 고국 자랑은 모두에게 큰 기쁨이 되기 마련이다.

기사화 후 2주쯤이 지나자 한국의 태권도가 무엇인지를 묻는 각종 매체의 문의가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TV, 신문 그리고 잡지사에서 앞다투어 기자들이 찾아와 인터뷰를 요청하였고, 인터뷰 초청을 자처하는 교포들이 앞 다투어 나를 찾았다.

국기 태권도 사범 조상민을 도와 영사관의 김성만 씨가 사범과 통역관의 역할을 맡아 브라질 사회에 대한민국의 국기 태권도가 무엇인지 알리기 시작하였다. 미디어를 통한 홍보는 그토록 강력하고 효과적인 것이었다.

조상민 사범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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