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기원을 사랑하는 지도자연대’라는 모임이 생겼다. 이들은 ‘정치인의 국기원 장악음모를 규탄한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들이 내세운 명분은 자신들의 국기원 장악 의도를 위장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당연히 이 모임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태권도인들이 더 많다. “왜, 이제 와서 뜬금없이…” 라는 것이 태권도인들의 반응이다. 국기원을 둘러싼 갈등이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닌데 그동안 침묵해왔던 인사들이 이제 와서 모임을 급조해서 “정치인에게 국기원을 내줄 수 없다”고 떠드는 것 자체가 한마디로 우습다는 반응이다.
말은 국기원을 사랑한다고 하지만 밥그릇 싸움에 가세했을 뿐이라는 게 태권도인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엄 전 원장이 은밀히 임시이사 명단을 만들어 문체부에 제출했지만 함량미달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던 인사들이 포함돼 있어 더욱 그 순수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태권도인들 사이에서는 이 모임이 “정치인 국기원 장악 음모를 규탄한다” 면서 오히려 정치적 쟁점화를 노리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모 일간지에 성명을 발표하고 오는 19일 기자회견을 통해서는 정부여당이 국기원을 장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야권에 시비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정치적 파장을 일으키려는 의도라고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태권도인들은 이들의 의도에 국기원 사태가 정치 쟁점화될 경우 현재 국기원 이사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홍준표 이사(대한태권도협회장)가 국기원 참여 의지를 포기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태권도계 한 관계자는 “수십 년 동안 국기원장을 맡았던 김운용 전 원장은 대통령 경호실 특별보좌관 출신이며,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당시 태권도인들 가운데 정치인 김운용을 반대한 사람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들이 주장하는 ‘정치인 반대’는 명분이 없다고 비판했다. 더구나 지금 ‘정치인의 국기원 장악 음모’를 규탄한다는 인사들 가운데서는 정치인인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을 회장으로 영입한 대한태권도협회 기구에 들어가 활동비를 지원받는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
태권도인들은 다 늦게 “국기원을 사랑한다”고 나선 일부 인사들이 마치 국기원을 자신들만의 돈벌이 기구로 여기고 영역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한다. 물론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국기원을 정통 태권도인이 맡는 것이 옳다는 주장에 반대할 태권도인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일부 인사들이 주장하는 태권도인이라는 해석은 대단히 편협하고 이기적이다. 자신의 밥그릇만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국기원이 필요로 하는 인사는 국기원과 태권도 발전을 위해 무한책임을 지고 태권도계를 화합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인사임을 인식해야 한다.
국기원의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만든 핵심적인 원인은 바로 엄 전 원장의 우유부단한 국기원 경영과 무책임한 자세라는데 이견을 가진 태권도인들은 거의 없다. 엄 전 원장은 사표를 낸 이후로 국기원 이사회에는 불참하고, 오히려 국기원 이사회의 무력화를 시도해온 문체부와 은밀히 접촉하는 등 납득할 수 없는 처신을 해 수많은 태권도인들을 실망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 전 원장이 아직 법적으로 이사장이라는 등 엄 전 원장을 앞세워 태권도계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데에는 어떻게든 국기원에서 제 밥그릇을 챙기겠다는 얄팍한 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국기원의 현 사태가 왜 일어났는지, 누구로 인해 정상화의 길이 막혀 있는지, 스스로 반성해야 할 당사자들이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 국기원이 정상화되기를 원한다면 비상식적인 모임을 급조해 태권도계의 혼란을 부추길 것이 아니라 현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뒤로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김창완 기자>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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