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동민(왼쪽)과 남윤배의 경기 장면. 남윤배는 승자조 결승에서 차동민에 패했으나 최종결승에서 내리 두판을 이기며 우승했다.

예전에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그 다음해 국가대표로 선발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선수들이 스스로 정신무장을 해제해버린 탓으로도 보인다. 김경훈(2000년 시드니올림픽) 문대성, 장지원(이상 2004년 아테네올림픽) 등 대부분의 선수들이 실업팀 선수로 활약하는 동안 올림픽 금메달을 땄다. 그 뒤로는 스스로 은퇴 후를 생각해 모든 힘을 쏟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선발전은 예전과 사정이 달라 보인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4명은 모두 이제 실업팀 초년생들이다. 만 23세로 전성기를 구가할 나이다. 올림픽 이후 자만에 빠졌다는 지적을 받지 않기 위해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훈련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대표 1진 합류에 실패했을까.

[남자 +87kg급 차동민]
고교시절 같은 체급 라이벌인 차동민은 서울체고, 남윤배는 경기도 성남시 태권도 명문 풍생고를 다녔다. 실력을 인정받은 이들은 결국 최정상의 팀인 한국체대에 이어 가스공사에서 한솥밥을 먹게 됐다. 이들에겐 항상 라이벌이란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팀 동료들에 따르면 서로에게 말을 거는 모습도 거의 볼 수 없다고 할 정도다.
 
2009년 국가대표최종선발전에서는 남윤배가 승리했다. 남윤배의 기량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경기 당일 왠지 모를 기운이 남윤배에 기울어졌다는 말들이 심심찮게 돌았다. 차동민이 승자 결승에서 남윤배를 7대 6로 물리쳤다. 하지만 이후 패자부활전을 거치며 나름대로 체력을 소모하고 올라온 남윤배에게 두 번 연속 패했다. 역대 국가대표선발전에서 패자조에서 올라와 승자조 1위를 물리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차동민은 결승 첫 경기에서 연장승부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으나 3대 2로 아쉽게 패하고 말았다. 두 번째 경기는 2009년 태극마크는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다는 분위기를 느꼈는지 기량을 제대로 발휘 못해 패했다.
 
[남자 -68kg급 손태진]
손태진은 어느 누구보다도 훈련을 열심히 했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선발전에서 우승은커녕 3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지난 4월 28일 끝난 열린 유니버시아드선발전에서도 탈락했다. 올림픽 우승 이후 더 열심히 훈련했지만 침체기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정작 본인은 큰 부담감 때문이고 말한다. 선발전이 열리기 얼마 전부터 부모님에게 계속 부담된다는 말을 해왔다고 한다. 한 체급 올린 것도 그렇지만 이번 대회에서 반드시 우승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자신이 갖고 있는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만든 셈이다.
 
경기가 끝난 후 손태진을 지도하고 있는 삼성에스원 김세혁 감독이 “이제는 스타가 아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을 가고 편안하게 훈련하라”고 다독거렸다고 한다.

[여자 -67kg급 황경선]
황경선은 베이징올림픽 때 입은 무릎(반월성 연골판) 부상이 심해 수술을 받는 등 훈련을 불과 1개월밖에 하지 못했다. 올림픽 금메달 획득 후 유명세를 치르느라 수술 일정도 불가피하게 늦게 잡을 수밖에 없었다.

황경선의 사정을 알고 있는 김세혁 감독은 박혜미(삼성에스원)를 한 체급 올려 웰터급에 출전시켰고, 그 전략이 적중했다. 박혜미는 신장과 기량에서 웰터급 선수들에 뒤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3년 뒤 올림픽을 겨냥한 실전경험을 위해서도 황경선에게 도전장을 던질 만 했다.

황경선의 훈련 부족이 국가대표 1진을 바꾸게 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박혜미 같은 선수들이 언제든지 도전할 수 있다. 태극마크를 지키려면 그런 도전을 극복할 자세와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김창완 기자>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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