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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사범 수기] “나는 부끄럽지 않다” [13]수련생 스스로 깨닫고 따르게
동료 사범, 친구, 관원들의 축복 속에 시립교회서 혼례
독일 태권도 보급 35년 외길 “나는 부끄럽지 않다”
  • 곽금식 사범
  • 승인 2008.11.14 10:57
  • 호수 615
  • 댓글 0

태권도의 엄격한 규율과 유럽 문화의 자율성이라는 두 배치되는 가치로 고민하던 나는 우선 기본적인 체력단련 및 건강관리로 자신감을 심어주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예의규범, 겸손, 인내, 자기극복과 같은 내적인 지도방침을 통해 한국적인 사고방식을 강조하기보다는 이들의 사회에 적용될 수 있는 지도방법을 택했다.

곽금식 사범.

이들이 스스로 깨닫고 자발적으로 따르기를 기대하면서 동양의 예의, 겸손, 인내, 극기 등을 가르쳤고 태권도 수련의 궁극적인 목표라 할 수 있는 내적, 외적 합일을 이루도록 수련 동기를 이끌어냈다.

관원들은 도복을 바르게 갖춰 입고 도장에 들어서서 먼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사범 및 동료들에게 경례를 한 후 훈련에 임한다. 이런 과정은 도장에서 타인에 대한 존경심을 키워주고 상호간의 인간관계에 대한 예우를 갖추게 한다.

도장에서는 위치를 정렬하는 것으로부터 수련이 시작되는데 최고단자가 앞줄 오른쪽에 서고 급, 단수가 낮은 순으로 왼쪽에 자리하게 되어 뒷줄이 형성된다. 이를 통해 고단자들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일뿐만 아니라 다른 관원들 역시 선배들을 배우고 본받아 협동과 질서유지, 타인에 대한 존경심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태권도를 배우면서 수련생들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조사해 보니 체력단련만을 위해서 태권도를 배우기보다는 정신적인 건강을 위해, 또 잠재된 개인의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태권도를 배우고자 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에 맞춰 새로운 지도방법을 연구하고자 노력한 결과로 관원이 늘어났음은 물론 본원에서 배출되는 유단자수가 점점 늘어났다.

독일 태권도협회 규정으로는 처음 입관해서 유단자가 되려면 적어도 4년은 꼬박 걸린다. 심사규정은 입관 후 주 2회를 기준으로 운동을 할 경우 3개월 후 8급 노란띠 심사에 응시할 수 있고 또 3개월 후 7급에 응시, 7급을 따고 나서 3개월 후 6급, 다시 3개월 후 5급 심사를 거쳐 5개월 후 4급, 다시 5개월 후 3급, 3급 취득 후 5개월 후 2급, 2급을 따고 나서는 6개월 후 1급에 응시할 수 있으며 초단은 1급 이후 12개월의 시간을 요구한다. 그것도 수련기간을 채워 빠짐없이 승급심사를 정기적으로 보는 수련생에 한해서이다.

독일 국민성을 반영하듯 이들 사회의 대부분의 조직체계가 잘 짜여져 있는 것처럼 태권도 규정 역시 탄탄하였다.

1978년 2월 4일
집사람이 오고 나서부터는 가정생활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요리학원을 다니면서 더욱 맛깔스러워진 음식솜씨로 정성들여 차려주는 세끼 식사에 나는 얼마 후 불어나는 체중에 대해 염려를 하기에 이르렀다.

자신이 ‘말띠’라고 그것도 ‘백말띠’라고 하며 힘이 넘치는 유머로 늘 집안을 화기애애하고 웃음이 가득한 분위기로 만들어 체육관에서 쌓이는 피로를 잊게 만들었다. 집사람과 약혼식만 하고 같이 살면 되는가 싶었지만 아예 그런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이 체육관 일에 몰두한 나날이었다. 집사람은 여자로서 평생 한번 써보는 면사포를 써보지 못한 서운함을 표시해왔다.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으니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까이 지내던 동료 사범들, 주변의 친구들, 체육관에서 동고동락하던 관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포르츠하임 시립교회에서 목사님의 주례로 결혼식을 올렸다. 피로연까지 80여 명이 남아 끝까지 파티를 즐기며 축하해 주었다.

자동차로 한 시간쯤 소요되는 검은숲이라는 곳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우리는 어느 아늑한 호텔에서 며칠간 휴양을 하며 밝고 희망찬 미래를 설계하였다. 집사람이 만족하는 것을 보니 나 역시 흐뭇하였다.

여행에서 돌아온 다음날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일에 열중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혼자 결정하던 일들을 집사람과 함께 의논하고 계획도 세우며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어서 몹시 든든하였다. 집사람은 세밀히 계획을 세울 줄 알았고 꼼꼼하게 집안일이며 도장 관련 일을 돌보아서 나에게 더 없는 의지가 되었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서로 체육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우리는 일에 전념하였다.

곽금식 사범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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