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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사범 수기] “나는 부끄럽지 않다” [6]학교로, 학원으로 숨가쁜 일과
시간 아끼기 위해 헌 오토바이로 광산 출퇴근
독일 태권도 보급 35년 외길 “나는 부끄럽지 않다”
  • 곽금식 사범
  • 승인 2008.09.29 16:21
  • 호수 608
  • 댓글 0

1971년 8월 15일 재독한인협회와 한국 대사관이 주최하는 광복절 기념행사에 나는 태권도 사범팀의 일원으로 참석하여 독일에서 처음으로 시범을 하게 되었다. 도복을 입고 왼 가슴에 손을 댄 채 애국가를 따라 부르는 순간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곽금식 사범.

시범은 각자 준비한 프로그램대로 성공리에 끝났다. 이곳 독일에서 활약하고 있는 태권도 사범들을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는데 대부분 선배 사범들로서 장광명, 송찬호, 소유태, 김만금, 정흠일, 정광수, 장이승, 송천수, 신부영 사범님들이 그분들이었다. 좋은 경험담과 더불어 태권도 보급에 대한 중요한 조언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육체적으로 고된 광산노동일, 피곤한 출퇴근길, 거기다 의식주를 해결하는 몫까지 직접 해야 하니 주중의 내 생활은 말이 아니었다. 더 부지런해져야만 계획대로 독일어 공부, 태권도 연습을 할 수 있었다. 고된 나날이 계속되면서 어떻게 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생활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선 출퇴근길에 소모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면허증을 취득하기로 했다. 그러나 당시 자가용을 구입한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뒷받침이 되지 않는 상태였다. 그래서 오토바이를 타면 한결 편한 출퇴근길이 될 것 같아 겸용 면허증을 신청하고 일주일에 두 번씩 운전면허학원에 나가기 시작했다.

독일에 도착한지 6개월 가량 되었을 때여서 면허시험 문제집이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다. 사전을 옆에 끼고 혼자 공부하다가 이해 못하는 부분은 주인집 휘스켄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해결해 나갔다. 한 3주일 진도를 나가니 문제들이 되풀이되면서 어려운 시기가 지나가 자신감이 붙었다.

이어 연습장이 아닌 일반도로에서 도로주행 연습을 시작했다. 처음엔 사고가 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학원 선생님이 조수석에 앉아 지도를 잘 해 주셔서 안심이 되었다. 운전을 하다 보니 조수석에는 브레이크와 기어, 그리고 백미러 등 운전석과 똑같은 장치들이 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만일의 경우에 선생님이 조정할 수 있어 사고가 날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8주만에 필기시험을 만점으로 합격하고 총 18시간의 도로주행 연습 후 실기시험에도 무난히 합격하였다. 독일사람들처럼 광산에 출퇴근하기 위해 자가용을 구입한다는 사실은 나로서는 호화스럽게 여겨져서 대신 작은 중고 오토바이 한 대를 구입했다. 이로써 나는 출퇴근도 편리하게 하였고 장거리도 쉽게 왕래할 수 있어서 생활이 퍽 편리해졌다.

집에서 10km 남짓 떨어진 딘스라켄시는 규모가 좀 큰 도시여서 외국인을 위한 독일어학원도 있었고 시에서 운영하는 Volkshochshule(국민고등학교)가 있었는데 사설학원보다 강습비가 저렴하였다. 독일어 문법을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욕심으로 이곳에 등록하여 매주 화, 목요일 일주일에 두 번씩 독일어 수업을 받았다.

“Hello, Herr Kwak(안녕하세요, 미스터 곽)!”
첫 시간 교실을 들어서는데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나를 부른 사람은 일요일마다 만나는 교회 목사 사모님인 로만(Lohmann)씨였다. 고등학교 독일어 선생님인 그녀는 이곳에서 일주일에 한 번 강의를 한다고 말씀하셨다. 아는 분을 만나니 이곳에 제대로 찾아왔다는 생각에 더욱 반가웠다.

목요일은 뒤스부르크 (Duisburg)대학에서 외국 유학생들을 상대로 독일어를 가르치는 스텔레(Stehle)강사가 수업을 맡았다. 그는 외국인들을 가르친 경험이 많아 학생들이 생각하는 것을 금방 알아차리고 쉬운 표현으로 재치있게 강의를 하였다. 계절이 두 번 바뀌면서 나의 자취생활도 점차 안정이 되어가고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집주인 내외분은 끊임없는 관심을 가지고 나의 모든 일을 자신의 문제처럼 염려해 주셨다.

직장에서 돌아오면 집으로 초대하여 커피도 마시고 저녁에는 방에 틀어박혀 혼자 지내지 말고 응접실에서 텔레비전을 함께 시청하자며 불러내는 등 진심어린 배려 덕분에 나는 자연스럽게 독일어를 보다 효과적으로 배우게 되었고 또 잘못된 표현은 기분 상하지 않게 교정해 주시면서 다른 예까지 들어 설명을 해주셨기 때문에 나로서는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곽금식 사범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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