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시 국립경기장에 수 천명의 시민이 모였다. 공항에서부터 오픈카를 타고 들어오는 태권도영웅을 반기기 위해서다.

베이징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낸 니크파이가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에게 둘러싸여 환영을 받고 있다.

태권도영웅이 경기장에 들어서자 수 천명의 군중은 열렬하게 환호하며 영웅을 반겼다. 그 영웅의 이름은 로훌라 니크파이(21)다.

닉파이는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 남자 -58kg급에 출전해 동메달을 따냈다. 아프카니스탄으로서는 올림픽 첫 메달이다. 아프카니스탄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 참가한 이후 메달을 하나도 따내지 못해왔다.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 레슬링 자유형 페더급 5위를 한 것이 이제까지의 최고 성적이었다.

아프카니스탄은 이번 올림픽에 총 4명의 선수를 파견했다. 태권도에 로훌라 니크파이, 네사르 아흐마드 바하베(23, 남자 -68kg급) 등 2명과 육상 남, 여 100m에 마수드 아지지(23)와 로비나 무키마이야르(22)가 출전했다.

특히 태권도에 기대가 컸다. 이번에 메달을 따낸 니크파이 외에도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낸 바하베에게 거는 기대도 컸다. 그래서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아프카니스탄올림픽위원회(AOC)는 지난해 말에는 대구에서,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는 포천으로 대표팀을 보내 전지훈련을 시키는 열성을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 결실을 거뒀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니크파이에게 집 한채를 선물로 안겼다. 한 휴대전화 회사는 5만 달러(약 5천만 원)의 포상금을 내놨다. 아프가니스탄의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엄청난 금액이다.

닉크파이의 선전 뒤에는 한국인 사범 민신학(35) 코치의 노력이 있었다. 민 코치는 2005년 12월부터 아프가니스탄 태권도팀을 이끌어왔다. 그 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입상하는 등 선수들의 기량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 절정에 이번 올림픽 동메달이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30년 가깝게 전쟁으로 신음하고 있다. 악명높은 탈레반 정권이 무너졌지만 내전은 끝나지 않았다. 평균 기대수명이 44세에 불과하다는 곳.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희망’이라는 단어를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니크파이의 태권도 동메달이 아프가니스탄에 희망을 가져다 주었다.

니크파이는 “나의 메달이 내 조국에 평화와 화해에 기반한 더 나은 미래를 가져다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탈레반 조차 기뻐했다는 니크파이의 동메달. 태권도는 말할 것도 없고, 이번 올림픽 전 종목에서 가장 값진 메달이 아니었을까?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가장 긍정적인 의미를 이번 니크파이의 동메달을 보면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박성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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