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태권도문화축제 조직위원회(위원장 오경호)는 다음달 1일부터 6일까지 청주에서 제10회 세계태권도문화축제를 개최한다.
1998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10회째를 맞이한 세계태권도문화축제는 해마다 30～40여 개국에서 1,000명 이상의 해외 태권도인들이 참가해 대표적인 태권도문화관광축제로 성장했다.
특히 2005년 제7회 대회와 2007년 제9회 대회는 국내의 문화관광축제 중 유일하게 해외에서 개최되면서 국내는 물론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올해는 세계 태권도의 양대 기구인 세계태권도연맹(WTF)과 국제태권도연맹(ITF)의 태권도인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려 세계 태권도 동호인들의 우정과 화합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세계태권도문화축제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오경호 조직위원장(충청학원 이사장)을 집무실에서 만나 이번 축제의 전반적인 개요와 의미, 그리고 추구하는 방향성 등을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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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태권도문화축제 오경호 조직위원장 |
- 어느덧 축제가 시작된 지 10년이 됐습니다. 10주년이 된 올해는 그 여느 때보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우선 이번 축제가 갖는 의미가 궁금합니다.
△ 10년 전, 이 축제를 시작할 때는 과연 충청대학이 태권도 제도권에서도 하지 못한 일을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염려와 편견이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누가 뭐라고 해도 태권도 종주국을 대표하는 문화축제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앞으로 더 성장, 발전할 가능성도 무한합니다.
올해 축제에서는 ‘태권도는 하나다’라는 하나의 모멘트(moment)를 만들어 태권도계에서 기념비적인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기득권 태권도인들이 지금까지 해내지 못했던 WTF와 ITF의 태권도인들이 실질적으로 교류를 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고, ‘태권도 패밀리’ 차원에서 서로 어울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싶습니다.
- 위원장님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현재 ITF는 세 갈래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ITF는 어디를 지칭하는 것인가요.
△ 내가 말하는 ITF는 고(故) 최홍희 전 ITF 총재의 친아들인 최중화 총재가 이끄는 ITF를 말합니다. 현재 WTF는 북한이 주도하고 있는 장웅 계열의 ITF와 태권도 통합을 논의하고 있지만, 장웅 계열의 ITF는 정통성과 조직 등 모든 면에서 최중화 총재의 ITF와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앞으로 최중화 총재를 중심으로 ITF가 통합될 것입니다.
- 최중화 총재를 만나봤습니까?
△ 몇 번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혹자들은 최 총재를 ‘친북 인사’ 또는 ‘테러리스트’라고 알고 있는데, 모두 잘못 알고 있는 것입니다. 태권도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것뿐만 아니라 생각이 합리적이고 소박한 분입니다. 현재 여러 문제로 한국에 올 수 있는 처지는 아니지만 언젠가는 한국에 정착하고 싶다고 말할 때는 연민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또 주위의 시각과는 달리 최 총재는 WTF 태권도에 대해서도 우호적입니다.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정목으로 채택된 것은 참 대단한 일이라고 여기면서 김운용 전 WTF 총재의 공적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말도 했습니다.
- WTF를 비롯해 태권도 제도권에서는 세계태권도문화축제 조직위 측이 최중화 계열의 ITF와 협력하고, 이번 축제에 ITF 태권도인들이 참가하는 것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길 수도 있는데요. 특히 WTF는 태권도 통합을 위해 북한 장웅 계열의 ITF를 파트너로 삼고 있지 않습니까?
△ 과거 냉전 이데올로기 시절, ‘WTF의 태권도는 남한 - ITF 태권도는 북한’이라는 등식이 성립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현실적으로 이런 등식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ITF는 결코 북한 것이 아닙니다. WTF가 됐든 ITF가 됐든 태권도는 하나이고, 결국 한국을 중심으로 공존하고 발전해야 한다는 게 나의 지론입니다.
세계태권도문화축제 조직위는 WTF와 ITF 간의 기술 및 행정 통합을 실현하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태권도 제도권이 알아서 할 일입니다. 다만 우리는 WTF와 ITF가 공존하기 위한 하나의 계기를 만들어주고, 함께 가는 길을 터주고 싶을 뿐입니다. 이것은 적절한 시기에 누군가 가 해야 하는데, 지금이 적기(適期)라고 생각해서 우리가 나서게 된 것입니다.
현재 정부에서도 태권도를 새롭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태권도인들도 낡은 사고방식으로 태권도를 바라봐선 안 됩니다. WTF 인구 6천만 명과 ITF 인구 4천만 명이 모이면 1억 명이 됩니다. 1억 명의 자원과 가치를 둘로 쪼갤 것이 아니라 하나로 뭉쳐 활용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앞으로 그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 이번 축제에 참가하는 ITF 태권도인들을 위한 이벤트는 준비했습니까.
△ 과거 냉전시절, ITF 태권도인들은 한국에 가는 것 자체를 두려워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해 그런 두려움은 없어졌습니다. 한국의 전통문화도 체험하게 하고, 국기원도 데려갈 생각입니다. 거듭 말하지만, 내 생각은 WTF와 ITF는 하나가 되어야 하고, 국기원이 주축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젠 ‘WTF=남한, ITF=북한’이라는 낡은 틀을 깨야 합니다. 그래야 태권도의 미래가 밝습니다.
서성원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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