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는 ‘국가쇄신국민연합(집행위원장 봉태홍, 이하 쇄신연합)’이라는 단체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쇄신연합은 라이트코리아, 실향민중앙협의회, 6.25참전 유공자전우회 등 30여 개의 보수단체가 연합해 결성된 단체로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보수우파진영의 목소리 대변을 자처하는 단체다.

국가쇄신국민연합이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쇄신연합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친북좌파, 부패, 철새정치인 심판’을 구호로 내걸고 오는 4월 18대 총선 낙선대상자와 공직 퇴출대상자를 발표했다. 그런데 이날 쇄신연합이 발표한 공직퇴출대상자 명단에 엄운규 국기원장과 김정길 대한체육회장이 포함되어있어 태권도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특히 현재까지는 법률적인 의미의 공직자로 분류할 수 없는 엄운규 원장이 명단에 포함된 것은 국기원 비리 척결과 엄운규 원장의 퇴진을 주장하고 있는 범태권도바로세우기운동연합회(상임대표 오용진, 이하 범태련)와 서울시태권도협회 대외협력단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에 함께 했기 때문이다.

엄운규 원장과 관련해 범태련의 오용진 대표는 국제태권도연맹(ITF) 최홍희 총재의 자서전 <태권도와 나>를 인용해 “엄운규 국기원장이 공산당에 부역한 혐의가 있다”며 “공산당 부역여부를 해명하고 태권도계에서 퇴진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덧붙여 범태련은 국기원의 부정단증발급 문제 등 국기원의 비리에 대해 검찰과 정부차원의 조사를 촉구했다.

쇄신연합이 국내 보수우파단체의 대표를 자처하며 자신들의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우리사회에서 하등의 문제가 될 것이 없다. 또한 범태련이 태권도인들의 조직으로서 태권도의 본산인 국기원의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주장을 하는 것 또한 하나의 목소리로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쇄신연합이 주장하는 ‘친북좌파 척결’과 범태련에서 주장하는 ‘국기원비리척결’이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한번 따져볼 여지가 있다.

이날 기자회견의 주조를 이뤘던 것은 쇄신연합으로 대표되는 보수우파단체들이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친북좌파 정치인들의 낙선운동을 펼치겠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범태련이 ‘엄운규 국기원장도 공산당 부역혐의가 있는 친북좌파다’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과연 그럴까? 범태련에서 엄운규 원장의 공산당 부역 혐의의 근거로 제시한 것은 <태권도와 나>에 나오는 다음의 한 문장이다.

“(이원국 청도관장은) 그의 제자 엄운규와 함께 붉은 완장을 달고 부역한 것이 탄로되어 추방을 당한 것이다”(<태권도와 나>, ‘수난의 땅, 나의 조국’편 p279)

이 인용문 외에 범태련에서 엄운규 원장의 공산당 부역의 근거로 제시한 자료는 없다. '엄운규 원장이 공산당에 부역한 친북좌파다'라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은 이 인용문이 과연 사실과 다름이 없는지를 따져 보아야 할 것이고, 이 인용문만을 근거로 엄운규 원장이 공산당에 부역을 한 친북좌파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이날 범태련의 발표에 대해 국기원은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으로 강력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범태련은 ‘엄운규 원장 공산당 부역 혐의있다’라는 주장을 통해 그들이 원래 주장하려는 ‘국기원 비리척결’이라는 논점을 스스로가 흐리고 있는 게 아닌지 자문해보아야 할 듯하다.

박성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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