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2일 한-중 수교 15주년을 맞아 중국 하이난(海南)성 싼야의 뷰티크라운극장에서 대한태권도협회(KTA)와 중국태권도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3회 한-중 친선태권도대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 한-중 친선태권도대회 성황

이날 오후 7시 30분부터 10시까지 열린 이 대회를 지켜본 중국 현지인은 3천여 명. 이들 대부분은 동원된 것이 아니라 입장료를 내고 자발적으로 왔다는 게 중국태권도협회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해 12월 12일 중국 하이난도 싼야의 뷰티크라운극장에서 열린 제3회 한중 수교기념친선태권도대회가 끝난후 중국 태권도협회 자오레이 전무이사(앞줄 왼쪽에서 네번째)가 한국태권도단을 격려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중국 대륙에 부는 태권도 바람이 생각한 것보다 거세다는 것이다. 태극권과 팔극권 등을 가르치는 중국의 우슈도장은 수련생이 적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태권도장에는 어린이들과 중, 고생 등이 몰려 갈수록 쇠락하고 있는 우슈와 상반된 길을 걷고 있다.

이런 실상을 빗대 태권도는 ‘문정약시(門庭若市·집안이 시장처럼 방문객이 매우 많음)’지만 우슈는 ‘문가라작(門可羅雀·문 앞에 그물을 쳐 참새를 잡을 정도로 방문객이 거의 없음)’이라고 한다.

어쨌든 이번 대회는 전자호구를 사용해 남녀 각 4체급씩 올림픽 경기방식으로 치러져 눈길을 끌었다.

특히 경기가 열리기 전 장내 해설자가 관중들에게 태권도 경기규칙과 전자호구의 특징을 설명하고 모든 경기를 실중계해 관중들의 흥미를 고조시켰다. 또 라운드걸이 경쾌한 음악에 맞춰 등장해 다음 회전을 알려주고, 경기장 정면에 있는 대형스크린을 전광판으로 활용하는 등 관중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했다.

● 독특한 중국의 음주문화

여기서 잠깐 중국인들의 음주문화(飮酒文化)를 소개한다.

KTA와 중국태권도협회 관계자들은 이 대회를 앞두고 저녁만찬을 했다. 대회 개회식은 오후 7시 30분에 열리는데, 중국태권도협회 측은 이날 오후 6시에 만찬을 준비한 것이다.

한 중 수교 기념 친선대회가 열리기 전 중국태권도협회가 마련한 만찬에서 양진방 KTA 전무(왼쪽)와 중국태권도협회 부회장이 건배를 하고 있다.

한국적인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어 “시간이 너무 촉박하지 않느냐”고 기자가 ‘중국통’인 양진방 KTA 전무에게 묻자 “중국 사람들은 술이 취한 상태에서 일도 한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상태에서 개회식 축사를 하는 일도 종종 있다. 우리만 취하지 않으면 된다”고 했다.

이윽고 시작된 만찬. 예상한대로 중국태권도협회 측의 관계자들은 “깐베이(乾杯)”를 외치며 술을 권했다. 중국 음주문화의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KTA 관계자들과 전자호구업체 관계자들도 기름진 음식을 안주 삼아 연거푸 술을 마셨다.

이러다가 개회식에 제대로 참석할 수 있을 지 걱정마저 들 정도였다. 술잔에 술이 가득 차 있지 않으면 계속 첨잔((添盞·술이 들어 있는 잔에 술을 더 따름)을 해서 곤혹스러워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이날 만찬에서 마신 술은 중국의 대표적인 술인 백주(白酒)와 황주(黃酒)였다.  백주는 고량주로 널리 알려진 술로 고량과 곡자가 주원료지만 때에 따라 밀·옥수수·곡류 등의 재료를 사용한다. 알코올 도수가 30-60도 정도로 매우 독하다. 황주는 2,3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황색 빛깔의 술이다. 찹쌀이 주원료이고 알코올 도수는 10-15도.

중국인과 함께 식사를 곁들여 술을 마시면 말이 많고 크게 웃어 시끄러워 보이지만 그들만의 엄격한 예절과 음주 문화가 있었다.

예를 들면 △출입문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는 제일 연장자 또는 손님이 앉는다 △중국인은 첨잔을 예의 바른 행동으로 생각한다 △상대에게 술을 따를 때는 잔이 넘치도록 가득히 따라야 한다 △건배(乾杯)를 외치고 술을 마시는 경우 반드시 잔을 비워야 한다 △혼자 술을 마시면 안 되고 반드시 권하면서 마셔야 한다 △하나의 술잔으로 술을 돌려 마시는 것은 실례 등이다.

이처럼 엄격한 술 예절이 몸에 밴 중국인과 술을 요령껏 마시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언행이 필요하다고 가이드가 귀띔해 주었다.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술을 못 마시는 경우에는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음료수 등으로 건배를 하며, 건배를 할 때는 가급적 오른손을 사용해 상대방과 눈을 맞추도록 노력하고, 손님으로 초대받으면 적당히 취할 정도로 마셔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식사 초대와 연회에 참석한 손님은 술이 적당히 취해 얼굴이 홍조를 띠어야만 접대를 잘 했다고 믿는다고 한다.

△다음호에 계속

서성원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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