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경기 판정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개발되고 있는 전자호구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대한태권도협회(KTA)가 지난 10월 제88회 광주 전국체전에서 전자호구를 공식적으로 사용한 이후 전자호구를 사용하려는 세계 각국의 움직임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 10일 덴마크 호르센시에서 열린 스칸디나비아오픈국제태권도대회에 사용된 전자호구 경기 모습.

유럽의 덴마크태권도협회는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덴마크 호르센(Horens)시에서 열린 스칸디나비아오픈태권도대회 성인부(senior)의 모든 경기에서 몸통부위 전자호구를 사용했다. 현지 언론은 “성공적인 대회였다. 경기 결과 등에서 대부분의 참가자들에게 (전자호구에 대한)신뢰를 주기 충분했다”고 호평했다. 덴마크 코펜하겐(Copenhagen)은 2009년 제19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여자 12회)를 개최한다.

이에 앞서 지난 10월 덴마크태권도협회 관계자들은 광주 전국체전 전자호구 경기를 직접 참관한 뒤 “경기운영에 문제가 없다. 강도 조절까지 가능하다면 스칸디나비아오픈대회에 사용하기 충분하다”는 뜻을 밝히며 대회준비를 위해 20세트의 전자호구를 구입했다. 스칸디나비아오픈의 전자호구 강도는 전국체전 때보다 10% 낮게 조절돼 경기당 평균 5~6점을 보여 광주 전국체전의 평균 득점보다 두 배나 높았다.

전자호구업체인 라저트사(LaJUST) 김종대 부회장은 지난 21일 “전자호구는 강도 조절이 관건이다. 강도를 지나치게 높이지만 않으면 경기 내용의 우열이 적절히 가려지게 된다. 광주 전국체전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바로 강도 조절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뒤질세라 유럽 여러 나라들도 적극적으로 전자호구 사용을 검토하고 있다. 내년 초에 예정되어 있는 독일태권도오픈, 덴마크태권도오픈, 비엔나태권도오픈 등의 대회 개최국들이 전자호구를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라저스트 측에 밝혀왔다.

아시아 지역과 미주 지역에서도 전자호구를 사용한 대회 개최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중국태권도협회는 다음달 12일 중국 해남도에서 열리는 ‘한-중수교 15주년기념 국가대항전’에서 전자호구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일본태권도협회 역시 내년 2월에 열리는 교토오픈에서 전자호구를 사용하기로 했다. 미국도 내년 US오픈대회에서 전자호구를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KTA- 시연회 통해 보완점 점검 

KTA는 지난달 광주 전국체전이 끝난 직후 기술전문위원회 회의를 열고 전자호구 사용에 대한 평가 보고를 받은 뒤 △몸통부위 센서의 강도 편차를 고르게 구성할 것 △타격이 행해지는 발등부위 센서를 발끝까지 확대할 것 △경기 중 수신기와 컴퓨터 사이에 발생될 수 있는 오작동에 대한 에러 메시지가 즉시 표출되도록 할 것 △장비의 이상 유무를 경기 전에 확인할 수 있는 테스트 모드를 만들 것 등 제반 문제점과 개선점을 적시해 라저스트 측에 전달했었다.

지난 16일 라저스트와 가진 회의에서는 앞서 지적한 결점이 보완된 전자호구에 대한 검토가 이뤄졌다. KTA와 라저스트는 기계적인 특성상 습기로 인한 오작동의 우려 부분은 지속적인 연구 개발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KTA는 이러한 절차를 거쳐 한층 보완된 전자호구로 지난 21일 2007전국남녀우수선수선발태권도대회(이하 우수선수선발전)에서 시연회를 가졌다. 그러나 시연에 참가한 선수들이 부상을 우려해 미온적인 경기운영을 펼침으로써 만족할만한 시연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KTA는 다음달 6일부터 7일까지 국기원에서 열리는 제89회 서울시 전국체전 1차 예선대회에서 다시 전자호구를 사용한 경기를 열어 전자호구에 대한 평가 기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와 관련, 양진방 KTA 전무이사는 “정읍(우수선수선발전)에서 실시한 전자호구 시연회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아서 서울시 전국체전 1차 예선대회에서 하는 시연을 지켜봐야 한다. 아직 (전자호구의 만족도에 대해) 섣불리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WTF- 전자호구 긍정 평가

양진석 WTF 사무총장은 지난 22일 전화통화에서 “전자호구를 사용한 각종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는 소식은 잘 알고 있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앞으로 전자호구가 태권도 경기 판정의 공정성에 기여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전자호구의 본격적인 사용 시기에 대해서는 “전자호구의 사용 시기는 공식적으로 얘기할 수 없으며 아직 예견할 수도 없다. (WTF와) 공인계약을 맺은 라저스트가 계속적으로 전자호구의 발전을 기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WTF 집행부의 방향이 설정되더라도) 총회 상정 등의 여러 절차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정대길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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