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기원 태권도교본의「태권도의 정신철학」

인간의 몸과 마음은 인간됨의 구조, 즉 형식과 내용의 관계이다. 몸과 마음의 이상적인 균형을 위해 사람들은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무예적 표현으로 심심 수련, 단련, 연마, 수양 등 여러 가지로 표현되고 있는 태권도는 오늘날 두 가지 갈래로 그 특성을 드러내고 있다. 태권도 본질적 특성으로 그것은 무예성과 올림픽 스포츠로서의 경기성이다. 이 두 가지 속성이 내재하고 있는 근본적인 내용에서 같음과 다름이란 대저 무엇일까? 이것에 대한 차이란 크게 구분해본다면 일상적 수련의 내용으로서 몸과 마음 간 비중의 차이에 있는 듯하다. 무예성은 생존을 전제로 한 강한 호신적 닦음을 위한 정신인데 반해 스포츠적 경기성은 타인과의 경쟁에서 자아성취에 보다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의 것은 내적인 강한 자신감, 신념 등이 특성이라면 뒤의 것은 외적으로 그것의 경기성취라는 욕구로 나타나고 있다.

태권도 수련의 본질은 몸의 실천에 따른 덕목과 정신의 함양이고 수양이다. 즉 몸의 실천적 행위에 따른 마음, 정신의 수양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안용규(2006)에 따르면 태권도 정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고 있다. 하나는 태권도 수련을 통해 획득하게 되는 몸과 마음의 고양된 상태이고, 다른 하나는 태권도 수련에 임하는 자세, 혹은 태권도를 통해 얻고자 하는 정신적 가치가 그것이다. 인간의 몸과 마음, 육체와 정신에서 어느 것이 우위인가를 구분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을 듯하다. 몸과 마음, 육체와 정신의 관계는 상호관계와 상호보완, 그리고 상호작용을 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는 데 그것의 상관성은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태권도 정신에 관한 선행 연구는 어느 수준에 이르고 있는 걸까? 수준의 범위를 태권도의 본(本)이 되는 국기원에 중심을 두고 볼 때 크게 두 가지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는 듯하다. 하나는 연구 세미나에서 나타난 결과물이고 다른 하나는 국기원 태권도교본에 기술된 내용이다. 연구 세미나는 두 차례 열렸는데 첫 번째는 제1회 세계태권도학술발표회(1985)에서 발표된 한승조의 “한국 전통사상과 태권도” 주제이고 두 번째는 태권도 역사 및 정신 연구 세미나(2006)에서 안용규의 “태권도정신의 연구방향 탐색”(주제)이다. 그리고 국기원 태권도교본에 수록된 “태권도의 정신철학”은 한승조의 “한국 전통사상과 태권도”(주제)내용을 확장하고 좀 더 심화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같은 태권도 정신과 관련해 두 가지 결과물에서 다름을 찾아볼 수 있다. 하나는 태권도 정신의 도출을 민족 고유의 정신세계, 즉 전통 사상이 바로 태권도 정신의 철학적 배경이 되고 있다는 것인 데 반해 안용규의 결과물은 태권도 정신은 앞의 것의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것을 지양하고 태권도 ‘기술 자체’에 보다 접근, 실제적이고 실용적인 방법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 다름이다. 태권도 정신 도출에 있어 한민족 고유의 전통사상이 바로 태권도 정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의 개연성은 부정될 수 없지만 그것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이론적이고 실제적인 근거가 수반돼야 마땅할 것이다. 즉 태권도 기술체계의 수련을 통해 체득될 수 있는 실제적 과학적 지식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안용규의 연구방법은 진일보한 탐색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다시 국기원 태권도교본(1987)으로 돌아가 보자. 교본에 보이는 〈태권도의 정신철학〉은 1985년 제1회 세계태권도학술발표회에 발표된 ‘한국전통사상과 태권도’의 연구의 연장선에서 궤를 함께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밝힌 바 있다. 우리말과 영어 2개 국어로 발간된 교본은 전(全)세계태권도인의 공인 지침서이다. 국기원에서 펴낸 공인서로서 첫 번째 간행된 이래 18년 만에 증보개정판(2005)에도 크게 내용의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세계태권도인은 국기원의 이 같은 태권도의 정신철학의 이론을 접하며 일상적 수련을 통해 태권도 정신을 체득하고자 혼신을 다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태권도를 통한, 태권도에 의한 정신터득이란 인간다움, 즉 사람됨에 가치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볼 때, 태권도 정신의 올바른 방향 제시는 절실하고 아주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태권도 정신은 한민족의 전통사상에 기반을 두고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에 우리는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듯하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태권도정신에 직결된다고 간주할 때, 그것의 논리적, 방법론적, 교수 및 학습에 있어서 제반 정합성이 따라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정신, 사상과 철학 등 엄밀히 구분하지 않고 그 개념들을 혼용하고 있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앞서 언급된 한국전통사상과 태권도, 태권도의 정신철학 등이 그 좋은 예이다. 이 두 주제의 결과물은 한 사람의 학자에 의한 결과물이다. 그것의 연도 차이는 불과 2년이다. 1985년과 1987년의 2년 차에서 주제는 〈한국전통사상과 태권도〉에서 구체적 주제가 좀 더 구체화, 즉〈태권도의 정신철학〉으로 바뀐 것뿐이다.

연구자는 이 같은 결과물을 신중히 탐색할 결과, 이는 지구촌 전 태권도인에게 보편성이 결여돼 있다는 것 그리고 너무 종주국 태권도인의 정신고양에 편중된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의 근거는 논문의 결론(60쪽)에서 보인다.

“태권도 정신의 내면적 세계에는 생사고락을 함께하고 희로애락을 나누면서 얻어진 그들의 공통적인 방식과 정서 속에서 함양된 민족의 혼이 숨 쉬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태권도의 내면적 정신세계에 흐르고 있는 ‘홍익인간’, ‘평화정신’, 정의를 수호하는 ‘결백정신’ 및 ‘투철한 책임감’ 등을 하얀 도복 안에 품고 한민족의 숭고한 정신을 오늘에 되살려서 태권도 정신을 확립 실천함으로써 이를 생활화하고 나아가 조국 발전에 정신적 지주로 승화시켜 조국번영의 선봉이 되는 긍지 높은 태권도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안용규의 〈태권도정신의 연구방향 탐색〉에서 보이는 특징은 세 가지 관점에서 도출되고 있다. 첫째 태권도 동작과 기상에서 나타나는 특징이거나, 둘째 태권도 수련상황에서의 예절과 규칙, 셋째 태권도의 직접적 환경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다. 그는 태권도가 나아가야 할 미래지향적 방향이거나 상징적 내용으로부터 태권도 정신이 추출되어야 할 것이라고 설(設)한다. 그에 따르면 결어에서 기존 연구와 달리 특히 관심을 가지고 부각시키고자 했던 점은 세 가지다. 첫째 방법론, 둘째 국제화 배려, 셋째 보편적 윤리규범과 인격적 덕목으로 전환 가능한 것들을 예시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맞추어 이 연구서에서는 소박한 실용성을 추구하는 ‘박실정신(무실정신)’과 자연과 인간의 합일을 추구하는 ‘합일정신’을 제시하였다.”

우리는 위 두 개의 연구에서 보이는 정신의 특징으로 첫째, 단군(檀君)의 건국이념사상인 홍익인간, 선교(仙敎)의 입장에서 보이는 천인합일, 즉 합일정신 등을 들 수 있다.

 태권도 정신은 무엇이며 그 정신은 결코 태권도 기술체계에서 도출될 수는 없는 것일까? 연구자는 이에 초점을 맞추어 태권도 정신은 태권도 기술과의 연계에서 그 속에 파고들어 본질적 상징성, 그것의 너머에서 정신적 가치와 덕목을 탐구, 고찰하고자 한다. 그렇다고 한민족의 전통사상 내지 그 사상에 습합된 정신이 태권도정신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아니고 설득력의 결여와 표현이 보다 보완되었으면 하는 관점이다.

우리는 이 같은 태권도정신의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다시금 본과 체가 되는 ‘태권도’ 자구의 이해에서 출발하고자 한다.

2. ‘태권도(跆拳道)’의 이해

태권도는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몸짓이다.” 태권도 자구(字句)는 태권과 도의 만남에서 명명(命名)되고, 그것은 다시 ‘태’자와 ‘권’자의 합성에 ‘도’자의 모둠이다. 자구적 풀이는 밟을 跆 자와 주먹 拳 자. 그리고 길 道 자로 ‘셋을 모아 하나’를 이루고 있다.

태권도 이름을 창안한 최홍희는 『태권도백과사전 1』에서 말한다. “태권도를 글자로 풀이하면, 태(跆)는 발로 뛰고 차고 밟는다는 뜻이고 권(拳)은 주먹으로 찌르며(지르며) 혹은 부신다는 뜻이며 도(道)는 옛 성현들이 포장한 올바른 길 즉 정신수양을 말함인데, 이를 총괄적으로 말하자면 맨손과 발로 호신을 위해 뛰고 차고 찌르고 막고 피하는 등의 동작들을 움직이는 목표에 재빨리 그리고 적절히 적용하여 최대의 타격을 주는 기술에다 정신수양을 포함한 무도인 것이다”(1983:21).

여기에서 우리는 어려움에 부딪힐 필요 없이 ‘태권도’ 자구에서 인간적인 형상화를 그려볼 수 있다. ‘태’자를 축으로 하여 글자를 바로 세우게 되면 바로 사람의 모습을 상정하게 된다. 태는 아랫도리를 권은 몸통 그리고 도는 바로 얼굴(머리)을 함의하는 상징성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태권도는 연구자의 표현을 빌려,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몸짓”d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태권도 자구에서 몸과 마음, 정신을 드러내고 있음은 결코 우연이 아닐 듯하다. 태권도의 주체는 몸이지만 그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마음이요 정신이다. 몸을 움직여 몸짓을 낳고 그 몸짓으로 기술을 닦으며 정신을 함양하자는 것이 정신수양이다. 인간적인 몸짓이란 도대체 무엇을 함의하는 걸까?
 〈태권도. 삶의 길 태권도란 무엇인가〉 라는 화두를 최홍희는 이렇게 적고 있다.

태권도는 몸에 아무런 무기도 가지지 않고 맨주먹으로 적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무술이라 하겠다. 그러나 좀 더 설명한다면 태권도는 정당방위를 위해 맹렬한 정신 및 육체적 훈련을 통하여 단련된 손과 발은 물론 신체의 모든 부분을 과학적으로 활용하는 방법과 기술이다. 또한 태권도는 다른 어떤 무도보다도 위력이나 기술이 우월할 뿐만 아니라 정의감, 강인성, 겸손심(겸손한 마음) 그리고 결단성을 키우는데 원동력이 되는 엄한 규율, 높은 기술과 강한 정신교육을 강조하는 특유한 무도인 까닭에 진정한 태권도인은 단지 싸울 때 써먹을 수 있는 극히 제한된 기술을 배우가지고 시합장에서 관중의 흥미나 인기를 얻는 데 만족하는 설익은 태권도인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같은 책 21쪽).

연구자가 표현한 “인간적인 몸짓”이 무엇을 함의하는 가를 자세히 풀이하고 있는 듯하다.

몸짓이란 의미 있는 개념으로서 태권도에서는 바로 ‘동작’ 개념을 지칭, 순수한 우리말이다. 몸짓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낄 수 있는 가는 자명하다. 일차적 목표는 자신의 몸을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본능적으로 호신하는 데 있고, 그 바탕에서 정신수양을 하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라는 것이 분명히 드러내 보이고 있다.

우리는 태권도의 두 가지 특성을 찾아볼 수 있다. 그 하나는 동작적 개념이고 나머지는 정신적 개념이 그것이다. 태권도에서 태권이 동작적 개념이라면 도는 분명히 정신적 개념에 속한다. 동작과 정신, 이  두 개념은 둘이 하나라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다. 동작(動作)이란 기술적 의미에 속하고 정신(精神)이란 그 너머의 메타적 영역이다. 동작은 물론이려니와 정신 등은 암기로서 체인 체득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데 우리는 동의하게 될 것이다. 때문에 태권도 기술 습득은 반복적 수련을 전제한다. 몸소 닦음이라는 반복성 없이는 기술체계의 어느 하나도 체화 즉 몸의 자동화가 결코 될 수 없다. 무턱대고 반복을 하다보면 정신이 저절로 체득된다고 우리는 믿지 않을 것이다. 반복과 되돌아봄이 없이는 기술의 숙련이 쉽게 이룩되지 않는다는 것은 자명하다. 훈련, 단련, 연마 등 이 같은 개념은 엄한 규율이 따르고 일정한 원리가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고 정신수양은 내면의 반성적 성찰이 동반돼야 하는 것이다. 안용규가 말하고 있는, 특히 태권도 동작과 기상에서 나타나는 특징이거나, 태권도 수련상황에서의 예절과 규칙, 태권도의 직접적 환경에서 나타나는 특징이거나, 태권도가 나아가야 할 미래지향적 방향이거나 상징적 내용으로부터 태권도 정신이 추출되어야 할 것이라는 탐구는 공명 논리로 충분히 수용될 수 있다.

동작이라는 피지컬 요소와 정신이라는 메타적 요소의 조화, 합일은 이상적 구현이 되는 것이다. 이 같이 태권도는 수련을 통해, 태권도 기술체계에 의해 우리는 어느 정도 숙련이 정신을 바로 세워준다고 인식할 수 있다. 태권도의 기술 단위는 ‘동작’ 개념이다. 동작은 일차적으로 몸짓을 뜻하는 데, 그것은 손과 발, 그리고 몸 전체의 움직임에 따른 행위로서 막기, 지르기, 치기, 차기, 넘기기 등 다양한 세부적인 몸짓으로 구분되고 있다. 그것에는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가? 라는 원리가 있어 그것을 우리는 동작규정 내지 동작표준이라고 일컫는 다. 동작에는 목표가 수반된다. 태권도에서 아래, 몸통, 얼굴이 그것인 데, 이는 일차적으로 수련에서 자기, 즉 ‘나’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여기서 ‘나’란 ‘나 자신’이기도 하고 ‘내가 행위를 하는 데’ 짝을 이루는 가상의 대상(적)이 되는 개념을 바탕으로 한다. 그것의 근거로서 수련에서 공방의 목표가 무엇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가를 보면 이해될 수 있다. 목표 중 아래는 단전 부위, 몸통에서 명치, 얼굴은 인중 (급소)을 기준으로 정해져 있음이 그것이다. 동작에서 그것의 공방적 기준은 정해져 있는 급소부위이고 동작에는 ‘동작적’이게 하는 표준, 규칙이 있다. 예를 들어 아래막기는 두 주먹이 어느 위치에서 어떻게 수행되고 어느 위치에 머물러야 하는 등 (시종의) 길과 목표가 정해져 있다. 신체에서 동작의 길을 안내하는 구분으로 몸에서 척주를 중심으로 하여 중앙선이라 하고 그 밖에 어깨선, 몸통선이 정해져 있어 이것은 동작을 보다 ‘동작적’이게 하는 이정표다. 동작의 선적인 움직임이란 안에서 밖으로, 밖에서 몸 중앙으로, 아래에서 위로 그리고 그 반대, 직선적 움직임과 곡선, 호선 등 다양한 움직임이 힘의 약강을 통해 동과 정을 낳고 유와 강, 앞과 옆 및 뒤 방향, 신체의 굴신과 고저 등 자유자재로 상대의 움직임 즉 공격에 따른 나의 움직임 즉 방어로 이어지는 동작행위에서 메타적 수행이 바로 정신 수양의 영역이다.

태권도 동작, 그것의 철학적 의미는 뒤에 자세히 다루게 될 것이다. 정신의 개념이해는 동작의 철학적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3. 인간적 주체의 정신 이해

우리말 ‘정신’은 한자에서 유래하고 있다. 정신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이나 생각, 의식, 이념, 이성, 얼 등 다의적이다. 철학적 의미로 정신은 지성적, 이성적인, 능동적 목적, 의식적인 능력을 의미하고 있다. 정신이라는 낱말은 우리 문화생활의 여러 영역에서 여러 사례와 연관해서 사용되고 있다. 정신과 대립적인 의미를 지닌 말은 신체, 육체, 몸, 또는 물질 등 많이 있다. 그 가운데서도 ‘정신’이 갖는 일상적인 활용이 다양한데 첫째로 수련에서 지도자는 곧잘 수련생에게 정신을 차려라, 정신을 어디 두고 있나, 정신 집중하라 등 호령하는 것이다. 동작을 동작적이게 하기 위해서는 정신집중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둘째는 절대정신, 민족정신, 역사정신 등이고 나머지는 군인정신, 상무정신, 선비정신, 정신문화를 비롯하여 태권도정신도 이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이 같은 활용에서 우리는 정신의 의미가 의식집중력, 목적의식, 판단력, 행위원칙, 정체성 등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정신의 또 다른 활용범위로는 정, 기, 신으로 나누는 선교(仙敎) 수련에서 중심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는 정(精)과 신(神)의 분리는 의미의 영역이 넓고 또한 깊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정신의 상관개념들과의 철학적 논의에서 우리는 정신 - 물질, 영혼 - 육체, 마음 - 몸, 즉 심신(心身) 등과 같이 중심이 되고 있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 태권도 정신이라고 할 때에도 그 의미는 동일하지 않을 것이며 그 물음에 대한 정답이란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안용규가 말하는 정신의 두 가지 의미로서 하나는 태권도 수련을 통해 획득하게 되는 ‘몸과 마음의 고양된 상태’와 다른 하나로서, 태권도 수련에 임하는 자세 혹은 태권도를 통해 얻고자 하는 정신적 가치 중 어느 것이 보다 심층적으로 ‘태권도 정신’이라 할 수 있을까? 조선 유학의 수신(修身)에서는 몸과 마음의 수양을 말하지 몸과 정신이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몸의 짝 개념은 마음이기 때문일까? 마음과 몸의 관계에서 퇴계는 마음이 몸을 주재(主宰)한다고 보고 있고 마음은 다시 경(敬)에 의해 다스려진다고 한다. 마음에 대한 동양적 관점은 대체로 인간에게만 한정하지 않는다. 우주의 만물도 인간처럼 모두 마음이다. 곧 우주는 한마음(一心)이다. 인간의 마음에서 의식의 무게를 제거하면, 우주의 동식물과 한마음으로 공명할 수 있다. 마음의 철학은 의식과 사물이 둘이 아니라 한마음의 동기(同氣)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엄밀히 구분하여 동양적 사유는 마음과 의식을 다르게 보고 있다. 마음에 자의식이 도입되는 순간, 그 마음은 곧바로 의식으로 변한다. 의식은 오직 인간의 것으로서 늘 “내가 생각한다”는 주체 의식을 안고 있다. 몸은 우리가 일생 동안 마음과 함께 의지해서 삶을 유지한다. 우리의 생활 세계에 축을 박고 있는 것은 의식이다. 몸의 의식은 실존화를 뜻한다. 몸을 직접 느끼고, 의식은 몸의 지각을 개념적으로 생각한다. 몸의 지각이 의식의 생각으로 통일되면, 그것이 나의 느낌을 개념화한 나의 생각이다. 생각은 “자신의 몸이 느낀 경험을 실현하는 습기(習氣)”를 우리는 ‘~정신’으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몸은 각자가 생각하기 이전에 이미 배어 있는 생활 경험의 원초적 한계다. 여기서 수련의 의미가 있다. 몸을 보살핀다는 것은 반성적 성찰이다. 내 몸이 나의 것이므로 몸이 느끼는 것에 대해서 반성할 수 있다.    태권도 수련은 동작에 대한 반성적 성찰에 의한 몸의 훈련이다. 몸의 공동 습관인 ‘반성되지 않은 것’을 반성해서 그것을 의미화하고 정신화 하는 것이다. 몸은 생각을 생산하는 모든 경험의 토대인 느낌을 뜻한다. 몸의 반성적 성찰은 몸의 움직임이라는 수련을 통해 기운의 힘으로 변형시킨다. 이 같이 의식은 객관적인 세계에 대한 주관적인 접근이라 할 수 있다. 만일 태권도라는 객관적인 세계 속에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것들에 대한 주관적인 접근도 가능하지 않다. 우리는 태권도 기술체계 속에서 가치라는 부여동기로 인해 그 기술적 가치를 연마하며 정신적 가치를 얻고자 하고 있다.

전통적 동양의 개념인 수신 · 수련 · 수행이 가능한 이유는 몸과 마음이 절연하게 분리된 실체가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상관적 가능성 관계라는 관점에서 신체의 자율신경계통에 대한 지속적이고도 집중적인 단련을 통하여 주체적이고 자율적으로 자신의 감정과 무의식을 제어하게 만들어 인격의 성장과 인간성의 변화가 가능해진다고 보는 것이다. 태권도 수련은 이 같이 몸의 단련에 의한 마음에 대한 절제와 반성적 성찰, 그리고 몸 -마음에 대한 주체적이고도 자율적인 제어를 통하여 확보되고 ‘~정신’(예를 들어 태권도정신)이 고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몸은 인격의 고양과 자기변혁의 근거로서의 몸이다.

김영선(2002)은 ‘태권도 공인정신론’이 확립되기 위한 전제조건을 의미성, 내재성, 독자성 그리고 논리적 타당성, 네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수련자에게 바람직한 의미를 주는 것이어야 되는 것이 의미성이요 태권도 행위의 본질에 근거를 두어야 하는 것이 내재성이고 다른 무술 사상과 구별되는 개성을 지녀야 하는 것이 독자성이다. 태권도 정신론은 모호하고 단편적 신념이 아닌 논리 정연하고 짜임새 있는 이론 수준이어야 하는 것이 논리적 타당성이라 한다. 그에 따르면 태권도 정신의 의미는 “태권도의 근본 의의나 목적” 또는 “태권도 수련(행위)에 내포된 근원적이면서 바람직한 사고방식”이다.

안용규와 김영선이 보는 태권도 정신의 추출은 태권도 행위의 본질에 근거를 두고 있다.  태권도 정신이란 한 국가의 이념 또는 철학사상이나 메타적인 범주에서 탈피하고 몸을 닦는 현장적 가치성에 보다 의미를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우리는 이 같은 태권도 정신의 층차들에서 올바른 태권도 정신의 고양을 위하여 가장 보편적이면서 실용적인 정신적 가치를 태권도 기술체계에서 수련을 통해 얻어질 수 있는 신념, 가치, 정체성, 사고방식, 가치관 등 관점에서 심신의 주체적 입장에서 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자면 역시 삶 중심에서 우리라는 인간의 ‘인간다움의 성취’가 궁극적 과정이라는 논지이다. 삶 중심 수련은 지엽적인 기술습득이나 경기에서의 승리라는 조그마한 욕구 충족이 전부일 수는 없다. 태권도는 많은 현대 스포츠와 달리 무도정신과 스포츠 정신이 함께 결정(結晶)된 무도 스포츠로서 하나의 인간을 다듬어 바르고 참된 인품을 만드는 근원이 되며, 인간이 희구하는 육체적 건강과 정신이 함께 하는 행복의 길잡이가 된다(이어령, 2007).

이러한 논리적 입장에서 인간 정신의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태권도의 정신세계는 태권도의 고유한 철학적 근원과 배경 등 사상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오랜 수련을 통해 형성되는 태권도인의 독립한 인격체의 총칭이라 정리해 볼 수 있다. 태권도의 고유한 철학적 근원과 배경은 어디에서 찾아질 수 있는가? 이 화두에 우리는 태권도 기술체계 가운데 기술의 단위인 ‘동작’과 ‘품새’의 이해를 통해 가능성을 찾아보자.

4. 동작과 품새의 철학적 이해

태권도 기술단위로 총칭되는 ‘동작’은 공방 행위와 그것을 용이하게 하는 몸의 움직임, 즉 우리말로 몸짓을 뜻한다.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동작에서 요구되는 것은 몸의 바른 자세다. 자세란 보기에도 자연스럽고 같은 자세로 오래 있어도 피곤하지 않은, 즉 에너지의 소비가 적은 자세이며 다음 동작으로 옮기는데도 무리가 없고 편안한 자세를 함의한다. 바른 자세는 인체의 기둥인 허리를 튼튼히 지켜 요통의 예방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태권도 동작의 갈래는 수천가지로 이어질 수 있다. 태권도에 있어서 그 많은 동작 가운데 본이 되는 동작을 ‘기본동작’이라 부른다. 기본동작은 인체에서 손발에 해당되는 기능에 비유될 수 있다. 국기원 태권도교본에 따르면, 기본 동작을 수련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을 예시하고 있는데, 첫째 동작의 변화가 없어야 하고, 둘째 오랜 시일을 두고 완전히 몸에 익히게 한다. 셋째 제자리에서 이동(전후좌우)하면서 수련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작의 특성은 공방적 행위로서 공격에서는 지르기, 찌르기, 치기, 차기, 넘기기, 꺾기 등이 있으며 방어에는 막기, 피하기, 잡기 등 기술이 그것이다. 동작의 명칭은 여러 측면에서 제정돼 있는데, 대개는 모양, 방향, 무게중심, 무릎의 굽힘과 폄, 즉 자세의 높낮이, 방법, 부위, 민속적 명칭, 목표 등에 따라 용어가 만들어져 있다. 손과 발의 사용부위는 주로 관절부위를 말하며 모든 관절은 공방적 도구로서 사용되고 있다. 모든 동작에는 형식이 따른다. 예를 들자면, 두 발간의 거리, 간격, 다리의 중심, 굴신 등은 자세의 특성을 드러내고 두 손의 시작과 끝마침에 있어 규범이 정해지고 그에 따른 몸의 각도와 함께 동작이 동작적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즉 ‘동작적이게’하는 표현의 이해를 용이하게 하는 대목이 보인다.

고동영(1995)은 신체동작형태에  대해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우리 체육의 구성 원리와 동작형태는 동이문명에 바탕을 두고 있다. 부드러운 것 같으나 강하고, 느린 것 같으나 질풍 같고, 고요한 것 같으나 역동적이다. 오므렸다가 펴고, 폈다가 감고, 감았다가 다시 풀면서 회전하기도 하는 등 유연한 곡선을 그리며 동작이 진행된다. 또 거기에는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도리가 있어 세상을 두루 이롭게 하여 이치에 맞는 조화된 사회를 구현하게 한다. 이것이 수천 년을 흘러 오늘의 우리 체육을 있게 한 겨레의 소중한 신체의 동작이다(《한국상고체육사》, 1995).

동작은 두 가지 형태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하나는 상대 없이 하는 수련이요 다른 하나는 상대와의 직접성이다. 다시 말해 신체접촉 행위 또는 신체비접촉행위로 구분된다. 이에 대한 구분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수련 시 공방의 목표가 확연히 다르게 드러나는 데, 상대 없이 수련하는 동작의 목표는 자기를 기준하고 있는데 비해 상대와의 수련에서는 목표가 내 앞에 마주한 상대의 기준에 따라야하기 때문이다. 이를 우리는 동작적 행위를 대자적 행위와 대타적 행위로 부를 수 있다. 동작의 대자적 행위란 상대 없이 수련하는 것을 의미하고 대타적 행위란 상대 또는 사물-격파의 경우-을 직접 내 앞에 마주하고 대하는 것의 차이가 다름이다. 동작이 모여 품새를 이루고 동작대(對) 동작은 상대와의 겨룸, 즉 겨루기 단원이 되고 단단한 판자를 대상으로 하는 행위는 격파라 일컫고 대인 대물의 혼용된 단원은 호신술이다. 

동작 행위는 상대를 마주하고 이뤄진다. 태권도에서는 실제적 상대 또는 가상적 상대, 두 가지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은 숙련도에 따른 학습의 효율적인 면도 배려되고 있지만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그것을 통한 의미성에 무게를 두는 것이다. 특히 품새는 겨루기 단원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메타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데, 성리학으로 말하자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위인지학(爲人之學)이 아니라 자신의 수양을 위한 위기지학(爲己之學)이라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동작의 전이도 마찬가지의 형식을 좇고 있는 셈이다. 위기지학에서 위인지학의 단계로 진행되는 것이다. 이 같은 관계를 전통사상인 오행(五行) 즉 다섯 가지 경향성에 비교해도 좋을 듯하다.

오행에서 중앙의 토(土)와 동서남북의 상징인 목금화수의 위치(방위)에 태권도 기술체계(단원)를 배치해보면 다음의 논리가 성립될 듯하다. 동작, 즉 기본동작은 토에 해당되고 동의 목(木)으로서 나무의 방위에는 품새, 서의 금(金) 방위에는 격파, 남의 화(火)인 불의 방위에는 겨루기, 그리고 북의 수(水)인 물의 방위에는 호신술이 해당될 듯하다. 이 다섯 가지 체계, 즉 오행은 서로가 서로를 돕는 상생적 관계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

동작은 동정(動靜)의 관계에서 보면 동(動)이고 그 결과의 모양인 품은 정(靜)이다. 이 같이 동과 정, 동작과 품은 품새를 이해하는데 빠트릴 수 없는 요인이 되고 있다. 동양철학에서 정이 넘쳐 기울면 동이 되고 동이 움직여 정이 된다고 하는 이치가 태권도 동작의 음양원리로 적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작의 움직임은 기(氣)가 그려내는 선(線)의 아름다움을 나타낸다. 이어령(2007)은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동작의 아름다움은 바로 서예의 힘차고 절제된 그 선의 다이나믹한 긴장감과도 같다. 그래서 도장에 나와서 유연하게 서 있는 기본자세를 보면 꼭 서도를 배울 때 모델 글자로 익히는 한자의 길 영(永)자를 보는 것 같다.

실제 방어기술과 공격기술을 일정한 범위 내에서 수련할 수 있도록 묶어놓은 품새의 구성을 보면 모두가 글자 모양을 본뜬 것임을 알 수 있다. 초단의 품새선은 선비 사(士)라든가, 삼단 품새선은 지을 공(工)자라든가 하는 것이 모두 그러하다.

태권도 품새 구성은 단순히 팔다리를 움직이는 기술이 아니라 그 글자의 뜻까지도 아로새기려는 정신주의의 산물이다(《우리문화박물지》).

하나의 동작은 어떻게 구성되는 것인가? 여기서 말하는 ‘하나의 동작’이란 단위 동작을 뜻한다. 연구자에 의하면 단위 동작이란 신체의 세 요소 부위의 하나됨(‘한’)을 함의한다. 태권도에서 신체의 세 부위는 아래, 몸통, 얼굴을 지칭한다. 이 셋은 신체를 이루는 세 가지 주요한 부위인데, 동작도 셋이 모여 하나를 이루는 것을 단위동작이라 일컫는다. 동작의 사전적 의미는 몸과 손발을 움직이는 짓이다. 태권도에서 동작이라 함은 일반적으로 기본동작으로 통용되며 이는 단위동작 개념이다. 동작 개념은 폭이 넓다. 즉 몸의 방향전환도 동작이고 한 발을 앞으로 내미는 행위도 동작이지만 연구자에 따르면, 이러한 경우에는 단위동작을 구성하는 구성 동작이라 일컫는다.

동작은 ‘삼태극적 표상’이다. 우주를 하늘, 땅, 인간의 세 영역으로 나눈 것이 동양의 코스몰로지(cosmology)이다. 코스몰로지(우주론)는 태극이나 삼태극에서 보는 바와 같이 천, 지, 인의 세 층으로 구성된다. 이 우주의 체계는 무수한 소우주를 형성하고 그것들은 다 같은 상동적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 이른바 동양의 정신을 가장 오랫동안 지탱해온 음양사상이다(이어령, 2007). 동작은 음양적 논리에 대입해보면 음은 방어적 행위이고 양은 공격적 행위에 해당된다. 동작의 구성은 소우주로서 인간 신체의 세 부위의 ‘한’에 따른 구조를 띠고 있다. 신체의 세 부위, 즉 아래, 몸통, 얼굴은 각기 서기, 공방적 행위, 시선 이 셋이 하나를 이루는 원리가 삼태극이라는 관점이다. 서기는 아랫도리 부분인 두 다리에 의해 이뤄지고 몸통은 두 팔이 공격 또는 방어를 수행하는 도구로서의 역할이라면 시선은 의식의 집중이 목표를 향해 집중되는 시선으로 외양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태권도 동작과 일상적 동작과의 차이란 크게 다름이 없을 듯하다. 일상적 동작도 바른 자세에서 걸음걸이가 단정해야 하고 손짓과 사물을 대하는 눈빛도 삿되지 않아야 하는 것과 다름없다. 삼태극적 표상인 태권도 동작의 함의가 이와 같은데 우리는 일거수일투족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이다. 삼태극의 뜻이 담겨있는 동작은 ‘셋이 모여 하나’를 이루는 그것의 원리는 단군신화에서 유래하는 듯하다.

옛날, 한인의 서자 한웅이 있어, 자주 천하를 차지할 뜻을 두고 사람이 사는 세상을 탐내어 구하였다. 한인이 이를 알고 삼위태백을 보니 인간들을 널리 이롭게 해줄만 했다. 이에 천부인 세 개를 한웅에게 주어 인간 세계를 다스리도록 했다. 한웅은 3천명을 거느리고 태백산에 있는 신단수 밑에 내려왔다. 이곳이 신시이다. 또 그가 한웅천황이다. 그는 풍백, 우사, 운사를 거느리고 곡식, 수명, 질병, 형벌, 선악 등과 모든 인간의 360여 가지 일을 주관하며 세상을 다스리며 교화했다.

천부경에서 말하는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 일종무종일(一終無終一)>이라는 언표에서 우리는 동작의 특성을 함의하고 있는 듯하다. 동작은 생성과 소멸의 관계에 있다. 시작도 없고 끝이 없는 것이 동작이다. 일상적 움직임이 동작이듯 태권도에서 말하는 동작은 단지 공방을 전제로 한 상생적 기연(起緣)이다. 동작에서 동과 정은 시작이 없고 동정에는 끄트머리가 없다 라고 한 말과 일맥이 상통한다. 즉 우주는 확장과 수축의 연속이므로 시작도 끝도 없이 영원히 순환한다는 말과 같은 것이다. 영원히 순화한다는 말은 지속적인 연마를 함의하고 그것의 숙달을 하기위한 내면의 반성적 성찰이 외면으로는 반복적 수련과 상통한다. 동작이 성실하기 위해서는 동작 구조가 튼튼해야 할 것이다. 서기의 경우에는 두 발의 길이와 폭, 무게중심이 정확해야 하고 몸통의 자세, 즉 방향에 다른 손의 위치가 공방의 동작 행위에서 상대를 향한 시선과 기의 순차적 전달이 순조로워야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한 동작의 구성은 아래 · 몸통 · 얼굴, 이 셋이 모여 하나의 동작을 이룬다. 얼굴 · 몸통 · 아래 이 셋의 상징은 점( · ) 선( ? ) 면( ? )이며 이는 운동 원리로 작용한다. 점은 신체의 어느 한 부위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기점의 위치, 동작을 마칠 때의 끝점으로 시종(始終)의 위치다. 또 점은 원으로서 나선 운동, 중심, 기가 모인 부위 등 여러 가지 역할을 하며 여기서는 의식이 수반되어야 효율적이다. 선은 몸통을 지탱하는 중심선이다. 신체의 움직임은 몸통의 움직임을 말하며 선은 공방의 방법과 중심으로 균형, 또 점의 이동 위치에 따른 선의 상태가 손과 발이 움직이는 궤도가 영향을 받게 되기에 반드시 명확하고 합리적이어야 하는 것이다. 면은 발과 다리의 아래 부위의 역할을 수행하는 수평선에 해당된다. 면은 각종 서기, 신체를 이동할 때의 속도, 발의 각 부위의 위치와 각 부위들이 향하는 방향 등의 역할을 맡는다. 면과 선은 시간과 공간의 함수적 관계에 있고 여기에 의식으로서 점은 그 이동 위치에 따라 선의 중심, 균형은 면의 안정성, 느린 속도에 양향을  미치며 선의 불안정, 불균형은 빠른 속도와 강한 폭발력 등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이경명, 2004).

다시 말해 점선면은 삼태극적 역동성으로 동작의 원리로서 작용한다. 그것은 점은 의식집중, 선은 조화, 면은 균형에 영향을 미치며 상호보완적이다. 의식으로서 점은 깨어있는 지능이 되고 조화는 만물과의 질서적 유대관계를 함께 나누는 동인이고 균형은 중심을 잃지 않은 것을 함의한다. 인간이 인간답게 되기 위해서 필수적 요인이 되는 의식(息, 神) 조화(觸, 氣) 균형(感, 精)이 동작 수련에서 요구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셋은 절제를 요한다. 조화에서 절제의 역할을 보자. 상대 없는 상대를 마주하고 서로간의 공방에는 힘의 절제는 필수적이다. 힘의 강도, 즉 강약과 강유, 속도의 완급 등 동작 수행에 요구되는 절제는 동작을 완정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동작을 수련한다는 것은 이 같이 인간됨의 근본에서 출발하는 철학적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품새를 살펴볼 차례이다.

품새란 한마디로 동작군으로서 하나의 중요한 단원을 이룬다. 동작이 여러 개 묶어져 의미가 부여돼 있는 것이 품새라는 것이다. 품새의 속성으로 품새명과 품새선, 품새선상에 동작군과 기합 들이 있다. 이는 품새선상의 ‘나’의 시종(始終) 위치에서 전후좌우를 종횡하며 나(자아)를 찾아 나서는 수련이라 하겠다. 모든 품새 이름에는 동양적 철학사상과 정신이 담겨있다. 이어령(2007)은 품새를 설명하기를, 태권도 품새의 구성은 단순히 팔다리를 움직이는 기술이 아니라 그 글자의 뜻까지도 아로새기려는 정신주의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전연 그 품새를 모르는 사람이라 해도 옆차기나 앞차기 같은 태권도의 기본동작을 보며 연상하는 것은 하얀 깁 위에 단 숨으로 뻗친 붓 자욱이 일지매의 나무 등걸이로 변하는 것 같은 기적을 보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때그때 자아내는 태권도의 아름다운 동작은 허공에 쓰는 붓글씨, 시간의 깁 위에 그려가는 수묵화이다. 그리고 그것은 유일회성, 한 번 뻗친 손이나 한 번 들어 올려 일격을 가한 그 발은 영원히 다시는 되풀이할 수 없는 것, 수정할 수도 없는 절대의 행위로 끝난다. 단 한 번의 것이라고 할 때 사람들은 누구나 정신을 가다듬고 집중한다. 혼신의 힘을 다해서 그 절대의 유일회성을 살려고 거기에서 개칠에서는 도저히 얻을 수 없는 순수한 아름다움이 배어나오는 것이다(『우리문화 박물지』, 228쪽).

현행 공인 품새의 명칭은 태극에서 일여로 끝난다. 모든 품새는 시작은 막기로 출발하고 공격으로 끝나게 되어 있으나 일여 품새는 막기로 시작하여 막기로 끝남이 우리에게 느끼게 하는 바가 예사롭지 않다. 태극은 복희씨가 창안한 팔괘의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 음양(공방)의 두 기(氣)가 조화를 이루며 팔괘선상에서 펼쳐지는 동작군(群)의 철학적 의미를 이해하고자 하는 수련을 통해 우주의 생명의 근원은 하나라는 것을 우리로 하여금 깨닫도록 하는 가르침이 담겨있다. 품새 태극에서 팔괘를 따른 이유는, “팔괘를 한 괘(卦)씩 품새에 배정하여 태권도 정신사상과 기술의 깊이와 넓이를 경건하게 받아들이게 했다.” 처음「팔괘」라는 단어는 복희씨에 의해 창안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복희씨의 팔괘는 「--」(음효)와 「―」(양효)의 기본적 부호를 바탕으로 하여 원리가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괘의 원리는 ‘하나’와 ‘삼극’(天地人)과 ‘세 번 끊어지고 세 번 이어 진다’는 뜻이다.

삼극의 의미는 천부경의 ‘하나가 나뉘어 셋으로 하여도 그 근본은 다함이 없다(一析三極無盡本)’는 내용이다.

유급자(태극-팔괘) 품새에서 8개의 수는 유급자 품계가 8개의 급으로 구분돼 있는 것과 상관이 있다. 다시 말해 8개의 급수의 체계는 팔괘의 원리에 유래하고 있다. 유단자 품새의 9개의 단수(段數) 역시 하늘 수인 9의 원리(3의 세 배인 9단계)에서 유래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하여 태권도의 급과 단의 품계는 인간 생명의 근원은 하늘(天)이라고 보며 급은 위에서 아래로 하향하고 단은 아래에서 위로 상향하는 체계는 철학적 의미가 깊다. 우리 인간의 생명이 하늘에서 주어지고 땅을 딛고 우뚝 서 땅에서 사는 인간은 하늘 수로 향한 수련의 과정이 태권도 품계 체제를 함의한다.

유단자 품새는 한마디로 그 명칭이 내재하고 있는 상징성은 유불선 삼교(三敎)의 가르침에 따른 덕의 배양과 인격함양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사람다움의 가치관에 있다. 유단자 품새의 수련관은 한국의 전통사상을 토대로 하고 있으며 그것은 한마디로 인간관에 있다. 유단자 품새의 시작은 ‘고려’ 품새이다. 유가(儒家)의 지향이 담긴 고려시대의 선비는 특히 문무겸전의 덕성을 목표로 하는 닦음에 있다. 유급자 과정을 지나 사람으로서 홀로이 설 수 있는 주체성의 수련목표는 선비정신의 함양이다. 그리고 ‘금강’과 ‘일여’ 품새는 불교의 마음 수련의 가르침을 담고 있고 ‘십진’ 품새는 도가(道家)의 양생, 무위자연사상 등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 유단자 품새의 첫 번째 과정인 고려, 금강에 이어 태백은 태백산을 뜻하는 옛 말인데 그것은 한민족의 고대 국가인 단군조선이 개국한 아사달의 성산인 밝은 산을 의미하며, 얼과 전통의 근원, 그리고 홍익인간의 사상을 나타내며 그 뜻이 심오하다. 이어 평원 품새는 큰 땅을 의미하며 그것은 생물의 모체로서 생명의 보존과 인간의 삶의 터전을 나타내고 본디(本)와 쓰임(用)에 따른 평화와 투쟁의 바탕을 상징하고 있다. 십진은 인간의 장수(長壽)를 염원하며 상징한 열 가지 사물로서 십장생(十長生) 즉  해, 구름, 산, 물, 소나무, 불로초, 거북, 사슴, 학을 지칭한다. 지태는 사람이 딛고선 삶의 터전인 땅을 상징하며 천권은 하늘 즉 천(天)의 대능력을 상징하며 역시 인간의 염원을 기리는 상징성을 담고 있다. 지태와 천권은 땅(地)과 하늘(天)의 순서이고 이는 태와 권은 발과 다리를 뜻하는 천지, 즉 태권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한수는 ‘큰물’로서 만물의 부드러움이 능히 굳센 것을 이겨내는 물과 같은 유연성을 인간에게 일깨움을 주는 뜻의 이름이다. 마지막 수련단원인 일여는 만물의 근원인 태극에 귀의하고자 하는 원초적 본능을 담은 명칭을 택하고 있다. 그 본능의 하나로서 인간에게는 본성으로 돌아가자는 ‘한’ 즉 하나 됨이 일여 품새의 가르침이다. 일여는 심신일여, 범아일여 등 그 외에도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품새의 철학적 가치관은 자연의 원리인 ‘한’(하나=태극)에서 태어나고 하나에로 귀의하고자 하는 ‘인간 됨’, 즉 몸과 마음, 육체와 정신의 일여, 나와 남과의 화합, 인간과 자연과의 조화, 나아가 인간은 우주 가운데 미물이라는 존재로서 만물과 조화를 이루어야 할 존재라는 각성이 요구된다. 이 모든 과정이 ‘한(하나 됨)’의 철학적 닦음이 품새의 철학적 이해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5. 정신 수양의 방법론

태권도 정신은 기술의 소산이라는 언명은 가슴에 와 닿는다. 태권도 정신은 태권도 수련을 통해서 함양될 것이지만 그렇다고 저절로 양성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태권도 정신이 무엇이며 어떻게 함양되는 가를 논하기에 앞서 옛 선비들의 수신, 수양 방법을 먼저 조심스럽게 살펴보자. 

수신(修身)의 첫 걸음은 양생개념이었다. 양생(養生)이란 “생명을 기른다”는 의미인데, 여기서 생명이란 육체적, 정신적 영역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고대 양생법이 근거하고 있는 기본 사상은 인간이 소우주로서 대우주인 자연의 일부라는 사유에서 인간의 생명력은 곧 우주의 생명력과 그 뿌리를 같이 하고 있는데 이 생명력을 기(氣)라고 부른다. 인간의 근원적인 생명 에너지인 기를 기르고 그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데 있다. 도가에서 중시하는 세 가지 요소로서 정(精), 기(氣), 신(神)을 드는데, 신(神)이란 마음, 혹은 정신에 근접한 개념이다. 이 세 요소 가운데 기(氣)를 수련 중심으로 삼는다. 도가의 호흡은 단전호흡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일차적 목적이 기를 모으고, 돌리고, 정화하여 궁극적으로 몸을 변화시키는데 있다.도가(道家)를 비롯하여 불가(佛家) 등 몸의 수련이란 바로 마음의 수련으로 직결된다. 도가 수련에서는 조신(調身)과 조식(調息)이 결국 조신(調身)을 위한 것이며, 마음의 잡념을 떨치고 상단전의 기(氣)와 중단전의 신(神)이 하단전의 정(精)과 하나가 되는 것을 이상으로 삼고 있다.

이에 비해 불가의 수련은 몸이나 호흡의 수련을 통해 궁극적으로 마음을 닦는 것으로 귀결됨을 알 수 있다. 불가의 수행은 몸에 대한 관찰과 호흡에 대한 관찰에 있기 때문에 한마디로 관찰하는 마음에 대한 수련이라고 불린다.

몸을 닦는 다는 수신이란 개념이 수양(修養)으로 바뀌는데 이는 기 수련에서 마음을 닦는 다는 수양 개념이 등장한다. 수양은 마음의 훈련을 의미한다. 수양은 인간의 마음을 중시한다. 인간의 마음은 정신에 대립하여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인간의 몸에 존재한다. 동양철학에서는 몸과 마음이 모두 기(氣)로 이루어져있다고 이해한다. 형체가 있어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이 질(質)이요, 공기처럼 눈에 볼 수 없는 것이 기(氣)이다. 사람의 몸 중에서도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것은 질이요, 마음처럼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은 기이다(이진수, 2001:49). 서양에서는 마음의 수양을 앞세우는 것이 아니고 덕의 함양을 신체활동에서 찾고 있었다. 스포츠가 동양에 도입되기 훨씬 이전부터 동양의 전통적인 신체활동에는 이미 덕이라는 개념이 내포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활쏘기와 투호이다.

동양에서는 신체활동에서 특히 몸보다는 마음을 강조하고 있다. 퇴계는 마음이 신체의 주인이 된다고 하며 몸은 마음의 주재에 따른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퇴계가 강조하는 마음 수양에 투호는 경(敬)으로서의 신체운동이라는 것이다. 화살을 표적에 명중시키기 위한 정신집중에 경을 강조하고 있다. 경은 주일무적, 즉 마음이 흐트러짐이 없음을 말하는 것이니 정신을 하나로 통합하여 잡념을 없애고 마음을 표적에 모아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는 경지를 이름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몸가짐을 정제엄숙하게 하고 사려를 하나로 통일시키는 것이다. 경(敬)은 마음이 스스로 자신을 통제하여 응집시키는 힘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경은 인간의 마음을 거두어들이고 통제하는 마음 자체의 구심점이며, 마음을 최고의 상태로 각성시키는 중심축으로 이해할 수 있다(금장태, 1998:201).

유가에서 수행의 핵심은 바로 우주의 원리처럼 참되게 생각하고 참되게 행동하는 데 있다. 참된 생각과 행동은 자신을 참됨으로 데려다 준다.《대학》에서 “그 몸을 닦으려는 자는 먼저 마음을 바르게 하고, 마음을 바르게 하려는 자는 그 생각을 먼저 참되게 하라”고 하고 있다. 유가에서 참됨에 이른 방법으로 두 가지가 있다. 《주역》에서 말한 궁리(窮理)외 진성(盡性)의 공부이다. 궁리는 밖의 공부이고, 진성은 안의 공부이다. 밖의 공부는 찾는 공부이고 안의 공부는 지키는 공부이다. 궁리를 통해 밝음에 이를 수 있고, 진성을 통해 참됨에 이를 수 있다. 궁리란 이치를 찾아 들어가는 것이지만 그 이치는 곧 마음의 이치이다. 궁리는 부분 의식에서 전체 의식으로 이동해 가는 공부이다. 전체 의식은 곧 우주 의식이다. 그 궁리의 구체적인  방법이 격물(格物)이라는 것이다.

마음을 수양하는 방법 중에는 욕심을 줄이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을 듯하다. 수양방법에 있어 유가에서는 과욕(寡慾), 도가에서는 무욕(無慾), 그리고 불가에서는 무념(無念)을 주로 강조한다. 과욕은 욕심을 절제하고 조절하는 상태이라면 무욕은 과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욕망 자체를 없게 하는 것이다. 불가에서 말하는 무념은 도가에서 말하는 무욕과도 다르다. 무념은 무욕과 유욕을 떠나 생각 자체가 아예 일어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다.

마음의 훈련은 스포츠에서도 강조되고 있다. 멘탈 리허설과 심상훈련이 그것이다. 시각화화 멘탈 리허설의 효능은 수많은 연구를 통해서 이미 증명되었다. 같은 능력을 가진 선수들 이라도, 정신훈련을 받은 선수들이 그렇지 않은 선수들보다 언제나 잘 한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스포츠심리학에서는 이런 상황을 마음의 중요성이라고 부른다. 시합에 앞서 불안을 떨치고 자신의 경기력을 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 창안된 이 같은 방법은 뛰어난 정신력, 즉 자신감을 양성하는 길잡이이다. 자신감은 자기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모두 준비가 되어있음을 아는 것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함의한다. 심리훈련은 생각을 보다 명료히 하도록 도와주고 정신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도록 가르쳐준다.

강한 정신력의 특징은 자신, 자신의 일, 자기의 운동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 등에 관한 몇 가지 행동과 신념들이다. 정신적으로 강한 사람은 경쟁상황을 뒤로 물러나아 하는 위협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발전을 위한 기회로 삼는다. 신체적 기능처럼, 정신적 강함도 질높은 지도와 훈련을 통하여 학습될 수 있다(《마인드 짐》,2003). 마음이 흐트러지기 시작하면 실력도 흩어지기 시작한다. 두 눈을 목표물에 고정시키고, 지금 해야 하는 과제에 마음을 고정시켜라. 과정에 정신을 집중시키고 결과는 잊어버리라는 것은 정신집중의 가치를 말해주고 있다. 심리훈련이란 동작 진행과정을 실제 동시적 연습 없이 하여, 단지 그 과정을 의식적 소개로 습득, 향상시키는 심리행위를 말한다. 불교에서 나온 참선은 오늘날 스포츠현장에서 정신훈련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참선은 옛날부터 무술수련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정신 훈련법으로 행해져 왔다.

심법은 정적인 수행보다는 동적인 신체활동에서 보다 유용하게 행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신체운동으로서 스포츠 현장에서는 심법 즉 정신수양의 요구는 두 가지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 하나는 경기력 향상이고 다른 하나는 경기를 수행하는 공정성, 즉 페어플레이 정신이다. 페어플레이 정신은 선수에게만 요구되는 정신이 아니고 경기운영을 맡고 있는 심판에게도 똑같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좀 더 넓은 의미에서 말한다면 관중에게도 적용되는 정신이 경기정신이라 할 수 있다. 선수의 경기력 성취를 위해 고안된 멘탈 트레이닝은 이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정신의 방법론 가운데 하나이다. 운동을 잘 가르치기 위해서는 지도방법에 숙달해야 한다. 운동은 기능, 전술, 규칙으로 구성되어 있기도 하고, 진선미로 이루어져 있기도 하다. 태권도 품새는 후자의 경우에 해당된다. 품새는 형이상학적 가치, 윤리적 의미, 미학적 아름다움을 느끼고 발견할 수 있도록 한다. 태권도 무도는 삶의 형식으로 볼 수 있다고 하는 까닭이 있다. 태권도 무도에 담겨져 있는 전통, 정신, 내용에 자신을 맡기고 그것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요인이 그것이다. 이것들을 전수하는 일은 말 그대로 심법, 정신의 방법론이라 하겠다. 몸과 마음이 하나된 상태에서의 마음을 태권도 무도는 수련시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태권도 수련에서 심법을, 정신의 방법을 실시하고 있는가?

태권도 지도에 있어 인의예지신이라는 덕목은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덕목이 아니고 기술과 정신을 지도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그 방법이란 무엇인가. 기본동작이나 품새 등 수련 시 동작 표준을 지켜야 하는 것은 예의(예)이고 도리(의)이며 바르게 주먹을 쥔다는 것은 인의 마음이다. 어떻게 지르는 것이 바른 방법인가는 마땅함, 즉 의(義)이고 그 방법을 알 수 있다는 것은 지(智), 즉 변별력이다. 주먹으로 내지를 때 어느 정도의 강도, 즉 기세로 행할 것인가 등은 지인데 반해 자신감을 갖고 어느 정도의 힘을 넣어 지를 수 있다는 것은 신(信), 즉 믿음이다. 지(智)로서 변별력이란 힘의 강약, 힘의 강유 등 방법에서 어느 순간의 과정에 행해야 하는 것 등을 말한다. 우리는 인의예지신 덕목이 유가에서 내세우고 있는 관념화되어 형이상학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지도와 수련은 지도자와 수련자와의 합일된 정신 상태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듯 지도 시 수련자에게 단지 기술적 방법만이 아니라 시공적 동시성으로 정신을 일깨워줄 수 있어야 정신 교육은 효율적으로 전수될 수 있다. 수련은 단지 훈련(practice), 즉 인간 움직임 전반에 비중을 둔 것에 비해 수양은 인간의 마음을 중시하듯이 몸과 마음의 동시적 수련, 즉 수양론에 비중을 둬야하는 것이다.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목적은 인간적 성취에 중심을 두는 것이다.

태권도 수련도 마찬가지 원리이다. 먼저 마음을 일관하게 지킴으로서 잡념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고 오직 동작에 마음을 집중하여 정성을 다해야만 올바른 동작을 표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수련에 있어 몸은 동작의 원리에 따르고, 동작은 마음의 다스림에 물 흐르 듯 따라야 하는 것은 마음과 동작이 서로 돕는 공부이다. 몸과 동작의 움직임은 마음의 거울로서 나타난다. 손발의 움직임을 유연하게 하고 땅을 디디면서도 균형을 흩뜨리지 않도록 마음 쓰임이 수련이고 수양이다.

이처럼 동작의 성질을 따라 막고 지르고 차기를 하는 등의 닦음은 밖으로는 기술을 숙달하는 반복적 과정이 안으로는 동작의 원리에 따른 바른 마음의 닦음이 될 수 있다. 동작의 거침은 인격성에 반하고 동작의 부정확은 의리와 절도에 반하고 동작의 미숙은 지혜에 미치지 못하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가 인간다음을 추구하는 닦음은 자신의 인격의 중심을 터득하는 공부이다. 결국 마음을 닦는 다는 것은 동작의 원리에 따른 ‘마음과 몸의 중심’을 기르는〔절제〕이다. 즉 중심을 기른다는 것은 정신을 기른다는 뜻이다.

6. 인간적 성취와 상생 정신

태권도 수련은 인간됨을 지향하는 것이지 공방적 기술체계의 숙련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우리들이 땀을 흘리며 인내와 의지로 심신을 단련 연마한다는 것은, 그 같은 과정은 쉽지 않지만 〔도장(道場)이라는〕 공동체 속에서 인내하며 지속적인 자기반성을 통한 절제와 닦음의 과정은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성숙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믿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태권도 수련이란 사범과 수련자, 즉 인간 간에 이뤄지는 공동체 속에서 수련 단련의 과정이 엄한 규율 속에서 형성되는 것인데, 그것은 단지 기술체계의 전수가 전부일 수 없고 그 이상의 정신세계를 추구하는 데 수련, 즉 닦음의 의의를 두는 것이다. 동양무도의 신체단련은 신체의 상태가 마음의 상태를 지배한다는 관점에서 정신의 고양이라는 철학적, 도덕적, 정신적 교육적 제 요소와 기치가 있다고 보는 관점이다.

태권도의 가치 있는 수련이란 일상적 고된 반복적인 수련의 과정에서 인간정신을 고양하며 자아성취를 위한 인간됨의 본성에 귀의하고자 하는 데 있다. 그 길은 인간 정신의 심오한, 고도의 경지에 몰입하며 인성을 가다듬는 과정은 인욕(人慾: 사적인 욕망)을 제거하고 도심(道心: 도의 마음) 즉 인간의 본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정신은 단지 두뇌 작용과 사고과정의 정신이 아니고 인간세계의 가치원리로서 정신을 일컫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제1 세계의 두뇌 작용과 제2 세계의 모든 사고과정이 아니라는 함의이다.

태권도 수련은 자기 수양을 위한 정신교육이며 이는 자아실현을 통해 인간의 심리와 성격의 계발에 깊이 뿌리 박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리하여 정신교육의 구체화는 사범, 즉 지도자는 기술체계는 말할 것도 없지만 철학적, 정신적 그리고 문화적 양상의 전수자로서 행동하면서 수련자가 자아 발견(자각, 성취 등)을 할 수 있도록 교육적인 경험을 제공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반면 수련자인 피교육자는 태권도무예의 가르침을 잘 받아들이고 정신강화 수련과정을 경험하기 위해서 융통성이 요구된다. 태권도 수련은 몸과 마음의 실천적 행위로서의 경험이지 마음속으로 무엇인가 암기하듯 하는 일종의 지식적 경험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수련자는 사회공동체 속에서 이루어지는 수련 연마를 통해 대상과 관계맺음은 주로 마음에서 인간다운 지향성, 인간의 존엄성에 기초한 도덕 윤리적 가치질서에 그 정당성의 뿌리를 두고 있는 정신을 형성하고 실현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전통적으로 도(道)를 닦는 복장을 도복(道服)이라 칭하는 데 그것은 띠와 함께 한다. 수련자는 학습평가에 따른 색상의 띠와 그 품계에 따른 품새 등 기술체계의 학습이라는 이 모든 과정은 철학적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도복은 달리 말해 도의(道衣)이다. 우리가 도복을 단정히 입고 띠를 매는 의식은 엄숙 그 자체이고 질서이다. 이는 정신을 수양하는 일종의 수양행위라고 볼 수 있다. 띠의 색상은 학습의 평가에 따른 상응한 질서이고 품계로서 수련자의 인격을 대변해 준다. 띠의 색상은 흰색에서부터 노랑, 파랑으로 바뀌며 종내는 최상급을 의미하는 빨강, 그리고 종내는 검정으로의 변화과정이 띠가 상징하는 색상의 철학적 의미도 수련자의 정신세계에 어떠한 형식으로든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태권도수련이란 정신을 포함한 더 넓은 의미로 도덕적 윤리적 교육이며 태권도적 공방의 기술체계를 반복 지속적인 수련을 통해 앎이 곧 실천을 지향하는 실천적 수양행위의 학습인 것이다.

전통적 사고에서는 인간의 두뇌활동을 지식의 확장에 비중을 두고 있는데 반해 태권도 수련은 덕(德: 인의예지신)을 쌓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무예에서의 신체적 단련이 무엇보다 중요시되는 것은 신체의 단련이 바로 마음의 수양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심신단련은 태권도의 본질이며 몸을 단련하는 것이 바로 마음을 계발하는 것으로 본다. 몸이란 서구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신과 분리되어 있는 물질적 의미의 육체가 아닌 의지와 정신이 스며있는 신체를 뜻한다.

태권도수련에서 신체훈련은 ‘인간 됨’의 수련이라는 윤리적 의미를 함의하고, 태권도 지도자가 갖는 지도자의 자세는 수련자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인간다움을 추구하는 수련, 즉 닦음은 자신의 인격적 중심을 터득하는 공부이다. 결국 마음을 닦는 다는 것은 동작의 원리에 따른 ‘마음과 몸의 중심’ 즉 ‘균형과 조화 그리고 절제’를 기르는 것이다.

태권도 수련이란 몸 움직임의 동작체계에서 철학적인 의미를 찾아볼 수 있고 그 동작의 철학적 실천적 행위가 몸의 움직임을 통한 마음의 수련이라고 보는 것이다.

태권도정신은 기술의 소산이라는 명제는 오랜 수련의 결과로서 체득되는 것이며 그것은 일상적 행동에서 드러나는 태권도인의 신념, 자제력, 의지, 삶의 태도 등으로 표상되는 가치로서 객관적 정신영역을 말한다. 태권도 정신은 태권도 무예가 추구하는 형이상학적 범주로서 기술의 본질, 사상, 철학 등 정신의 내부적인 소산의 총칭이다. 따라서 태권도정신은 태권도인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덕목이며 최고의 정신적 수준이다. 정신은 무엇보다 인간의 행동의 장이고, ‘나’ 라고 말할 수 있는 한 존재의 현현이며, 그러면서도 동시에 ‘다른 어떤 것’을 가리킬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어떤 것’ 때문에 인간은 자기 자신을 규정할 수 있고, 이를 통해서 동시에 다른 것〔상징, 기술, 윤리적 행위 등〕에 일정한 구조를 부여한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상생’ 개념이다. 우리는 자신의 내적 존재에 대한 사랑과 확신으로부터 나오는 마음은 전 생명체에 대한 생명의 존엄성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삶의 깊이와 힘을 증가시켜 상호 간의 도움과 평화와 즐거움을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상생’ 정신에서 싹트는 것이라 하겠다.

결국 태권도인의 정신세계는 태권도의 고유한 철학적 근원과 배경 등 여러 사상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오랜 수련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라 할 것이다. 태권도 정신이란 과연 한마디로 무엇이며 어떻게 제시할 것인가? 라는 천착에서 연구자는 세계태권도인의 보편적인 개념으로 〈태권도 정신은 기술의 소산이며 그것은 ‘인간적 성취와 상생 정신’〉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지구촌 태권도인이 제각기 마음속에 품고 있는, 하지만 쉽게 한마디로 드러낼 수 없는 그것? 이 진정 태권도 정신일 것이라는 아쉬움을!

이경명 태권도문화연구소장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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