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7월18일 날씨 맑음

기본 35℃를 웃도는 기온에 상해는 불쾌지수가 상당히 높았다.

아침밥을 먹고 9시에 우슈 수련장으로 향했다. 우리는 그곳에서 태극권을 배우기로 되어있었다. 태극권은 종류가 다양했다. 태극권의 부드럽고 고요하며 느릿한 몸짓의 운동은 기혈(氣血)의 순환 및 신진대사를 촉진시킬 뿐만 아니라 온몸에 생기를 불어넣고 신체의 각 기관을 활성화시켜 더욱 건강한 몸을 만들어 준다.

또한 내면의 정신수련을 통하여 사고력과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순리에 따르는 긍정적 생활태도를 갖게 하며 평온한 심신 속에서 참 나를 찾을 수 있게 한다. 태극권은 격렬하게 움직임으로써 자신의 기운을 소모하고 ‘활성산소’가 생성되어 노화를 촉진시키는 운동들과 달리 고요하게 움직이며 정신을 가다듬고 기운을 축적하여 젊음을 되찾는 운동이다.

그 효용의 결말은 “상록수인 소나무가 다른 낙엽수와 구별되는 것은 겨울이 된 뒤의 일이다”라고 이른 공자의 말씀처럼 노년이 되면 확연히 드러날 것이란 강연을 현지 태극권 교수님께 들었다.

백학의 춤처럼 우아한 자태, 유유히 흐르는 물처럼 끊임없는 동작, 모남이 없는 구름처럼 자연스런 변화 속에 고요한 마음, 집중된 정신으로 기(氣)를 단전에 모으고 전신에 운기(運氣)하는 태극권은 기혈순환을 촉진시키는 최상의 기공(氣功)이다.

첫날은 간단한 몸 풀기와 태극권 소개로 끝맺음을 했다. 태극권 연습이 끝나고 우리들의 시범 연습을 했다. 상해 시내에 있는 체육관에서 3일 뒤에 시범이 잡혀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모두 열심히 했다.

● 2007년 7월19일 날씨 맑음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것은 가만히 서있어도 땀이 흐를 정도인 사우나 같은 무더위와 식생활 문화이다. 우리는 근성을 발휘하며 매우 열심히 중국 문화에 적응하고 있었다. 정말 놀라울 정도의 빠른 속도로 말이다! 태극권 수련에 돌입하자 모두들 마음이 숙연해지며 진지한 상태로 교육에 몰입했다.

한 동작 한 동작 놓치지 않으려 눈 여겨 봤다. 모든 동작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 메모를 하려고 했으나 동작들이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는데 답은 하나였다.

선생님 앞에서 보고 듣는 것이 가장 이해하기 쉽고 빠른 것이었다. 태극권 동작의 용법을 살펴보면

첫째, 기세조식(숨고르기)이라 하여 몸을 이완시키고 잡념을 몰아내는 것이라고 했다.

둘째, “야마분종”.이 초식은 무슨 동작인지 쉽게 알 수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왜냐면 태권도에서 많이 보아온 듯 한 동작이기 때문이다. 상대의 쳐오는 주먹을 잡고는 다른 팔로 상대의 겨드랑이에 껴서 팔뚝을 꺾는 것이다.

셋째, “백학량시”. 주마간산 격으로 보면 무슨 의미인지 깨닫기가 쉽지 않다. 선생님 해설에 의하면 상대에게 팔목을 잡혔을 때 합기도의 호신술처럼 상대의 겨드랑이 밑에 팔뚝을 넣고 꺾어 올려 상대를 제압한다. 

넷째, “루슬요보”. 상대의 발차기를 한 손으로 걷어내고 다른 손으로 가격한다.  이 초식은 금방 봐서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다. 태권도의 아래막고 몸통지르기를 연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수휘비파". 비파라는 악기를 양손에 품고 있는 자세와 비슷하다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따라서 대련의 준비자세로도 이용될 수 있는데, 용례를 보니까 상대가 쳐 오는 주먹을 잡아 양손으로 누르며 제압을 하는 것이다.

앞에서 본 “백학량시”가 주는 문자적 뜻은 하얀 두루미가 날개를 펴며 하늘을 오르는 동작이다. 이런 “백학량시”나 “수휘비파”가 주는 느낌은 전투적이고 살벌하고 피냄새를 풍기는 전쟁터가 아니다. 지극히 평화롭고 목가적이며 그윽하다.

그런데 용례를 보면 상대의 공격을 잔인할 만큼 꺾고 부수며 제압한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폼도 명칭도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데 말이다. 처음에는 많이 힘들겠다고 생각되었으나 배워보니 정말 다음 시간이 기대될 정도로 흥미가 가득했다.

태극권 수련이 끝나고 또 시범 연습에 돌입했다. 바닥이 매우 위험하여 연습에 난항을 겪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끝까지 모두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다음호에 계속

박인수 선문대학교 무도학과 3년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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