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기원은 "2008 세계 태권도 한마당"을 미국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환영이다.

이와 같은 소식은 무엇보다 이곳 미국에서 점차 희미해져 가고 있는 태권도의 무도성 회복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태권도의 본질은 전통과 정신이다. 태권도 수련은 신체의 기술 숙달에 결코 그치지 않는다. 엄운규 원장이 밝힌 바와 같이 ”태권도 한마당은 세계 평화와 화합을 이끌기 위한 축제의 장이다.” 이것이 국기원이 추구하고 있는 태권도 한마당의 목적이다. 10대 후반이나 20대 엘리트 태권도 선수들이 힘과 기술을 겨루어 메달을 따고 자국의 국위를 선양하는데 있지 않다는 것이다.

태권도 한마당은 나이와 성별에 제한되지 않고 가족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자신의 태권도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는 표현의 장이다. 상대 선수를 제압하는 것에 신경을 몰두하기 보다는 소아적 자신을 통제하고 극복하는데  출전의 의미를 두고 있다. 따라서 태권도 한마당은 축제이자 무도 교육의 현장이다. 이러한 장르가 이제 해외에서 열리게 되어 기쁘고 몇 가지의 큰 의미를 찾아 볼 수 있다.

첫째, 태권도 한마당은 지금까지의 태권도 경기 문화가 갖고 있는 역기능을 해소해 줄 수 있다. 현재의 일반 태권도 경기 방식은 많은 태권도 수련생들을 판정 시비와 지나친 경쟁에 노출시켜 태권도의 근본인 정신을 배우기도 전에 태권도를 그만 두도록 몰아내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이와 다르게 한마당의 경기 방식은 상대방과 경쟁하기 보다는 화합을 그리고 자기표현의 장이기 때문에 자기 자신과 투쟁하는 무도 정신을 일깨워 줄 수 있다.

둘째, 한마당 미국유치는 국기원의 위상을 확고하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미국은세계의 최대 무술 시장이자 그만큼 수많은 브랜드의 무술이 존재하고 있다. 국기원 역시 그 중 하나이고 보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홍보는 필수요건이다.

국기원은 세계 태권도의 본부로서 단증발급, 지도자 교육, 지도자 자격증 발급, 태권도 전반에 걸친 연구 및 미래 발전 방향 설정 등 을 주도하는 그야말로 태권도의 모체이다. 그러나 미국에서의 그 인지도는 아직 미약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볼 때, 한마당 미국 유치는 아주 좋은 결정이라 할 수 있다.

셋째, 한마당 미국 유치는 국기원이 해외에 분원을 설치하기 위한 거점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사실, 국기원은 세계 태권도 연맹 (WTF) 보다 먼저 생겼다. 그러나 30여년이 지난 현재 두 단체는 사뭇 다른 모습을 갖고 있다. WTF는 태권도의 일부분인 경기만을 맡고 있지만, 대륙연맹 및 185개 회원국을 거느리고 있다.

그러나 국기원은 세계 태권도 본부라는 이름과는 달리, 현재 해외지부를 단 한 군데도 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라도 국기원은 이에 필요한 인적 그리고 구조적 제반사항을 빠른 시일에 정비하여 명실상부한 세계 태권도 본산으로 거듭나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특히, 현재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이곳저곳에서 국기원의 고유 업무로 인정해 온 업무 (단증발급)를 서로 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판이다. 최근, 미국 국가 경기 태권도 단체인 USAT에서 자체 단증을 발급하기로 결정하고 가까운 시일에 이를 실시 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단체에서 무슨 권한으로 단증을 발급해야 한다는 것인지. 국기원은 과연 이것을 언제까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인가? 각국 경기 단체의 자체단증 발급 인정은 국기원의 운명을 185 WTF회원국 경기 단체에 맡기는 것과 다름없다.

각 나라 경기 태권도 단체는 그 나라의 국가 올림픽 위원회의 규약에 따라 움직이고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으로서, 국기원과 직접적으로 아무런 관계를 갖고 있지 않다. 과거 국기원 원장이 WTF를 동시에 이끌던 시기는 특별한 경우로, 이에 따른 행정적 처리가 경우에 따라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점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환경은 다르다. 따라서 국기원은 시급히 해외에 분원을 설치하고 국기원 원장이 직접 임명한 해외 분원 장을 두어 국기원에서 전파된 태권도 기술과 정신을 효율적으로 보급하고 관장해야 할 것이다. 그 첫 발걸음을 세계의 중심인 미국에 내 딛는 것은 전략적으로 아주 중요하다.

국기원은 태권도의 모체이자 정신적 지주다. 뿐만 아니라 태권도가 단순 격투기가 아닌 수행적 무도로서 그 가치를 수련생들의 가슴에 심어주기 위한 상징성과 권위를 갖고 있다.  이는 마치 로마에 위치한 교황청이 갖고 있는 권위처럼, 태권도에 관한 한 국기원은 이에 버금가는 권위를 갖고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그저 그냥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에 따르는 필요를 충족시키고 계속적인 지원과 관리가 이어져야 가능한 일이다. 현재 WTF는 성격 자체가 경기 단체이고 IOC나 GAISF 등 스포츠 경기 단체의 소속이기 때문에 반드시 종주국인 한국에 연맹 사무소를 두거나 한국인이 수장이 되어야 할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국기원의 역할은 종주국의 상징성을 갖는 마지막 보루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국기원은 최초로 해외에서 열리는 세계 태권도 한마당을 2008년 미국에서 개최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의미를 갖는다. 세계 태권도 연맹은 창설된 이후 5년 만에 태권도를 세계무대에 내 놓았다. 1977년 미국 시카고에서 치른 제3회 선수권 대회가 바로 그것이다.

그 이후, 태권도는 스포츠라는 옷을 입고 불과 20여년 만에 올림픽이라는 고지에 올라서게 되었다. 이러한 성과는 태권도를 전 세계에 알리고 발전시키는 일에 엄청난 속도를 가져다주었다.  이와 같이 국기원은 무도라는 브랜드의 옷 (한마당)을 입고 이곳 미국 땅에 처음으로 선보이게 될 것이다.

국기원은 미국에서 열릴 예정인 2008 한마당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빠른 시일 안에 주관 단체를 선정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문화적으로 큰 행사의 제반 계획을 적어도 1년이나 2년 전에 미리 세운다.  경기장 확보나 참가자들의 유도를 위한 홍보 등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아주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박천재 미 조지 메이슨 대학 교수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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