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품새대회가 각광을 받는 이면에 겨루기대회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온 판정(채점) 시비와 담합 의혹, 그리고 출전 선수들의 고의 기권 등 폐단이 속출하자 품새대회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일부 품새 관계자들은 대회가 열릴 때마다 판정 시비를 비롯해 각종 의혹과 잡음이 끊이질 않자 KTA가 적극적인 자세로 문제점을 개선, 품새대회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품새 지도자들과 관계자들은 품새대회의 각종 잡음과 의혹을 털어내고  한층 더 발전시키려면  △판정(채점) 기준 개정 △품새 심판위원장 선임기준 강화 △심판 선발 및 위촉의 투명화 △속칭 ‘선수 빌려주기’, ‘의도적으로 져주기’ 관행의 근절 △각 대학의 품새 특기생 정원 확대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7일 열린 계명대총장기 품새대회에서 김경찬 심판위원장이 심판들에게 당부의 말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품새 특기생 정원 확대

우선 품새대회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각 대학이 품새 특기생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안학선 K-타이거즈시범단 단장은 “품새대회는 늘어나고 각 대학 입학 정원은 줄어들고 있다. 경희대의 경우 품새 특기생은 20명에서 14명으로 줄었다”며 “품새가 발전하려면 대학의 문이 좀더 넓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기 KTA 품새심판분과 부위원장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대회는 늘어나는데, 대학의 품새 특기생 숫자는 줄어들어 고교선수들이 ‘메달 전쟁’을 하고 있다”며 “각 대학에서 겨루기 정도의 숫자는 아니더라도 품새 특기생의 혜택을 늘려주면 입상을 하기 위한 과열 경쟁이 완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판정(채점) 기준 변경

많은 품새 지도자 및 관계자들은 정확성보다는 숙련성과 표현성에 판정(채점)의 비중을 많이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황인식 KTA 품새심판분과 부위원장은 “현재의 품새에서 볼 수 있는 하나의 흐름은 정확성에 치중한 일명 ‘로봇 품새’다. 품새는 강(剛)에서 유(柔)가 아니라, 유(柔)에서 강(剛)이다.

경직된 상태에서는 좋은 품새가 나올 수 없다”고 강조했고, 박종범 고수회 회장은 “정확성은 대부분의 선수들이 80% 정도 소화해 내고 있다. 이제는 품새를 멋있고 아름답게 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며 숙련성과 표현성 위주로 판정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익필 청룡태권도장 관장도 같은 의견이다.

품새심판위원장 선임기준 강화

심판위원장의 선임 기준은 우선 특정 팀과 연관이 없고, 제자들이 대회에 출전하지 않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만약 겨루기대회의 심판위원장이 특정 팀과 연관이 있거나 자신이 제자들이 출전하게 된다면 큰 일이 벌어질 것이다. 품새대회도 마찬가지”라는 게 많은 품새 관계자들의 소리다.

김경찬 심판위원장이 판정 개입설과 영향설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이런 여론에 대해 한 품새 심판은 “이런 기준이라면 품새 분야에서 심판위원장이 될 사람은 거의 없다”며 현실성이 없는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한 편에서는 특정 팀과 연관이 없고, 제자들을 가르쳐 대회에 출전시키지 않는 태권도인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는 반론을 제기한다. 

심판 선발 및 위촉의 투명화

현재 품새 심판은 53명. 이 중에서 적지 않은 심판이 ‘김 위원장 계열(라인)’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 심판은 “김 위원장 라인의 심판들이 많기 때문에, 대회에 자주 위촉되고, 김 위원장 측의 선수들에게 알아서 좋은 점수를 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나를 음해하는 C회 소속의 심판이 이런 말을 할 것”이라며 “누가 내 라인의 심판이냐. 심판 선발은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다”며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중요한 경기부터는 김 위원장 라인의 심판들이 자주 배정된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이상기 부위원장은 “심판 배정의 시스템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위원장 마음대로 중간에 심판을 바꾸거나 특정 심판을 배정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판 선발과 위촉 및 배정을 둘러싸고 잡음이 사라지지 않아 근본적인 해소 방안을 시급히 찾아야 할 상황이다.

속칭 ‘빌려주기’ ‘져주기’ 관행 없어져야

품새대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행태 중 하나는 선수들을 빌려주고, 같은 소속의 선수에게 고의적으로 져주거나 기권하는 것이다. 

김경일 KTA 품새 경기위원장은 최근 <본지>에 보내온 글에서 “품새경기 진행을 하는 사람으로서 부끄럽다”고 말문을 연 뒤 현재 품새대회의 맹점을 신랄하게 지적했다.

그는 “품새 발전에 대해 이런 저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단체전에서 선수를 빌려주거나 의도적으로 기권하고 져주는 행태가 만연하다”며 “이런 것은 품새대회 자체를 유린하는 행위”라며 관련자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같은 소속 선수를 입상시키기 위해 일부러 품새를 틀리게 하고, 도장과 학교로 중복해서 출전하는 부당행위가 횡행하고 있다”며 “이런 짓을 지시하는 지도자들은 대오각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성원-정대길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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