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라북도 김제에서 태권도 역사의 한 획을 긋는 대회가 있었다.

동학혁명과 폐정개혁의 고장 집강소 설치 등의 근대 민주주의가 살아 꿈틀거리는 그 곳에 전국태권도품새대회가 열렸다.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큰 관심을 갖고 수련생들과 함께 꼬박 이틀을 투자하여 가고 오고를 반복하며 보았다.

너무나 반가웠고 즐거웠다. 수련생들에게 “전국 대회란 이런 겁니다” 하고 교육시킬 수 있었고 태권도의 효과 진수를 느끼게 해줄 수 있어 너무 좋았다.

동학에는 보국안민이란 것이 있다. 보자는 도울 보자인데 잘못된 것을 고쳐 바로 잡을 보자도 된다. 나라의 잘못 된 것을 고쳐 바로 잡는다는 것인데 그 후에 백성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것이 안민이다.

태권도 경기는 전반적으로 좋았다. 그런데 5:0판정이 너무 남발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청지회의 한 여성부 출전자가 상당한 기량을 선보였는데 5:0으로 지자 주위 사람들이 모두 의아해 하며 순간 조용해 졌다.

나도 의아 했다. 태권도 수련 사범으로서 무도 연구가로써 내가 본 견해로는 5:0은 무리라 본 것이다. 그 후 고등부 단체 팀을 보았는데 상당한 기량을 선보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예선 탈락 그것도 1차에서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지금 보였던 기량이면 세계적 수준인데 예선 1차 탈락 이라니 후배에게 한마디 했다.

“이거 너무 이상스럽구나!” 후배가 “아시면서 왜 그러십니까” 한다.

내가 물었다. ‘가지치기’라는 답이 돌아온다. 가지치기?

도대체 이 ‘가지치기’라는 것이 뭔가 궁금했다. 우승이 유력한 학생이나 후보를 사전에 미리 아웃시키는 것이란다.

기를 팍팍 꺾어 죽이는 것이다. 순간 창피했다. 너무나도 창피해서 고개를 들기가 부끄러울 정도였다.  함께 데리고 갔던 도장 수련생들에게 뭐라고 해야 하나 너무 부끄러웠다.

마지막 날 가기 싫은 경기장에 주위 후배 관장님이 강권해서 같이 구경을 갔다.

고등부 경기 후 아는 후배가 소청을 한다 해서 이 고장 토박이인 내가 안내를 해줄까 해서 내려가 보니 소청은 하지 않고 혼자 서있기만 한다. 한참 20분정도 지나 소청을 하는 것을 보았는데 또 한번 선배 사범으로서 무척 창피했다.

무슨 소청인지 설명회인지 심판위원장이 불러 설명을 듣고 바로 끝이 나는 것이 아닌가. 잠시 후 소청한 후배를 심판위원장이 골방으로 데리고 것을 보고 따라가 보니 더 가관이 아닌가? 소청 임원 한명에 5명이 붙어서 “어린 놈이 어디서!” “너는 위, 아래도 없냐!”

갖은 폭언과 폭설이 쏟아지는 것을 보고 내가 한마디 했다.

“아무리 어려도 한 팀의 코치고 임원이니 예의를 갖추십시오.” 다른 분들은 예의를 다 갖추는데 한 사람이 나를 손바닥으로 밀며 격한 언사를 한다.

젊은 사범이 어쩌란 말인가. 기가 막혀 문밖으로 밀려갔다가 문고리 두 개 잡고 다시 들어가 보니 젊은 후배의 마지막 말이 너무 인상 깊었다.
“정말 너무들 하시네요!”

이 말을 듣고 참 창피했다.

오후에 도장에 돌아와 수련생들에게 뭐라고 말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 끙끙 거렸다. 불현듯 도복이 입기 싫어졌다.

이것이 나의 개인적인 사견인 것일까? 

송진만 전주 모악태권도장 관장  dssim22@paran.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송진만 전주 모악태권도장 관장
• dssim22@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