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월, 제1회 경희대총장기 품새대회 도중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개막식 식후행사 후 곧바로 시작된 품새대회 결선은 개인전과 단체전으로 나눠 5명의 심사위원들이 시선과 힘의 조절, 중심이동 등을 중점으로 채점했다.

그러나 여자 개인전에 출전한 김해선(청룡도장)이 95점, 홍희정(남창도장)이 95.3점, 마지막으로 출전한 박선영(일산동고)이 96.3점을 받아 1위를 차지하자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남창도장 강신철 관장을 비롯한 소속 관원들이 심사위원들의 채점에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2년간의 용인대총장기 품새대회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의 우승을 휩쓸다시피한 남창도장측은 박선영이 홍희정보다 1점 높게 채점되자 거세게 반발했다. 강신철 관장은 “채점을 똑바로 하라”며 항의했다.

남창도장 측은 홍희정이 박선영보다 품새기량이 떨어진다는 심사위원들의 채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게다가 일부 관중들마저 박선영이 96.3으로 1위를 차지하자 "우…"하며 심사위원들의 채점에 이의를 제기했다.

강 관장은 "결선에 진출한 3명 중에 품새를 가장 못하는 아이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며 노골적으로 심사위원들의 자격을 비판하며 단체전 결선에 진출한 남창도장 선수들을 관중석으로 불러들였다. 일종의 시위였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한성고 단체전 품새가 끝난 후 단체전 참가를 고심 끝에 결정한 남창도장 선수들은 한성고 선수들과 함께 천권으로 맞대결을 벌여 96.3으로 동점을 이룬 후 재경기를 가졌으나 96.6을 득점한 한성고에 1점이 뒤진 95.6을 득점하자 채점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다.

곧이어 관중석에서 강신철 관장이 경기장으로 나와 "이규현, 당신은 이제부터 내 선배가 아냐"라며 문제의 화살을 심사위원 대표자인 이규현씨에게 돌렸다.

이같은 광경을 착잡하게 지켜보던 이규현씨는 자신의 옆을 스쳐 지나가는 강 관장을 향해 "품새를 제대로 가르치고 그런 소리를 하라"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이규현씨는 채점 잡음에 대해 "강신철씨와 심사위원들이 품새를 보는 시각에서 차이가 났기 때문"이라며 일부 관중들의 남창도장 지지(?) 모습에 대해서는 "품새를 잘 모르기 때문에 하는 행동"이라고 일축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현재, 강신철 관장의 제자인 전민우씨(경희대 태권도학과 학생)가 지난 19일 김제에서 열린 제2회 WTF세계품새선수권대회 파견 국가대표선수선발대회에서 심사위원들의 채점에 문제를 제기하며 시위를 했다. 이런 모습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서성원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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