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석 국기원연구소 소장(스승)과 남승현 국기원시범단 감독(제자)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남 감독은 지난달 30일 오전 11시, 시범단 훈련이 모두 끝나자 일부 단원들을 시켜 샤워실에 쌓여 있는 집기와 태권도 용품 등을 국기원연구소 사무실로 옮겼다.

국기원 시범단의일부 단원들이 남승현 감독의 지시로 샤워실에 있던 집기와 용구들을 연구소로 옮기고 있다.

남 감독은 “(국기원연구소) 최상환 전임연구원(상근직)이 그만 뒀고, 이규석 소장은 비상근이기 때문에, 연구소 기능이 마비됐다고 생각해 단원들이 편하게 샤워할 수 있도록 그 안에 쌓여 있는 집기와 물건들을 연구소에 옮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본질은 이 소장과 남 감독의 불신과 갈등에 있다. 그 핵심에 계약 연장을 하지 않은 최상환씨와 관련된 뇌관이 자리잡고 있다.

남 감독은 “교수님(이 소장)을 국기원에 오도록 주선한 사람이 바로 나다. 학문과 연구에만 전념했으면 좋았을 텐데, 자신의 입지 강화를 위해 제자(최 연구원)를 밟고 올라서려고 하는 등 정당하지 못한 일을 해서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이렇게 해서라도 교수님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아야 하고, 그렇게 할 사람은 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최 연구원이 그만 둔 실질적인 배경은 스승인 이 소장의 자신만을 생각한 정치적 야심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뒤늦게 연구소가 폐쇄된 것을 안 이 소장은 “어떻게 이런 일이…”라며 당황해 하면서도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이 일이 일어나기 전, 최 연구원이 그만 둔 이유에 대해 기자가 묻자 “내가 못나서 그렇다. 그 일에 대해선 뭐라고 할 말이 없다. 나는 사심이 없다. 곧 심층 면접을 통해 공채로 연구원을 뽑겠다”고 말했다.    

이 사태를 접한 대한태권도협회의 한 관계자는 "두 사람 간의 문제는 두 사람이 해결해야지 단원들을 동원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단원들을 동원한 것은) 학교 태권도 코치가 교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선수들을 동원해 교장실을 점거한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날 박기인 국기원 사무국장은 연구소가 폐쇄된 것과 관련 “국기원이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것은 업무방해다. (관련자들을 색출해) 경찰에 고발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지난 1일 국기원 연구소를 폐쇄한 관련자들을 경찰에 고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남 감독은 "박 국장에게 별 다른 얘기를 듣지 않았다"며 국기원의 대응을 보고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편 본지는 이 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를 했으나 받지 않아 그의 견해를 이번 기사에 반영하지 못했다. 

국기원연구소가 폐쇄되자 박기인 사무국장(가운데)이 관련자들을 경찰에 고발하라고 소리치고 있다. 이규석 소장(맨 오른쪽)이 뒷짐을 지고 할 말을 잃은 듯 생각에 잠겨 있다.

[직격 인터뷰] 남승현 국기원시범단 감독

- 왜 국기원연구소를 폐쇄했나.
△ 국기원에서 훈련을 하고 나면 마땅히 샤워할 곳이 없다. 나는 지하 보일러실에 있는 곳에서 몸을 씻어도 되지만, 단원들은 불편한 것이 많다.
마침 상근직인 최상환 연구원이 그만둬 연구소 업무가 마비됐다고 생각해 연구소 기능이 정상화될 때까지 샤워실에 있는 집기와 물건들을 옮긴 것이다.

- 스승인 이규석 소장의 어떤 점이 불만인가.
△ 국기원연구소 소장이 되도록 주선한 사람이 바로 나다. 국기원은 학교(경원대)와 달리 말이 많은 곳이라 연구와 학문에 전념하기를 기대했는데, 교수님은 나의 기대를 저버렸다. 자신의 입지를 위해 제자인 최상환 연구원을 내쳤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이 일이 있기 전, 교수님께 전화를 걸어 최상환과 상생하던지 아니면 함께 국기원을 나가라고 고언을 했는데, 마치 내가 협박을 했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 어처구니가 없었다. 정당하지 못한 교수님의 행동을 바로잡을 사람은 나 밖에 없다. 말도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방법을 쓸 수 밖에 없었다.

- 두 사람 간의 개인적인 갈등을 두 사람이 풀지 않고, 단원들을 동원해 연구소를 폐쇄한 것에 대해 비판이 많다. 또 엄연히 이춘우 시범단 단장이 있는데, 감독이 독단적으로 단원들을 동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데.
△이날 내 지시를 따른 사람들은 (국기원 시범단과 무관한) 나의 제자와 후배들도 있다. 문제가 된다면 내가 책임을 지겠다. 국기원 시범단은 2개의 팀으로 운영되고 있다. 내가 맡은 시범단은 경희궁에서 시범을 한다. 단장에게 일일이 보고할 이유가 없다.

- 국기원 측은 연구소를 폐쇄한 것은 업무방해에 해당된다며, 관련자들을 문책하고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 나는 시범단 감독이고. 교수님은 연구소 소장이다. ‘국기원’이라는 집안에서 생긴 문제인데, 업무방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업무방해에 해당된다면 벌금을 내면 된다.

- 이번 일을 계기로, 이 소장이 어떻게 나오길 바라나.
△ 자리에 연연하면 더 추한 꼴을 당할 수 있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소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서성원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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