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조건 속에서 코리언타이거즈시범단(단장 안학선·이하 K-타이거즈)이 중국 땅에 ‘코리아’를 새겼다.

K-타이거즈는 제18회(여자 11회)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개막식 시범을 펼쳐 창평체육관을 가득 메운 모든 관중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안창범 k-타이거즈 코치가 개막식 시범 중 창작품새를 선보이고 있다.

개막식이 끝난 뒤 공연을 지켜본 각국 심판들과 대회 관계자들은 K-타이거즈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양진석 WTF 사무총장은 “태권도 시범의 장관을 보며 눈시울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며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

개막식 시범이 끝난 뒤 K-타이거즈 홍보부스로 관중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아 시범단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K-타이거즈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성황리에 개막식 시범을 마쳤다. 하지만 중국에서 성공적인 개막식 시범을 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랐다.

개막식 시범 공연 하루 전인 16일. 리허설이 끝난 뒤 대회조직위원회 측은 “시범공연을 하는 중에 ‘대한민국’이 라는 단어가 흘러나오는 부분을 삭제하라”며 개막식은 넓은 범위의 태권도시범을 보이기 위한 것이지 종주국 태권도를 알리는 부분이 나와서는 안 된다며 삭제를 요청했다. 

베이징 세계 선수권대회 개막식에 참여한 K-타이거즈 시범단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런 상황에서 K-타이거즈 안창범(26)코치는 “종주국 태권도를 시범보이면서 ‘대한민국’을 지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예정대로 개막식 시범을 강행했다.

조직위 측은 적극적인 개막식 시범공연에 대한 협조는 전혀 없었다. 무대 조명의 세심한 배려와 입장시 대형스크린 소개되는 K-타이거즈의 20초 분량의 영상이 거부당한 것.

오히려 K-타이거즈 다음 순서로 진행된 우슈시범에서는 각종 무대효과와 경기장 내벽 4개의 대형 스크린에서 나오는 화려한 영상 등이 총동원됐다. 반면 화면을 통해 나타난 K-타이거즈의 모습은 극히 제한된 시각에서만 보여졌다.

생방송으로 진행된 베이징TV의 개막식 중계에서도 우슈시범이 펼쳐지는 동안 수십 대의 카메라가 동원되어 화려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우슈시범단은 이번공연에 총 600명이 넘는 시범인원을 투입했다.

안창범 k-타이거즈 코치가 개막식 시범 중 창작품새를 선보이고 있다.

개막식 공연을 관람한 많은 사람들은 “화려한 조명과 와이어 줄에 메달려 있는 우슈시범단원의 아찔한 모습만이 기억에 남는다”고 얘기하며 “정작 우슈 본연의 기술과 수련의 깊이에서 나오는 동작을 볼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개막식 공연이 끝나고 다음날인 18일과 19일 결승전 경기 전에 예정되어 있던 15분간의 시범을 준비하던 중 K-타이거즈는 주최 측의 일방적인 취소통보를 받았다.

이날 시범을 지켜본 한 태권도 관계자는 “중국의 우슈를 한국의 태권도와 다른 조건에서 비교시켜 자신들의 위상을 높이려 했다”고 지적하며 “시범공연을 통해서 오히려 그들은 태권도의 우월성을 뼈저리게 확인 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정대길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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