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 USA!"

경기장 가득 미국대표선수단의 쩌렁쩌렁한 응원소리가 귀를 따갑게 했다. 이들은 대형 성조기를 흔들며 예선전부터 소속 선수들의 경기 때마다 응원에 열을 올렸다.

한국대표 선수들의 예선전 경기가 한창인 가운데 응원석의 분위기 모습(하단)과 미국 선수들의 응원 모습이 대조적이다.

반면 “대한민국”을 외치는 응원 소리는 없었다. 경기장 듬성듬성 자리 잡은 한국대표선수들의 응원이라곤 썰렁한 플래카드 하나뿐이다.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열린 제18회 베이징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의 대조적인 응원모습이었다. 국내 태권도경기에서의 열띤 소속팀간 응원 열기는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경기에 출전한 선수에게는 동료들이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모습이 큰 힘이 된다. 그래서 당일 경기가 없는 선수들, 이미 경기를 마친 선수들 가운데 경기를 목전에 둔 동료선수들의 훈련을 도와주는 몇몇 인원을 제외하고 모두가 응원석에 모여앉아 동료선수들을 응원하게 마련이다.

응원에 열을 올리던 한 미국 선수는 “경기 중에도 관중석에서의 응원의 소리가 들린다. 그 순간만큼은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성조기를 흔들었다.

인원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다. 홈팀인 중국의 응원 열기에 뒤질세라 미국선수들은 이를 앙다물고 응원했다. 응원에 보답이라도 하듯 한국선수와 맞선 미국선수들은 뛰어난 기량을 보이며 종주국 선수들을 압도하는 경기를 펼쳤다.

영국선수단도 마찬가지. 경기에 지고이기는 것과 상관없이 자국 선수의 경기가 있을 때면 코트안 모든 관계자들의 시선을 단번에 모을 정도로 열띤 응원을 펼쳤다. 겨우 열명도 안 되는 선수들의 응원도 그랬다.

한국선수들의 조용한 응원은 종주국 태권도대표선수로서의 체면을 차리기 위한 것이었을까. 중국에서 태권도를 보급하고 있는 한 사범은 “한국선수들끼리 단합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참가 선수의 인원이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국제경기에서만큼은 선수들끼리 하나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세계선수권에서 보여준 한국대표선수들의 응원 모습은 국내 경기에서 소속팀끼리 단합된 모습으로 열성적으로 응원하는 모습과는 너무도 달랐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관중석에서는 이번 대회 여자부 밴텀급에서 우승한 정진희(조선대, 22)의 오빠를 비롯한 4명의 응원단만이 연신 “대한민국”을 외쳐댔다. 다른 나라 선수단의 열띤 응원에 비해 너무도 애처로운 모습이었다.

정대길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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