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신 대한태권도협회(KTA) 회장이 오일남 전 삼성에스원 감독을 상근이사로 선임, 이어 사무처 업무 결재 전결권과 보수를 과거 전무이사 그대로 적용하는 등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과거 전무이사처럼 제왕적 전권을 주지 않고 직접 KTA 사무를 책임질 것이라는 최 회장의 말과 행동이 다르다. 더불어 오 상근이사 선임에 대한 비판 여론도 적지 않다.

지난달 27일 임시이사회서 최창신 회장(오른쪽)이 오일남 상근이사에게 선임장을 전한 후 기념촬영 장면.

지난달 27일 열린 KTA 임시이사회서 최창신 회장이 오일남 상근이사를 선임했다.

이날 오 상근이사 선임과 함께 ‘사무처 업무 결재 사항은 본회 위임 전결 내규에 따라 기존 전무이사직이 전결한 내용을 기본으로 운영하고, 보수는 전임자의 보수를 승계하여 적용’한다는 내용이 함께 통과 되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전에 양진방 전무이사가 있을 때 보면  KTA에는 회장이 세 명 있었다. 여의도에 있는 회장과 전무이사, 그리고 기전위 의장이 다 회장었다. 협회는 회장이 모든 결정을 책임져야 한다. 새 정관에는 전무이사 관련 내용이 없어 상근이사로 선임하고 과거 전무이사와 같은 권한을 주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이사회서 통과된 상근이사 관련 건을 보면 사무처 전결권은 과거 전무이사 전결 내용을 기본으로 운영하고, 보수 역시 과거 전무이사와 같다.

이와 관련 대한체육회는 과거 체육단체규정에서 반드시 두도록 되어 있었던 상임이사회 제도와 전무이사 제도를 삭제한 바 있다.

상임이사회와 전무이사 제도가 체육단체 운영 전횡의 요소로 작용하는 부작용 때문이었다.

다만 전무이사를 반드시 두도록 하는 규정이 삭제되었을 뿐, 체육단체 형편에 따라 필요에 의해 상근 등 직함을 넣어 임원을 둘 수 있고, 월급도 줄 수 있다는 것이 대한체육회 설명이다.

따라서 상근이사를 둘 수 있지만 과거 전무이사와 같은 전결권과 보수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해당 규정의 삭제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

물론 실제 운영의 묘를 살려 과거와 같은 제왕적 권한을 제한할 수는 있다. 문제는 기능과 권한에 대한 구체적 내용없이 전결권과 보수를 그대로 승계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여기에 상근이사 선임에 대한 대한체육회 답변을 공문이 아닌 구두로 받은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과거 유사한 사례에서 공문 부재를 비판했던 이들은 이날 이사회서 입을 닫았다.

오 전 감독을 상근이사로 선임한 것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크다.

지난 2011년 삼성에스원 감독에 부임한 오 전 감독은 이듬해 런던올림픽 국가대표 평가전서 소속팀 3명의 선수가 경합하자 이 중 특정 선수를 선발시키기 위해 압력을 행사해 물의를 일으킨 장본인이다.

본인은 부인했지만 압력을 받은 선수의 폭로로 사실이 밝혀졌고, 이 외에도 팀 내 불화와 잡음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오 전 감독이 경질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압력을 받은 선수가 결국 런던올림픽에 출전하며 유야무야 묻히고 말았다.

2015년 첼랴빈스크 세계선수권서는 전력분석관으로 파견되었으나 정보 수집과 전력분석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파악하고 경계할 수 있는 수준의 전력분석조차 없었다.

지난해 12월, 리우올림픽 자동출전권이 확정되는 멕시코시티 그랑프리파이널서는 당시 KTA 이사로서 자질이 의심스러운 행동도 목격되었다.

같은 해 삼성에스원 선수단 내부에서 선수들 간 폭행 사건도 벌어졌다. 잘잘못을 떠나 선수단 관리의 부재가 드러난 것이다.

태권도계에서는 오 전 감독의 경질이 공공연히 퍼지기 시작했다. 선수단 내 특정선수 밀기, 선수단 관리 부재, 성적 책임, 지속적인 팀 내 불화설이 그 이유였다.

지난 15일 최창신 회장의 간담에 자리에 함께 배석해 상근이사 선임이 공식화된 오 전 감독은 삼성에스원에서 경질된 이유를 묻자 당황한 듯 “아니, 뭐...그건 그냥 삼성에서 전체적으로 젊은 피를 수혈하기 위해서 그런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그러나 태권도계에서 이 말을 그대로 믿을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최 회장이 오 상근이사에 대해 “정직하고, 말을 왜곡하지 않는다”고 평가한 것이 무엇을 근거로 한 것인지 무색한 대목이기도 하다.

현 집행부 지지세력 내에서도 오 감독의 상근이사 선임에 대해 이견이 적지 않다.

KTA 상근이사는 업무의 전문성과 함께 도덕성이 필수 덕목이다.

새로운 변화에 대한 기대를 등에 업고 출범한 최창신 회장 집행부.

과연 그 기대에 부응하는 행정과 인선을 하고 있는 것인지 물음표가 뒤따르고 있다.

양택진 기자  winset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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