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 아전인수 KTA 이사회, 고문단 설치 왜?

대한태권도협회(KTA) 최창신호(號) 첫 이사회가 아전인수로 정관을 해석, 회장 직속 고문단을 설치하기로 해 물의를 빚고 있다.

전 문체부 차관보를 지낸 바 있는 최 회장도, 또 최 회장이 행정을 잘 안다며 선임한 나동식 부회장도 행정을 참칭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다.

KTA 제1차 이사회 장면.

지난 27일 오전 11시, 올림픽파크텔 2층 런던홀서 열린 KTA 제1차 이사회서 ‘위원회 설치 및 관련 규정 제정의 건’이 상정되었다.

KTA는 ‘본 회의 사업계획의 수립 및 시행, 중요 정책의 입안에 있어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반영하기 위한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자 한다’며 제안 설명을 밝혔다.

또한 자문위원회는 10인 이내이며, 회장을 상시 보좌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최 회장은 이와 관련 “제가 필요해 약간 명, 다른 어떤 위원회와도 상관없고, 특별한 권한도 없는 약간 명을 포함하는 것이다”라고 밝혔고, 또한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어쩌다 모시고 식사도 하고, 큰일을 놓고 그림을 그릴 때 지혜를 얻기 위해서다”라고도 설명했다.

이에 나 부회장은 “회장님을 자문할 정도면 상당한 식견이 있으신 분들일 텐데 자문위원회를 두면 이사회에 속하게 되어 있다. 실비를 지급하더라도 이사급과는 같이 못나가니까 차라리 고문단을 두는 것이 낫지 않냐”라고 의견을 밝혔다.

최 회장이 “고문단이라고 하면 그것이 정관에 있나”라고 되묻자 나 부회장은 “정관에 고문단을 설치하도록 되어 있지는 않지만 설치하지 말라고도 되어 있지 않으니 설치해도 되는 것 아니냐”고 맞장구를 쳤다.

자문위원회 구성, 이어 정관에도 없는 고문단 설치를 두고 논의의 방향이 엉뚱하게 흐르자 변호사인 장달영 이사가 문제를 제기했다.

장 이사는 “정관에 금지하는 규정도 없고 설치하도록 하는 규정이 없으니 되는 거 아니냐고 말씀을 하시는데, 원칙적으로 정관에 근거 규정이 있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이어 “엄격히 따지면 정관에 없는 조직을 만드는 거니까 그렇다면 정관을 개정하는 대의원총회에서 결정을 하면 할 수도 있겠지만... 꼭 이사회 의결로 가능하지 않다. 이런 건 아니겠지만 최소한 대한체육회에 확인을 해보는 게 낫지 않느냐”고 완곡하게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최 회장은 “그럼 고문을 약간 명 두도록 하고 대한체육회에는 사전 협의를 거쳐 다음 대의원총회 때 보고하는 걸로 하면 되겠나”하며 고문단 설치를 통과시켰다.

다시 장 이사가 “그래도 근거는 갖고 있어야...”라고 언급을 했지만 유야무야 묻히고 말았다.

장달영 이사.

정관에도 없는 고문단 구성을 위해 정관 해석을 자의적으로 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가당착의 오류도 드러났다.

서울시태권도협회 심사권 재위임의 건에서 김경덕 부회장이 “도장심사공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상임이사회에서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절차에 따라 그렇게 처리하면 될 일”이라도 밝히자 임신자 부회장은 다음과 같이 반박한다.

“우리 정관에는 상임이사회를 운영한다는 조항이 없다.”

정관에 없는 조직체의 구성을 두고 고문단에 대해서는 정관에 하지 말라고 되어 있지 않으니 해도 된다는, 상임이사회에 대해서는 안 된다는 모순이 드러난 것이다.

일각에서는 고문단 설치의 배경이 최 회장이 상임고문으로 내정했다는, 혹은 발표했다는 이윤재 씨와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 씨는 전 대한우슈쿵푸협회장을 지낸 문체부 공무원 출신으로 상임고문 역시 KTA 정관에는 없다. 즉, 상임고문을 두려면 정관을 개정해 임원의 종류에 포함 시켜야 한다.

아직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이 씨는 상임고문이라는 호칭으로 최 회장 당선 바로 다음날부터 협회 행정에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자문위원회 구성, 혹은 고문단 설치가 이 씨의 KTA 내 역할을 두고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 일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날 이사회 내 자문위원회 구성, 혹은 고문단 설치의 논란이 처음부터 제기될 필요가 없었다는 점이다.

KTA 정관 제37조(각종 위원회의 설치) 1항은 “협회는 사업수행과 목적 달성을 위하여 이사회의 자문기구로 대회위원회, 경기력향상위원회, 선수위원회, 심판위원회, 생활체육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를 설치한다”고 되어 있다.

이어 2항은 “협회는 필요에 따라 이사회의 의결로 제1항 이외의 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다”고도 밝히고 있다.

따라서 2항에 따를 경우 이날 이사회는 협회, 특히 회장의 필요에 따른 1항 이외, 즉 이사회 자문기구로서가 아닌 회장 직속기구로 자문위원회를 둘 수 있었다.

행정체계의 공정성 제고를 공약으로 내건 최 회장, 그리고 첫 이사회가 무엇 때문에 정관의 아전인수를 자초하는지 따져볼 일이다.

양택진 기자 winset7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