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도, 연락처도 가짜로 입력...무엇 때문에?

공공 기관에서 규정으로 정해 놓는 것을 공정(公定)이라 한다.

태권도 심사는 태권도 진흥 및 태권도공원 조성 등에 관한 법률(약칭 태권도법) 19조에 따라 국기원이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고, 국기원은 국내 심사에 대해 대한태권도협회(KTA)와 위임 계약을 체결하고, KTA는 17개 시도협회와 재위임 계약을 체결한다.

국기원과 KTA는 심사 관련 규정을 갖고 있으며, 시도협회는 이를 준수해야 한다. 이를 공정(公定)심사라 한다.

그런데, 국내 시도협회 중 도장 등록수와 예산 규모에서 가장 큰 경기도태권도협회가 공정(公定)심사를 휘저으며 대학 동문회 심사를 수년째 버젓이 하고 있다.

문제는 결국 심사비다. 친목단체인 대학 동문회는 응심자 모객행위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고, 경기도협회는 이를 통해 배를 불리며 세력화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징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정(公定)심사를 파괴하고 있는 실태를 파헤쳐본다. ------------편집자주

대학 동문회를 통한 경기도태권도협회의 편법 심사는 실제 대한태권도협회(KTA) 심사 관련 규정 제3조 2항 비정규 심사 중 가목에 나와 있는 기관심사를 빌미로 이루어지고 있다.

관련 규정은 기관심사와 관련해 5호에서 ‘기관심사는 학교, 군경 등을 대상으로 소속 시도 내에 한하여 정규심사와 별도로 실시 후 정해진 양식으로 보고한다.(학교는 초,중,고,대 소속 재학생, 군경은 재직자만 응심할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모 대학 동문회 심사대회 개회식 장면.

그러나 경기도협회와 대학 동문회는 타지역, 타무술, 미등록 도장 심사를 기관심사라는 이름으로 실시했다.

경기도협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우리는 타지역 심사를 못 봐준다. 초본을 제출하지 않느냐? 이것 때문에 두 대학 동문회로부터 각서도 받았다. 그 외에는 우리가 알 바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응심자의 실제 주소나 연락처가 제대로 입력되고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특히, 경기도협회 및 모 대학 동문회는 주민등록초본을 통해 주소지를 확인하기 때문에 타지역에서 심사를 볼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취재 결과 주소지와 전화번호 입력과 관련해 의혹의 정황이 발견되었다.

지난 10월 29일 모 대학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모 대학 동문회 심사에 응심한 수련생들의 주소 중 많게는 30여 명이 같은 주소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응심생들의 전화번호는 해당 대학 동문회 전화번호가 입력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초본을 확인해 직접 입력하기 때문에 말도 안 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이와 관련 국기원, KTA 관계자는 응심자의 실제 주소와 연락처를 입력하지 않는 것은 심사 관련 규칙과 지침 위반이라며 이구동성 입을 모았다.

정규 심사이건, 비정규 심사이건 응심생의 주소와 연락처는 실제의 것을 입력해야 한다.

특히 지난해 서울 모 구지회 회장이 편법 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한 도장 주소로 수백 명이 심사를 본 것이 적발, 국기원와 KTA는 응심생 개인정보 기입을 정확하게 할 것을 강조해왔다.

이와 관련 경기도협회 관계자는 “우리가 심사 접수를 입력하기는 하지만 대학 동문회에서 접수한 것을 바탕으로 초본을 확인하기 때문에 그럴 리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 지방 소재 도장에서 주민등록초본을 첨부해 접수를 하고도 응심해 합격한 사례, 미등록 도장 응심 사례 등은 이미 확인되었다. 다만 전수조사가 아니기 때문에 그 규모를 밝히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국기원과 KTA 등에서는 이 과정에 문제가 불거졌을 경우 경기도협회가 대학 동문회 측으로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방조 혹은 공모라고 의심하고 있다.

대학 동문회 모객행위에 의한 심사가 최근 1,2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 아닌 오래된 문제이고, 태권도계 외부도 아닌 내부에서 타지역, 미등록, 타무술 심사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KTA 최창신 회장은 최근 경기도협회 김경덕 회장을 KTA 상임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KTA 예산 중 어림잡아 20여억 원이 심사로 인한 수입이다.

바른 심사 행정의 의무를 국기원으로부터 위임받은 KTA가 과연 편법 및 불법 심사를 근절하고 올바른 심사제도를 정착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양택진 기자 winset75@naver.com